“인터넷 트래픽용량에 따른 비용을 지불하라. 무선인터넷은 아직 초기시장이므로 망중립성에서 제외돼야 한다.”
망중립성과 관련해 상반된 이해 당사자 그룹을 대표하는 버라이즌과 구글이 지난 9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제안을 내놓았다. 발표가 나오자 미국의 망중립성 지지자들이 두 회사 모두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아무래도 인터넷망사업자 위주의 합의가 나온 셈이 됐기 때문이다.
중소 콘텐츠서비스기업체와 망중립성을 지지해 온 시민단체들은 구글의 속셈에 대해서도 의심하고 나섰다. 무선인터넷망을 망중립성에서 제외한 것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앱보급 확산과 연관있는 것 아이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버라이즌은 모토로라의 안드로이드폰 드로이드와 드로이드X를 내세우면서 로안드로이드폰 보급의 전위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대해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책임자(CEO)는 이면 합의는 없으며 구글은 향후 개발될 제품과 서비스에서 일반망만을 이용할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의혹은 여전하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망사업자가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 미국의 인터넷망사업자들이 인터넷망을 통한 보다 많은 수익창출과 효율적 망관리를 위해 부하(트래픽)가 많은 콘텐츠사이트에 대해 접속속도를 늦추는 등 차별하면서 문제로 떠올랐다. 이들 두 이해 당사자 대표자의 제안합의안은 의회에서의 검토를 거치고 입법화한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것이다.
파이낸션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씨넷 등 주요 외신은 9일(현지시간) 두 회사가 이같은 내용의 의회심사 및 표결을 전제로 한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전했다. 보도는 '이 합의안이 무선인터넷서비스를 배제시킨 점에서 망중립성 지지자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버라이즌과 구글 두 회사는 이번에 합의해 의회로 보낼 공동제안 발표문을 통해 ▲망사업자는 일반 인터넷과 달리 많은 용량을 소비하는 인터넷서비스에 대해 더 비용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하며 ▲이동통신인터넷서비스는 망중립성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번 합의안은 미 의회로 보내져 청문회를 거치고 의회 표결 수순을 거치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구글은 '무선인터넷을 제외하는 데 합의하면서 그동안 '망중립성'을 주장해 온 의지와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반 자이덴버그 버라이즌 CEO는 망중립성에서 제외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많은 트래픽을 소비하는 통신서비스의 사례로 헬스케어,교육,엔터테인먼트(3D비디오)등을 꼽았다.
■대용량을 쓰려면 돈을 더내고 써라
이 합의안에서는 “우리의 제안에 따르면 현재 제공되는 인터넷접근 및 비디오서비스 외에 광대역인터넷서비스사업자들이 추가된, 차별화된 온라인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관련, 버라이즌은 이미 수년전부터 인터넷전용회선을 통해 피오스(Fios)TV같은 전용회선서비스를 해 오고 있다.
또한 버라이즌과 다른 전화회사들은 전국적인 인터넷프로토콜(IP)망을 이용해 프리미엄 및 전용 광대역서비스를 기업들에게 팔아오고 있다.
이반 자이덴버그 버라이즌 CEO는 “나는 일반망을 통해 우대 용량슬롯을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전용망을 통해 가망고객에게 특화된 용량을 팔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합의문 발표후 기자들과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버라이즌은 광대역서비스 사업자가 네트워크 용량을 고품질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에 팔 수 있는 재량권을 갖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인터넷망의 트래픽에서 양극화(콘텐츠 앱 사용자 대상의 서비스 속도 차별)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가운데 이같인 밝혔다.
■구글에 대한 거센 비난과 쏟아지는 의혹
망중립성의 대변자로 여겨져던 구글이 논의에 참여해 도출한 결과가 이처럼 '돈을 더내고 트래픽을 더 사용하며, 무선인터넷을 망중립성 대상에서 배제시키도록 한' 합의안으로 나타나자 망중립성 옹호 지지그룹들의 거센 비난과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무브온(Moveon.org)등 많은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이브더인터넷닷컴(Savethe internet.com),은 “그들은 그들이 투자를 그만 두게 될 것 같은 분야에서만 망중립성을 약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엘 켈시 자유언론 정치고문역시 이 제안이 “점점 인기를 끌고 있는 무선인터넷 플랫폼의 콘텐츠와 앱에 대한 직접적 차단을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망중립성의 지지자인 에드워드 마키(민주·매사추세츠)의원도 “이 제안은 FCC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터넷을 확보하기 위해 펼쳐 온 활동의 일부 요소를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제안은 예를 들어 무선인터넷서비스의 트래픽을 늦추거나 차단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으며 고객프라이버시를 온라인에서 보장할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자유언론은 “이 계획이 정보고속도로에 거대회사를 위한 새로운 사적 고속회선을 만들어 주는 한편 중소사업자들을 바람부는 흙먼지 길에 남겨놓는 양극화 현상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주 구글과 버라이즌이 합의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나오기 시작하자 “구글이 기존의 사업자와 부자들의 편을 들면서 망중립성을 후퇴시켰다”는 공격과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에릭 슈미트 구글 CEO는 “구글은 차세대 인터넷신생기업의 미래를 지원하면서 지속적으로 망개방성을 믿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슈미트는 “구글은 이번 합의안에서 제안된 '돈을 지불하는 고속회선'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유튜브를 비롯한 구글의 서비스를 위해서 일반 인터넷회선만을 이용할 것“이라고 자사의 입장을 변호했다.
하지만 이같은 제안이 나오면서 당장 두 회사 사이에 사업적 뒷거래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에릭슈미트 구글CEO는 그런 이면 합의는 없었다고 컨퍼런스콜에서 밝혔다.
슈미트는 구글이 버라이즌의 전용대역을 이용한 새로운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일반인터넷망을 이용한 제품및 서비스 외에 어떤 것도 개발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망중립성에서 무선인터넷 망 제외 주장 배경은?
이번 합의안에서 무선인터넷망을 망 중립성에서 제외시킨 데 대한 이유와 배경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자이덴버그 CEO는 “유선인터넷과 무선인터넷은 약간 처한 입장이 다르다”면서 “버라이즌은 무선망이 완전히 진화하기 전에 여기에 부과될지 모르는 새로운 규제가 성능최적화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발표문을 통해 “두 회사는 무선인터넷이 전통적인 유선망과 다르다는 인식에 도달했으며 이는 무선인터넷시장이 훨씬 더 경쟁이 심하고 급변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두 회사는 또 회사정책 발표문을 통해 “여전히 초기상태에 있는 무선인터넷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합의문에서는 우리는 투명성요구원칙을 제외한 대부분의 유선인터넷망에 적용된 원칙을 무선인터넷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대 이동통신사인 AT&T와 버라이즌은 “유선망을 위해 설게된 망중립성 규칙을 무선망에 적용하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무선망 인터넷대역은 유선망보다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규칙을 이동통신사가 그들의 인터넷망에 적용시키려 하는 것은 그들의 투자를 회피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무선망이 트래픽 용량의 구속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구글과 통신사업자와의 이해가 맞물린 합의인가?
하지만 소비자운동단체들이 구글과 버라이즌에 대해 회의를 품는데도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이들의 주장은 “구글과 버라이즌의 이익은 전통적인 인터넷광대역통신망에서보다 무선인터넷망에서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실제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구글앱에 특화된 수많은 스마트폰에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이 버라이즌같은 이동통신사업자들에 의해 팔리고 있다.
실제로 구글과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 산하의 버리이즌와이어리스는 안드로이드폰을 보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왔다. 대표적인 것인 모토로라의 드로이드와 드로이드X다.
갖가지 반발과 의혹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작 유의할 점은 이 두회사가 만든 제안은 비록 의회가 검토할 사안이긴 하지만 그에 앞서 제안일 뿐이라는 점이다.
의회는 결국 청문회를 열어 지난 3년간 치열한 공방을 벌여온 망 중립성에 대한 의견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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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는 그러나 “무선망 사업자의 어려움을 이해한다”고 말한 줄리어스 제나코스키 미연방통신위원회(FCC)의장은 또한 망중립성 원칙은 전통적인 유선망은 물론 무선망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망중립성 협의에 참여하지 않은 AT&T의 클라우디아 존스 부사장은 “우리는 망중립성 문제 해결을 위한 합의안 마련을 위해 의회나 FCC 모두와 노력할 것”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버라이즌-구글 합의문은 이문제에 대한 간격을 좁히는게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