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애플측과 아이폰4와 아이패드 출시를 협의중이라는 소식으로 업계가 떠들썩하다. 이같은 소식이 실제 이뤄진다면, KT와 SK텔레콤은 동일 제품을 놓고 요금, 서비스 경쟁을 벌이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정만원 사장은 최근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와 인터뷰에서 “아이폰4와 아이패드 도입을 애플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외신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면서 SK텔레콤으로 모든 관심이 쏠린 것이 사실이다.
현재 관련 업계는 SK텔레콤이 지난 아이폰3GS 국내 출시 과정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SK텔레콤 관계자도 “AS문제가 100% 해결되면 당장 도입할 수 있다는 기존 입장을 밝힌 것뿐”이라고 말했다.
성사 여부를 떠나 SK텔레콤과 KT가 동시에 아이폰4와 아이패드를 도입할 경우의 시장 변화를 예상해봤다.
■영국은 4개 사업자 경쟁, 요금·서비스 경쟁 불붙어
아이폰 공급자가 복수가 될 경우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요금제 경쟁'이다. 지난해 11월 세계 처음으로 아이폰 독점공급이 깨진 영국의 선례를 보면, 후발주자를 중심으로 요금제 경쟁이 벌어졌다.
아이폰 후발 공급사들은 기존보다 요금을 낮추고 무료 혜택을 늘리면서 경쟁에 불을 붙였다. 결국 기존 사업자가 시장 상황에 맞춰 요금제를 개편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과적으로 아이폰 독점 공급이 깨지면, 아이폰 판매가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다만, 요금제 혜택이 더 다양해졌다. 소비자가 자신의 이용 패턴에 맞게 요금제를 골라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영국에서 아이폰을 구매하는 통로는 4가지다. 기존 공급자인 O2와 오렌지, 보다폰 등 이동통신사에서 아이폰을 공급하고 있다. 또 대형할인점인 TESCO에서도 구매가 가능하다.
가장 파격적인 구매조건을 내건 곳은 유통업체인 TESCO다. TESCO는 아이폰을 판매하면서 1년짜리 약정계약을 내세웠다. 1년 약정으로 월 20파운드(3만7천원) 요금제에 가입하면 음성 250분, 문자메시지와 데이터가 무제한이다. 35파운드(6만5천원) 요금제는 1년 약정에 750분 무료통화, 문자메시지, 데이터용량이 무제한이며, 2년 약정과 45파운드(8만4천원) 요금제를 사용하면 음성, 문자, 데이터가 모두 무제한이다.
오렌지, 보다폰, O2는 2년 약정을 기본 조건으로 하지만 18개월 약정계약도 가능하다. 요금구조는 같지만 최초 아이폰 구매가격과 문자메시지 제공량이 달라진다.
오렌지의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25파운드(4만6천원) 상품은 음성 75분, 문자 125건, 데이터 무제한이다. 35파운드(6만5천원) 요금제는 음성 600분, 문자와 데이터가 무제한이다. 45파운드(8만3천원) 요금제는 음성 1천200분, 문자와 데이터가 무제한이다.
보다폰의 요금제는 데이터용량이 적다. 기본적인 요금은 오렌지와 같지만 모든 요금제의 한 달 기본제공 데이터가 1GB다. 기존 독점공급자였던 O2는 모든 상품에서 문자와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아이폰 구입가격은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16GB 모델을 기준으로 TESCO의 가격이 타사보다 비싸다. 오렌지와 보다폰은 요금제별로 189파운드(35만원)부터 시작한다. O2는 25파운드 요금제 가입 시 구입가격이 249파운드(46만원)지만 나머지는 타사와 같다.
■공급자 많을수록 소비자 실익 크다
SK텔레콤이 아이폰4나 아이패드를 출시할 경우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예상할 수 있다. 당장 SK텔레콤이 구매 희망자를 끌어오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KT와 차별성을 만들어야 한다. 가입자 혜택을 늘리는 것은 판매보조금을 늘리는 것보다 리스크가 적다.
다만 영국과 한국은 이동통신시장의 차이가 큰 만큼, 영국 상황이 고스란히 재현되기는 어렵다. 공급자가 더 늘어나야 요금인하경쟁의 여지가 생긴다.
내년초 버라이즌의 아이폰 출시가 예상되는 미국에서도 영국 같은 상황을 위해서는 공급자가 늘어야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T모바일이나 스프린트 등도 참여해 공급자가 늘어나야 사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게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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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아이폰 공급자가 늘어난 데는 가상이동통신사업(MVNO)도 큰 역할을 했다. TESCO가 저렴한 상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이유는 MVNO사업을 통해 가격을 낮췄기 때문이다.
한국도 향후 SK텔레콤, LG유플러스뿐 아니라 MVNO사업자까지 뛰어드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아이폰 판매경쟁에 따른 소비자 이익도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