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아이패드 도입 '검토'…왜?

일반입력 :2010/07/05 18:04    수정: 2010/07/06 08:18

김태진, 김태정 기자

“아이폰은 전 세계 2위 통신사업자만 도입한 휴대폰 아닌가?”

KT가 국내 독점공급하며 ‘스마트폰’ 폭풍을 일으켰던 아이폰에 대해 이 같은 폄하 발언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던 SK텔레콤의 정만원 사장이, 애플과 아이패드 도입을 논의 중이라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에 따르면, 정만원 사장은 다우존스 뉴스와이어의 인터뷰에서 애플과 아이폰·아이패드 공급을 협의 중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애플, 2위 사업자 전용 단말 행보 ‘끝(?)

한국의 KT를 포함해 미국 AT&T, 영국 보다폰, 프랑스 오렌지 등의 공통점은 아이폰을 출시한 통신사라는 점과 각국의 2위 사업자라는 꼬리표다.

그동안 애플은 각국의 2위 사업자들에게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며 협상의 우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에 아이폰을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 같은 애플의 행보가 막을 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국내시장에서 아이폰3GS에 대응하기 위해 옴니아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이통3사에 T옴니아, 쇼옴니아, 오즈옴니아 버전으로 출시한 바 있다.

특히 아이폰4 출시에 맞춰 내놓은 갤럭시 시리즈도 SK텔레콤의 갤럭시S를 시작으로 KT는 갤럭시K, LG유플러스는 갤럭시L 등으로 스펙을 달리해 내놓을 예정에 있다.

따라서 애플과 SK텔레콤의 아이폰 공급 논의가 원론적인 차원이 아니라면, SK텔레콤의 도입 의지보다는 애플의 독점 공급 행보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반대로 삼성전자가 SK텔레콤에 갤럭시S의 완전한 독점 공급이 아닌 갤럭시K, 갤럭시L 등의 여러 버전으로 각 사업자에 모두 공급하게 될 상황도 아이폰의 도입을 검토한 배경이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 스마트폰보다 태블릿PC 파급효과 더 크다?

앞서 언급했듯이 SK텔레콤의 아이폰4 도입을 애플의 전략적 행보에 무게를 둬야 한다면, 아이패드 도입은 반대의 경우에 해당한다.

KT가 아이폰3GS의 독점 출시로 얻은 것이 스마트폰 시장의 선점 효과, 기업 이미지 개선 등의 무형적 효과와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 증대라는 수익개선을 이뤄냈다면, 아이패드는 통신사의 수익체질 개선까지 기대할 만큼 파괴력이 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석채 회장을 포함해 KT의 고위 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대의 물꼬를 텄다면, 아이패드는 e북, 미디어, 온라인 교육시장의 새 패러다임을 열 것”이라고 밝혀 온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아이폰으로 얻을 수 있는 부가적 수익이 크지 않은 반면, 태블릿PC인 아이패드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개발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의 아이패드 도입 검토는 스마트폰에 이어 태블릿PC 시장마저 KT에 주도권을 내줄 경우 기업 이미지 하락뿐만 아니라, 향후 유무선 통합과 미디어 시장 변화에 따른 수익구조 혁신에서도 뒤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KT의 통신 패러다임 주도 ‘제동’

따라서 SK텔레콤의 아이패드 출시가 현실화되면, SK텔레콤과 KT 양사의 경쟁구도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대리전에서 마케팅·비즈니스 모델 경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KT 역시 아이패드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최근 광화문 본사 1층 올레스퀘어 전시관에 아이패드를 비치하는 등 우회적인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업계에서는 KT가 아이패드 단독 출시로 막대한 수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도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SK텔레콤의 아이패드 도입 검토 소식은 KT의 ‘아이폰 단독 출시’ 때와 같이 시장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따라서 단독 출시를 고대해왔던 KT 입장에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내 출시를 목표로 태블릿PC 출시가 임박한 것도 KT에게는 고민거리다. 최근 ‘갤럭시S’로 다져진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관계를 감안하면 태블릿PC 시장의 포트폴리에서 KT가 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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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은 아이폰 출시 거부로 만들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아이패드로 걷어내고, 스마트폰과 함께 태블릿PC로 시장의 주도권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A/S 문제가 100% 해결되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대해 우리도 도입할 수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나타낸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