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망설일 때 기회를 잡아라”
이건희 삼성 회장이 경영행보를 본격 시작했다. 그룹 사장단에 신사업 선점을 강력히 주문하며, 2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액수의 투자계획을 내놨다.
이 회장은 지난 10일 저녁 집무실이 있는 서울 한남동 승지원에서 ‘신사업 사장단 회의’를 소집, 삼성의 차세대 사업 대상과 투자규모를 집중 논의했다. 경영 복귀 선언 후 50일만에 처음 주재한 사장단 회의였다.
■2020년 신사업 매출 50조 목표
이날 결정된 삼성의 투자대상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발광 다이오드),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개 분야다. 오는 2020년까지 23조3천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회의에서 “다른 글로벌 기업들이 머뭇거릴 때 과감하게 투자해 기회를 선점하고 국가 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며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사명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젋고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뽑아서 실업 해소에도 더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사업별 투자액은 태양전지와 자동차용 전지가 각각 6조원과 5조4천억원, LED 8조6천억원,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가 각각 2조1천억원, 1조2천억원이다.
태양전지 사업에서는 결정계를 먼저 시작해 박막계를 추진할 계획이며, LED는 조명엔진과 전장부품 부분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투자액인 많은 LED가 이재용 부사장이 특히 관심을 보여온 분야라는 것도 눈에 띈다.
이 같은 투자로 2020년 50조원의 매출과, 신규 고용창출 인원 4만5천명을 달성한다는 것이 이 회장의 청사진이다.
■삼성 위기론 정면돌파 ‘승부수’
이 회장은 지난 3월 경영복귀 발표 후 대회적인 경영행보를 자제해 왔다. ‘장고’의 시간을 보내며 이번 전략을 짰다는 것이 삼성 측의 설명이다. '삼성 위기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 표현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 위기론’을 불러온 휴대폰, 무선 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결과는 빗나갔다.
이 회장은 “환경 보전과 에너지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해 각국 정부도 녹색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새 전략의 배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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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따르면 사장단들은 이 회장 복귀 후 녹색 신사업을 각각 구상해왔고, 이번 회의를 통해 그룹 차원 종합 검토를 진행한 것이다. 5개 신사업을 맡게 될 사장들이 신사업 관련 시장 및 기술 동향, 추진전략 등을 발표한 뒤 이 회장과 논의하는 형태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회의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김순택 부회장(신사업추진단장), 최지성 사장(삼성전자), 장원기 사장(삼성전자 LCD사업부장), 최치훈 사장(SDI), 김재욱 사장(삼성LED), 김기남 사장(삼성종합기술원), 이종철 원장(삼성의료원), 이상훈 사장(삼성전자 사업지원팀장), 이재용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