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왜 삼성전자로 복귀했나

일반입력 :2010/03/24 11:35    수정: 2010/03/24 17:45

송주영 기자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 자격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배경을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그룹이 해체된 이상 덩치나 상징성면에서 전자밖에 없다는 일반론에서 삼성의 미래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승부수라는 시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같은 해석은 향후 후계구도와 맞물려 많은 억측을 낳고 있다. 

이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한 것은 삼성전자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으로 지난 해 사상 최대인 매출 136조2천900억원, 영업이익 10조9천200억원을 거둬들였다. 휴대폰, TV 등 주력 상품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했다.

그러나 미래를 둘러싼 불확실성 또한 크다. 특히 디지털 가전 시장이 SW 중심 구조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삼성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SW로 중무장한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을 넘어 삼성이 구축한 또 하나의 아성인 텔레비전 시장에서도 삼성에 위협적인 존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가 흔들리면 삼성그룹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만큼 이 회장이 삼성전자에 둥지를 튼 것은 강력한 승부수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회장이면 삼성전자 실적이 나빠져도 본인은 책임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회장이면 양상이 다르다. 잘못되면 책임이 이 회장에게 돌아갈 수 있다. 이 회장이 이를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삼성전자를 선택했다. 임직원들에게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장은 경영 복귀를 결정하며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10년 내 삼성의 대표 제품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앞만 보고 가자"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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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의 삼성전자행은 절차상의 이유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은 대표이사가 아닌 만큼 주주총회 등 별도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업무를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도 삼성 전체를 대표하는 위상을 가질 수 있다. 삼성측은 삼성전자가 삼성을 대표하는 만큼, 이 회장이 사실상 삼성을 대표하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건희 회장은 과거 경영일선에 있을때에도 세부적인 경영 활동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큰 그림을 제시하는데만 집중했다. 앞으로도 이같은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게 삼성측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전자 명함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징성은 크다. 삼성전자의 변화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