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카메라로 아이들과 교감하는 김형욱씨 스토리

일반입력 :2010/04/30 16:59    수정: 2010/04/30 17:08

남혜현 기자

책 한 권이 꿈 하나를 꾸게 해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바다가 없는 네팔 아이들에게 백과사전에 나오는 바다는 정말 꿈을 만들어 줄 수도 있지 않겠어요?

2010 서울 국제사진영상기자재전(P&I)에 특별한 손님이 초대됐다. 네팔 어린이 도서관 건립 활동을 하고 있는 김형욱(32세) 사진작가가 주인공. 그는 지난해 내셔널지오그래픽 국제사진공모전에서 인물부문 대상을 수상했지만 사진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 4년간 인도와 네팔에 있는 오지 사람들을 사진속에 담아왔다. 많은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공명하는 것은 그의 오랜 희망이었다.김 작가는 스스로를 ‘여행 생활 사진가’라고 말한다. 여행객들의 발길이 잘 닫지 않는 '여행의 오지'를 다니며 풍경보다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다. 프로 사진가처럼 카메라나 렌즈를 종류별로 갖고 다니는 것도 아니다. 3년째 사용하는 고장난 카메라로 인물을 담아내고 표현했다.

사진이라는 건 사진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찍는 사람의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고장난 카메라 한 대를 3년간 들고 다녔는데 오히려 그게 더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기계적인 계산이 아닌 인물과 공명을 하는데 집중 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가 찍은 사진 속 아이들의 웃음은 유난히 환하다. 사진속에 보이지는 않지만 웃는 아이들 앞에는 김형욱 작가가 바보처럼 웃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과 교감하기 위해 동전 마술쇼도 펼치고, 스스로 촬영 대상이 될때도 있다. 네팔 어린이 도서관 건립 운동에 나선 것도 아이들과 공명하고픈 생각 때문이었다.

“제 꿈을 채워 준 현지 친구들의 꿈이 언제부턴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물었더니 세상 모든 부모들의 꿈은 같더군요. 아이들이 동등한 교육을 받아서 같은 기회를 갖는 것이었지요.”

그는 한 권 두 권 자비를 들여 책을 사모아 도서관을 짓기 시작했다. 50킬로그램(kg)이 넘는 책가방을 메고 직접 인도와 네팔 오지 마을 곳곳을 돌아 다니며 도서관을 만들었다. 언뜻 무모해 보이는 그의 노력은 총 9곳의 어린이 도서관이란 결실을 맺었다. 물론 끝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도서관 1천 곳을 추가로 세우겠다는 목표다. 100명의 어린이에게 100권의 책을 선물하면 1만개의 새로운 꿈이 생겨난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5월 2일까지 코엑스 1층 P&I 올림푸스 부스에서 전시되는 김형욱 작가의 작품들은 대부분 고장난 올림푸스 E1을 사용해 찍은 것들이란다. 이 인연이 계기가 돼 올림푸스는 향후 작가와 협의하에 도서관 건립 활동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작가 개인이 시작한 활동이지만 이제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네팔 어린이들의 꿈을 키워가는데 동참하고 있다.

세상 모든 아이들이 같은 기회를 가지고 웃으며 꿈을 키웠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 안에서 또 다른 꿈을 찾게 됐으면 좋겠고요. 예전에는 책을 전해주는 일이 꿈이었는데, 지금은 실천하고 있으니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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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그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은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길을 찾을 수 있다. 도서관 건립 꿈을 모두 이루면 그는 카메라 한 대를 둘러메고 아프리카로 떠나고 싶다고 한다. '김형욱 아프리카 특별전'이 열릴 것이란 기대를 품어보고 싶다.

한편 올림푸스는 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퍼런스 홀에서 관객과 김형욱 작가의 만남을 주선한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이 자리서 자신의 오지 촬영 경험담과 그간의 활동에 대해 관객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