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이 '홍길동론'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분을 드러냈다.
이 회장은 22일 무역협회가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서 주최한 조찬강연회서 “쇼옴니아는 홍길동이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는 쇼옴니아가 아버지인 삼성전자로부터 버림받은 홍길동, 곧 '서얼(庶孼)'이라는 뜻이다. 아버지의 사랑이 향한 '적자(嫡子)'는 SK텔레콤 T옴니아다.
쇼옴니아는 삼성전자가 지난 1월 KT로 출시한 스마트폰. 삼성전자가 T옴니아2는 보조금을 실어주고 공격적 광고를 진행한 반면, KT 쇼옴니아는 홀대했다는 것이 대부분의 분석이다.
이 회장은 “쇼옴니아는 무선랜과 와이브로를 함께 지원하는 뛰어난 제품임에도 부진했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SK텔레콤과 T옴니아만 열심히 팔았기 때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실제 텔레비전 광고 등에서 ‘쇼옴니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운영체제(OS)도 다른 옴니아2 보다 구형이다. 삼성전자는 쇼옴니아 OS 업그레이드를 수차례 예고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삼성전자의 쇼옴니아 차별은 명칭에도 잘 드러난다. SK텔레콤과 LG텔레콤 옴니아는 각각 'T옴니아', '오즈옴니아'로 표기했지만 KT 쇼옴니아는 'SPH-M8400'이란 어려운 모델명 그대로 출시했다.
부족한 마케팅은 실적에 그대로 반영됐다. 4월 현재 판매량이 T옴니아는 50만대를 돌파했지만, 쇼옴니아는 4만여대에 불과하다. 이석채 회장이 삼성전자 비판에 나선 이유다.
사실 삼성전자와 KT의 관계는 아이폰으로 급격히 벌어졌다. KT가 들여온 아이폰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선두에 등극, 삼성전자 파이를 적잖이 뺏은 것이 원인이라고 업계는 분석한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KT를 곱게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이달 출시할 스마트폰 갤럭시를 SK텔레콤에 단독으로 돌리며, KT에는 관련 계획을 밝히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은 “비즈니스 세계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며 “감정을 가지고 사업을 해서는 안된다”고 삼성전자를 우회 비판했다.
아이폰에 대한 칭찬도 삼성전자를 겨냥한 공격으로 보인다. 아이폰은 KT에게 가장 수익이 되는 스마트폰이라고 추켜세웠다. 애플과의 협력 지속을 암시한 부분이다.
이 회장은 “아이폰은 2년 약정으로 9만5천원 요금제를 유치하면 130만원이 남는다”며 “어떤 스마트폰보다 수익성이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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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KT와 삼성전자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 지 주목된다. KT 내부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발언으로 삼성전자와 관계가 더 냉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관계 회복이 더 늦어진다면 삼성전자 지원 없이 KT가 스마트폰 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이후 출시할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이통사 관련 계획을 잡은 바 없다”며 “KT와도 협력 관계를 잘 유지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