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교보문고, 친구에서 적으로

일반입력 :2010/04/20 11:10    수정: 2010/04/20 17:56

김태정 기자

KT와 교보문고 간 전자책 전쟁이 터졌다. 차세대 인터넷 콘텐츠 사업 중 노른자로 꼽히는 전자책 패권을 놓고 통신공룡과 대형서점이 벌이는 전면전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비상하다.

KT는 20일 서울 강남 리치칼튼호텔서 행사를 열고 '쿡 북카페'라는 전자책 서비스를 공개했다. 일반적인 전자책 사이트와 비슷하지만 6월부터 앱스토어 형태로 가동할 계획이다.

곧, 출판사나 기성작가 뿐 아니라 누구라도 직접 만든 글을 앱스토어 형식의 장터에서 사고 팔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플의 도서콘텐츠 장터 '아이북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KT, 전자책 콘텐츠 장터 연다

이는 KT가 대형서점이나 출판사와의 제휴만으로는 전자책 사업 규모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애플 앱스토어 성공에서와 같이 콘텐츠 유통 선점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몰리는 장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계산이 깔렸다.

서유열 KT 홈고객부문장(사장)은 쿡 북카페를 통해 누구나 전자책 콘텐츠를 사고팔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콘텐츠 제작자 및 구매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오픈형 플랫폼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T는 온라인 도서장터 사업에 한창이 교보문고와 정면으로 맞붙게 됐다. 지난 2004년 전자책 사업을 시작해 6만5천여종의 콘텐츠 종수를 확보한 교보문고에 오픈형 장터로 도전한 형국이다. '쿡 북카페'가 초기 활성화에만 성공한다면 해외 콘텐츠까지 더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 KT 측 설명이다.

이미 KT는 초기 고객 유치를 위해 삼성서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등과 콘텐츠 제공 제휴를 맺었고, 호텔과 학교 등도 물망에 올렸다.

■콘텐츠-단말기 모두 전면전

여러 대형서점 중 교보문고와의 대결이 주목되는 이유는 두 회사가 한때 전자책 파트너쉽을 진행했었기 때문이다.

KT와 교보문고는 지난해 전자책 사업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교보문고 전자책 단말기가 KT 3G망으로 콘텐츠를 내려받게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망 대료 문제와 관련한 의견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교보문고가 내놓은 삼성전자의 'SNE-60K' 단말기에 3G 모듈이 빠진 이유다. 전자책 단말기 부분에서도 KT와 교보문고는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KT는 일반적인 전자책 단말기는 물론, IPTV,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 등에 전자책을 공급할 계획이다. 활용할 수 있는 단말기를 최대한 동원하는 전방위 공세를 예고했다. 전용 단말기로 채택한 삼성전자의 'SME-60'과 아이리버의 '스토리 W' 판매가 향후 부진한다고 가정해도 콘텐츠 확산 통로는 꽤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 역시 현재 삼성전자 등의 전자책 단말기에만 제공 중인 콘텐츠를 스마트폰과 아이패드까지 확대할 전략이어서 대결은 더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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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관계자는 모바일을 중심으로 전자책 유통 확대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전문 기술력을 가진 무선솔루션 업체들과의 제휴도 기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올해 1조600억원, 2012년에 2조3천8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전자책 시장 패권 경쟁이 타오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