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까?
애플판 태블릿 아이패드가 3일(현지시간) 발매에 들어간다. 지금은 아이패드발 충격파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 아이폰에 이어 이번에도 판을 뒤흔들 것이란 관측과 '거품이 너무 많다'는 까칠한 시선이 공존한다.
성패는 소비자들의 선택에 의해 판가름날 것이다. 그럼에도 아이패드가 모바일과 미디어 시장에서 초대형 변수로 떠올랐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드물다. 반향을 일으킬 경우 아이폰이 몰고온 변화와 맞먹는 파장을 예고하는 시나리오들도 있다.
아이패드는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게될까? 판매가 초읽기에 들어간 시점에서 아이패드를 둘러싼 다양한 관전포인트들을 정리했다.
■ 예약판매 50만대, 올해 판매량은?
아이패드는 지난달 실시된 예약판매에서 첫날에만 약 12만대가 선주문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외신들은 지난 보름간 아이패드 예약주문량이 총 50여만대 정도일 것으로 예측했다.
관련업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이패드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다. 소비자들도 아이패드에 많은 관심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9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아이패드 판매량이 800만~1천만대 사이일 것으로 예상했다. 당초 500만대 정도로 추정됐던 아이패드 제조업체들의 판매 예상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난 데는 생각보다 높은 예약판매량이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수치는 아이폰을 넘어서는 것이다. 아이폰은 2007년 미국에서 처음 발매된 후 6개월간 140만대, 1년간 610만대가 팔렸다. 다른 애널리스트들도 아이패드가 오는 상반기 약 100만대, 연말까지 5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 애플 아이팟과 아이폰의 성공을 근거로 아이패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가 매우 높다고 보도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는 “7천500만명 가량의 아이폰, 아이팟 터치 사용자들은 이미 같은 운영체제와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아이패드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면서 ”전세계 시장에서 지난 한 해동안 110억달러어치가 팔린 넷북의 판매량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 아이패드로 어떤 콘텐츠 즐길 수 있나?
우선 책이다. 스티브 잡스 CEO는 지난 1월 아이패드를 공개하면서 펭귄, 하퍼앤콜린스, 맥밀란 등 미국 대형 출판사 5곳과 콘텐츠 공급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뉴욕타임스 같은 유명 신문 매체도 직접 구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콘텐츠 업체는 물론 '킨들'을 앞세워 전자책 시장을 주도하던 아마존에게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마존이 31일 미국 거대 출판업체인 시몬 앤 슈스터와 하퍼콜린스에 베스트셀러는 권당 9.99달러, 신간도서는 12.99~14.99달러 사이로 공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콘텐츠 가격 협상에서 아마존이 출판사의 입장을 전면 수용한 것으로 애플 아이패드가 콘텐츠를 공급받는 것과 동일한 가격대다.
게임 콘텐츠도 빼놓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대부분이 아이패드에서도 운영될 것이며 수많은 개발자들이 자신이 만든 가장 인기있는 애플리케이션 타이틀을 아이패드에 맞게 개조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달 22일 발표된 플러리보고서는 “애플은 이미 광범위한 서드파티 유통배급 지원망을 구축했다”며 “아이패드가 더 큰 스크린과 더 나은 프로세싱 파워를 갖추고 있는 만큼 소니,닌텐도,MS같은 주요 비디오게임공급사들도 이에 대응하게 될 것이며 애플은 비디오게임 시장점유율을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패드용 콘텐츠 개발에 대한 투자도 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미국 벤처캐피탈 클라이너 퍼킨스가 아이패드용 애플리케이션과 유사기기업체에 1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보도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4개 개발업체에 투자하고 있는 기존의 아이펀드(iFund)로 아이패드 관련 업체에 투자하기 위해 1억달러를 더 배정했다”면서 “애플 아이패드는 소프트웨어의 세번째 르네상스로 3년전 아이폰 출시 때처럼 또 한 번의 혁신의 물결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 아이패드, 기업에서도 환영받을까?
애플은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소파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기업시장도 파고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애플 주식구매등급을 평가 하는 니드햄앤컴퍼니(Needham & Co.)의 찰리 울프 애널리스트는 아이패드는 기업시장에서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수요는 애초 예상했던 곳과는 다른데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론 조사 업체 조그비인터내셔널이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 중 52.3%는 태블릿을 업무에 사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가정에서 TV나 영화를 볼 때 사용하겠다고 한 응답자(48.2%)보다 많은 수치였다.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영업직이나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도 아이패드가 적극 도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누가 아이패드 대항마인가?
아이패드를 출시를 앞두고 경쟁사들의 행보도 빨라졌다. 너도나도 아이패드 대항마를 외치고 나섰다. 발매도 안된 아이패드가 벌써부터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셈이다.
휴렛팩커드(HP)는 아이패드 대항마로 ‘슬레이트’를 6월에 미국시장에 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지디넷닷컴은 HP 슬레이트가 아이패드보다 비싼 545달러(한화 62만원) 판매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16GB 버전이 소매기준 499달러, 32GB는 599달러, 64GB는 699달로 책정됐다고 전했다.
HP가 내놓을 슬레이트P는 윈도7 운영체제에 인텔 아톰 프로세서, 터치스크린을 탑재했으며 웹카메라와 USB 포트를 지원한다. 어도비 플래시 기술도 지원한다. 아이패드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점들을 대거 보완했다는 평가다.
소니도 아이패드를 조준해 넷북과 E북 단말기,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PSP)이 통합된 형태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 아이튠스를 겨냥해서는 각종 영화나 드라마, 음악을 온라인 상에서 내려 받을 수 있는 ‘큐리오시티(Qriocity)’를 내놓기로 했다.
아수스도 아이패드 대항마를 외치고 나섰다. 조니 시 아수스 대표는 “올해 두 종류의 태블릿을 출시할 것이며, 제품은 각각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연한 대응을 통해 애플 아이패드와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도 가세했다. 인텔은 오픈피크가 설계한 ‘오픈태블릿’을 연말께 AT&T 유통망을 통해 판매한다.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필살기 '쿠리에'도 주목된다. 쿠리에는 7인치 듀얼디스플레이가 탑재했고 올 하반기 출시될 것으로 전해졌다. 멀티터치와 더불어 스타일러스 필기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아이패드 출시 이후 시나리오
아이패드가 뜨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아이패드가 소형 노트북과 전자책 그리고 미디어 플레이어 성격을 모두 띄고 있는 만큼 모바일 기기 시장이 재편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현재로선 전자책 시장 판세 변화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킨들로 재미를 보고 있는 아마존이나 다른 업체들이 아이패드가 나온 뒤에도 버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아마존의 위기설'도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지만 결과는 두고볼 일이다. 아마존이 내민 반격카드도 그 기세가 만만치 않다.
콘텐츠 업계에도 아이패드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기대를 모은다. 게임은 물론 방송사, 출판사, 신문사 등 미디어 업계도 아이패드를 향한 행보를 본격화했다.
또 하나의 미디어 플랫폼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아이패드용 앱스토어에는 이미 2천개가 넘는 애플리케이션들이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NBC, ABC, CBS 등 미국 주요 방송사들도 아이패드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신문과 잡지사들 사이에서도 아이패드는 부활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란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아이패드 진영에 합류하기를 주저하는 곳도 눈에 띈다. 랜덤하우스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전자책을 판매하는 아이북스 스토어에서 나온 매출중 30%를 가져간다. 랜덤하우스는 이같은 정책은 기존의 관행을 깨트릴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패드가 한국에 언제 공식 출시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오스트레일리아와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스페인, 스위스, 영국 등은 아이패드 와이파이버전과 3G모델을 4월말 판매할 예정이다. 한국 출시 시점은 그보다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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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국내 미디어 업계도 아이패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방송보다는 신문사들이 상대적으로 아이패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디지털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아이패드를 공개하며 자신의 삶에서 최고의 역작이라고 치켜세웠다. 아이패드를 승부수로 던졌음을 예고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의 자신감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아이패드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관심이 집중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