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Y씨(여, 31세)는 월평균 이동전화요금이 약 5만원이다. 7월 한달 요금은 5만5천원. Y씨의 이동전화요금에는 기본료와 국내통화료외에 정액으로 지불하는 부가서비스, 단말기할부금 등이 포함돼 있다. 7월 국내통화에 185분을 사용했다. 부가서비스 경우 매달 3천원에 통화연결음, 문자메시지(SMS) 100건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 지인과의 연락은 SMS 보다 음성통화를 선호해 매달 100건의 SMS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30대 중반 직장인 나카무라씨와 가정주부인 사야카씨 부부는 소프트뱅크에 가입해 기본료 1천400엔(약 1만8천770원) 요금제를 사용하고 있다. 나카무라씨는 업무상 이동전화 사용이 많은 편으로 월평균 8천엔(약 10만7천270원)을, 사야카씨는 4천800엔(약 6만4천360원) 정도가 나온다. 일본의 경우 음성통화료가 비싼 편이고 공공장소에의 통화를 지양해 지인과의 연락은 주로 문자메시지를 이용한다. 일본에서는 문자메시지(SMS)를 동일한 통신사 간에만 보낼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SMS 대신 e메일을 이용한다. 우리나라 돈으로 월 1만원 정도의 정액을 지불하면, e메일 문자메시지를 무제한 보낼 수 있다.
통신요금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최근 잇따라 발표된 국제 기관의 보고서에 따른 것으로 메릴린치가 촉발한 이통요금 논란이 OECD로 인해 절정에 이르렀다. 두 기관이 각각 다른 조사방법을 통해 각국의 이통요금 수준을 발표한 탓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공신력 있는 두 기관의 조사에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조사방법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조사기관에 따라 구매력지수(PPP)를 반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또한 각국의 이동통신요금 실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나 조사방법이 없는 한 이동통신요금을 둘러싼 논란은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위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와 일본의 이통 가입자들의 사용 행태가 서로 다르다. 뿐만 아니라 유럽 다수 국가는 선불요금제 및 가입자인증모듈(SIM) 등이 일반화돼 있어 이동전화 보급률이 100%를 훌쩍 넘어선 곳이 많다.
따라서 이동전화 소비 패턴이나, 가입자 분포 상황 등을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고 단순 잣대로 요금을 비교할 경우 잘못된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소비자원·OECD, 국가간 이통요금 잇따라 발표
한국소비자원이 인용해 발표한 메릴린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OECD 8개국(네덜란드, 핀란드, 프랑스, 한국, 뉴질랜드, 영국, 미국, 일본)의 분당 음성통화요금(RPM) 비교조사에서 3위를 기록했다. 조사대상이 된 8개국은 이동통신 가입률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
메릴린치는 1분기 보고서 상 요금자료를 활용, 각국 사업자의 홈페이지 등 소비자가 접근할 수 있는 요금자료를 수집해 2008년 기준 구매력지수(PPP) 및 명목환율을 적용한 것이다. 분당음성통화요금(RPM)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다.
뒤이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발표한 '커뮤니케이션 아웃룩'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량 이용자가 6위, 중량 이용자가 12위, 다량 이용자가 16위를 기록했다. OECD 자료는 30개국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이동전화 사용량에 따라 각각 소량(44분), 중량(65분), 다량(140분)으로 나눠 계산했다.
메릴린치에서 선정한 OECD 8개국을 따로 떼어내 OECD 보고서의 중량 사용자군을 비교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마찬가지로 3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OECD 보고서는 각국의 평균 요금 수준을 반영하기 보다는 OECD가 정한 기준통화량(소량, 중량, 다량)별 최저요금제를 찾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별 국가의 실제 통화량이 OECD 기준통화량과의 편차가 클수록 실제 요금 비교에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OECD 보고서에서 미국은 소량·중량 사용자에서 OECD 30개국 가운데 가장 비싼 나라로, 다량 사용자는 6번째로 비싼 나라로 나타났다. 반면 메릴린치 보고서는 미국이 OECD 국가 중 요금이 가장 저렴한 나라로 조사됐다.
■각국 상황 객관비교 지표 필요
메릴린치나 OECD 모두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이런 곳에서의 조사결과 마저 상이한 원인은 뭘까.
유선전화요금과 달리 이동전화 요금의 경우 다양한 선택요금, 할인제도, 멤버십 제도 등이 있어 표준요금을 단순 비교하는 현재의 비교 방식은 무의미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표준요금을 이용하는 고객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따라서 각국의 요금수준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요금변동추세, 이통 사업자의 수익성, 경쟁상황, 시장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평가해야 한다. 국가별로 이동전화 커버리지가 다르고, 기술표준이나 과금방식, 단말기 보조금 또한 달라 단순히 요금을 비교하는 것이 정확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메릴린치 보고서는 각국 1인당월평균통화시간(MOU)을 사업자의 매출액을 가입자로 나눠 계산했다. 문제는 가입자인증모듈(SIM) 등이 일반화된 국가가 많아 한 사람이 여러 대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계산될 수 있다. 이 경우 MOU는 1인당월평균통화시간이 아니라 '단말기한대당월평균통화시간'이 되며, '개통단말기수=실제이용자'가 되는 우리나라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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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보고서 또한 연간평균통화량(MOU)의 소량, 중량, 다량을 각각 360분, 780분, 1천680분으로 했지만, LG텔레콤의 MOU는 2천398분으로 OECD 기준과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이동전화 요금 수준을 평가하는 자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자국 이동전화 요금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별도로 '도쿄모델'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