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품질과 생산성이 실종된 통신요금 논란"

[긴급기획-1]통신 요금 정책 어디로 가야하나

일반입력 :2009/09/03 08:52    수정: 2009/09/10 09:05

특별취재팀 기자

우리나라의 휴대폰 요금 적정성을 두고 또다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요금이 비싸다는 자료가 나오자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요금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가격 비교에만 집중한 나머지 정작 가격을 결정하는 '품질 비교'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매년 통신업계의 핫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휴대폰 요금 논란. 올해 그 논란의 발단이 된 것은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메릴린치의 국제 이동통신 요금비교 자료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커뮤니케이션아웃룩2009' 보고서다.

소비자원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이동통신의 분당 음성통화요금 수준이 10개 비교대상 국가 중 3위, 29개국 중 14위를 차지했다. 특히 분당 음성통화요금 수준은 음성통화량이 유사한 15개국 중 1위라고 전했다.

OECD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요금순위가 30개 회원국 중 소량이용자는 25위, 중량이용자는 19위, 다량이용자는 15위로 중상위권 요금을 내는 나라로 구분됐다. (참고로 OECD 순위는 높을 수록 요금이 낮음)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자료에 대해서는 비교 기준이 모호해 그 객관성을 검증 받지 못하고 있어, 이를 인용해 우리나라의 요금수준이 높다고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국제간 휴대폰 요금의 비교 자체가 요금의 높고 낮음 여부를 논할 기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OECD에서도 각 나라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인 기준으로 조사를 진행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요금수준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지표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고 원가보상률도 100%를 넘어섰기 때문에 요금인하 여력이 있다는 주장은 이에 비해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이통사의 차세대 통신망 투자에 대한 여유자금 준비라는 반박 논리를 명쾌하게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휴대폰 요금 기준, '품질' 우선 고려해야

그렇다면 이러한 소모적인 논란을 뒤로 하고, 우리나라 휴대폰 요금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 볼 필요가 있다. 바로 '통신 품질'이다.

통신 서비스의 품질을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어찌 보면 요금 비교보다 더 객관성이 없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내 통신서비스의 품질은 전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이동통신 서비스의 품질을 비교하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다. 쉽게 말해 '얼마나 잘 터지느냐'로 판단하면 된다. 이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있는지 와도 직결되는 문제다. 사용자가 많을 수록, 즉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야만 산업이 발달하고 기술도 다음 단계로 진화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컴(Ofcom)'에 따르면, 2009년 7월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3G 이동통신 커버리지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의 3G 커버리지가 100%, 한국 99%, 영국 92% 순이며, 그 뒤를 이어 독일 80%, 미국, 이탈리아, 캐나다가 78%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통위가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도 국내 3G 이동통신품질평가에서 음성, 무선데이터, 영상통화를 대상으로 12만6천540건의 품질측정을 실시한 결과 98.4%가 정상적으로 개시·완료됐다고 전했다.

■한국, 보급률과 커버리지 '세계 최고 수준'

3G 보급률 또한 한국과 일본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발표한 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보급률 100%를 기록했고 일본은 82%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OECD 평균은 1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비교에서 3G는 CDMA2000 이상의 기술방식이 적용된 이동통신을 의미한다. 3G는 음성과 문자 기능에 무선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받아보는 서비스로, SK텔레콤이나 KT가 영상통화 서비스로 구분하는 3G(WCDMA)를 포함해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사용하는 이동통신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3G에 대한 해석방식이 틀리기 때문에 한국의 CDMA2000을 2.5G 기술로 간주하더라도, WCDMA와 LG텔레콤이 사용하는 리비전A 기술방식만을 3G로 정의한다 해도 47%의 보급률을 기록해 OECD 평균보다 2배 이상 높다.

앞서 언급했듯이 휴대폰 보급률 또한 중요하다. 전세계에서 이동통신 기반이 가장 잘 발달된 나라인 일본도 지난 3월 기준으로 휴대폰 보급률이 84.2% 수준이다. 보급률로 따지면 99%에 육박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제법 차이가 있다.

게다가 일본은 가입한 이통사가 다르면 문자메시지(SMS)를 보낼 수 없어 무선인터넷을 사용해야 한다. 일본인들은 휴대폰에 상대방의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두고 문자메시지처럼 보내기 때문에 '메일'이라고 부른다.

■ 소비자 향유 서비스 가치와 가격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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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같은 경우,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주요 국가 중 상대적으로 통화완료율과 커버리지가 높은 편이지만 지하철에서 휴대폰 통화가 안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 6월 영국 정부가 발표한 'Digital Britain Report'에 따르면 "런던 지하철의 센트럴 런던 섹션은 규모가 큰 역을 포함해 거의 대부분이 음영지역"이라고 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 존재한다.

통상적으로 품질이 좋은 제품은 그렇지 않은 것 보다 비싼 값을 받는다. 통화품질이 좋다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더 많은 투자를 했기에 가능한 결과이다. 국제요금 비교나 이통사의 수익률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요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것은 경제논리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