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요금인하 '동상이몽'

일반입력 :2009/08/26 14:11    수정: 2009/08/26 15:14

김효정 기자

휴대폰 요금인하를 위한 방안으로 가입자식별모듈(USIM) 완전개방과 MVNO 도입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들은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휴대폰 요금 수준에 대한 논란이 많다. 이는 각국 시장환경 및 서비스 방식, 통화품질 등을 고려했을 때 요금의 적정성을 논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국내 이통사들이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마케팅비용을 줄일 수 있다면 요금인하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통사의 마케팅비용은 대부분 단말기 보조금과 대리점에 지급하는 가입자 유치 수수료가 차지한다. 현재 시장상황은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 탓에 누구 하나가 보조금 경쟁을 늦출 수 없다. 소비자들이 더 좋은 휴대폰을 싼 값에 구입하기 위해 더 많은 보조금을 주는 이통사로 옮겨가기 때문이다.

즉 가입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이통사, 단말기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한 휴대폰 제조사 그리고 신형 단말기를 보유하고 싶은 소비자가 한치의 틈도 없이 악순환의 고리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USIM 완전개방과 MVNO 도입은 불가능하다.

USIM 완전개방은 소비자가 USIM칩만 가지고 있으면 이통사, 단말기 기종과 상관 없이 원하는 단말기를 가전제품 대리점이나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다. 단말기를 내건 보조금 경쟁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요금이 인하될 수도 있다.

문제는 USIM 완전개방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출시된 3G WCDMA폰은 기본적으로 USIM 잠금해제 기능이 들어가 USIM 개방이 이뤄졌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KT와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1여년간 USIM 이동고객은 불과 207만명 수준. 지난 6월말 기준 3G 누적가입자 2천126만여명의 10분의1 가량이다. 이는 대부분 같은 사업자 내에서의 이동이며 KT와 SK텔레콤 간의 이동은 사업자간 이동 건의 0.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사업자간 이동이 적은 이유는 각 이통사별 휴대폰의 플랫폼과 규격이 달라서 음성 및 문자, 영상통화 기능 외에는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무선데이터 서비스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KT 관계자는 "외국과 달리 2G 시장에서부터 후불요금제가 정착됐기 때문에 USIM 이동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적다"며 "이통사 입장에서도 USIM 이동이 활성화되면 보조금 부담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단말기 제조사들의 입장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USIM 완전개방시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돼 휴대폰 판매량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 제조사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통시장에서 이통사의 영향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제조사가 쥐락펴락 할 수 없는 문제"라며 "이통사가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놓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보조금을 통한 의무약정으로 소비자를 귀속시키려는 경향이 여전하다"고 주장했다.

MVNO 도입 또한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다. 신규 사업자가 등장해도 기존 이통사와 단말 제조사가 형성해 놓은 관습을 단기간에 허물어뜨리기는 힘들다. 더구나 MVNO 망임대 비용에 대한 사전•사후규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법 통과도 지지부진하다.

또 다른 문제는 소비자의 인식이다. 요금인하를 원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공짜폰 내지는 저렴한 가격의 단말기 구입을 선호한다. 또한 중고폰 사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위원회가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중고폰 무료제공 캠페인을 실시했지만 3개월 동안 이용신청자는 불과 100여명. 업계에서는 소비자 집안에 숨겨져 있는 '장론폰'이 1천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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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불황에도 불구하고 60만원 이상의 고가폰 판매비중은 20%가 넘고, 40만원 이상의 중고가폰을 합치면 70% 가량을 차지할 만큼 선호도가 높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중고폰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형제품을 원하고 있다"라며 "이통시장의 구조적 문제점도 크지만 결국 소비자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요금인하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