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입맛대로 발표하는 이통 요금비교

일반입력 :2009/07/29 13:18    수정: 2009/07/29 23:12

김효정 기자

우리나라 휴대폰 요금은 비싼가. 아니면 저렴한가.

정부부처간에도 제 입맛에 맞는 기준을 동원해 서로 다른 발표를 하는 볼성 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사활적 이해가 걸린 업계는 "왜곡된 자료로 소비자를 오도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휴대폰 음성통화요금이 음성통화량이 비슷한 OECD국가 15개국 중 가장 비싼 것으로 드러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잘못된 비교이며 통화요금이 비싸지 않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방통위 역시 업계와 비슷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29일 이동통신요금 중 음성통화요금, 국제로밍요금 그리고 SMS요금을 외국과 비교·조사하여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이통요금은 OECD 8개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10개국 1위 이동통신사업자들과 비교할 때 음성통화요금은 3위로 나타났다. 또한 각 국 이동통신사업자의 평균 음성통화요금을 비교할 때, OECD국가(26개 국가)와 이스라엘, 홍콩, 싱가포르를 포함한 29개 국가 중 우리나라의 음성통화요금은 14위였고, 특히 음성통화량이 비슷한 15개국 중 우리나라의 음성통화요금은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소비자원의 발표에 대해, SK텔레콤과 KT는 자료 자체가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소비자원의 국제요금 비교는 가입자당월매출(ARPU)를 월총통화시간(MOU)을 나눈 1분당수익(RPM)을 기준으로 했는데, 여기서 ARPU가 실제 1인당 요금지불액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KT는 "실례로 지난해 휴대폰 보급률이 한국은 93.9%였지만, 그리스는 201.8%였다"며 "한국은 개통 단말기수가 곧 실제 이용자수다. 그러나 유럽 등에서는 SIM 카드만 보유하고 있어도 가입자로 계산돼 획일적인 국제비교는 무의미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원이 근거로 삼은 자료는 메릴린치 보고서를 토대로 소비자원에서 자체적으로 분석한 것. 반면 이통사업자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및 자체 조사를 기반으로 반박하고 있다. 방통위는 업계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정부의 요금인하 정책 기조를 의식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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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공정위와 소비자원이 요금인하 의지가 강한 것 같다. 그러나 공정위가 요금인하를 주도하기 위해 자료를 발표했다기 보다 소비자 후생 차원에서 요금비교를 한 것으로 본다"며 "문제점이 제기된 공정위측 자료보다는 OECD 발표 자료가 모수도 많고 그 동안 경험치를 볼 때 적절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발표자료에 요금비교 기준이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휴대폰 요금 인하를 본격적인 토론의 장으로 끌어 내기에 적합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