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이통요금과 가계지출 비율의 진실"

[긴급기획-2]통신 요금 정책 어디로 가야하나

일반입력 :2009/09/04 08:18    수정: 2009/09/10 09:05

특별취재팀 기자

지금 당신에게 휴대폰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대해 개인마다 천차만별의 답이 나오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활필수품 같은 존재로 인식하지 않을까. 생계를 위해, 전화 본연의 기능인 '소통'을 위해서, 혹은 게임이나 사진촬영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위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

국내 이통 서비스 가입자는 지난 7월 기준 4천740만여명으로 총인구의 약 96% 수준. 수치상으로는 머지 않아 모든 국민이 휴대폰 하나씩을 보유하게 된다.

또한 전체 통신비 중 휴대폰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육박할 만큼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가계통신비는 월 13만4천178원으로 전체 가계소비지출의 5.8%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휴대폰 요금이 69.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이처럼 휴대폰 보급률이 높고 전체 통신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그리고 휴대폰 사용량도 월등히 많다. 지난해 한국의 월평균 이동전화 사용량은 320분. 이는 우리나라와 같이 발신과금방식(CPP)을 사용하는 국가들의 평균값 보다 약 1.9배 많다.

서울시립대 성낙일 교수는 우리나라는 이동전화와 문자메시지 사용량 모두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군에 해당한다며 실례로 우리나라 소비자는 가정에서도 저렴한 유선전화보다 이동전화를 흔히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단체 등이 휴대폰 요금인하를 주장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 정부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당시 통신비 20% 절감을 통해 가계 부담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3일 개최된 이동통신 요금 관련 토론회에서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통신비 20% 인하 공약을 지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휴대폰, ‘종합문화서비스플랫폼’으로 진화 중

휴대폰 요금이 얼마나 내려갈 것인지를 생각하기 전에, 휴대폰이 우리 생활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점에 따라서 대다수 국민이 사용하는 보편적 성격의 서비스로 볼 수도 있지만, 이통사가 공기업화 되지 않는 이상 엄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한 앞으로는 통화 그 자체보다 무선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종합문화서비스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요금인하 폭이 덜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 2001년 월평균 통화량 299분에서 지난해 320분으로 사용량이 늘고 있는 반면 통신비 지출액은 지난 2007년 13만9천469원에서 올해 1분기 13만4천178원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7-2008년 통신비 지출을 제외한 전체 가계지출액 증감을 살펴보면 통신비는 1.1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는 24.355%가 증가했고, 주거 및 수도광열은 12.163%, 교통비는 15.154%, 교육은 49.873%, 기타 상품 및 서비스는 11.244%가 증가했다. 특히 전체소비지출 비중에서는 통신이 0.46% 감소로 가장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통계자료에서 언급된 것처럼 가계소비지출 중 통신비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가계통신비 통계와는 별도로 소비자는 여전히 '휴대폰 요금은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공정경쟁정책연구실의 김민철 박사는 휴대폰의 지출비중과 절대금액이 증가하고 있고, 무선인터넷 등 휴대폰을 통한 다양한 부가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요금이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신비는 낮아지고 있지만 가계 휴대폰 요금은 2004년 7만8천원에서 지난해 9만4천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휴대폰이 여타 통신서비스의 대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선전화 사용량이 급감하고 공중전화 역시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전성배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장은 통신이 주가 되는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 이동통신은 e뱅킹, 마케팅, 교육까지 가능한 종합문화서비스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통신비와 문화비 함께 고려해야

한 통신사의 IR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기본료와 음성통화료 등 기본적인 이통 서비스 관련 요금 비중은 76.7%로 줄어들고 있지만 데이터 통화료, 정보이용료, 부가서비스 사용료 등 새로운 서비스 관련 요금 비중은 23.3%로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휴대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통신서비스 수단인 동시에, 단순한 통신수단을 넘어선 차세대 문화서비스플랫폼으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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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이동통신의 사회경제적 가치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분포한 800명의 조사대상자의 월평균 요금은 5만1천852원이었지만 실제 느끼는 효용가치는 8만1천418원으로 나타났다. 휴대폰의 효용가치에 비해 요금이 낮다는 것이다.

휴대폰의 효용가치가 높다면 이에 맞는 적정한 요금도 필요하다. 또 요금인하가 필요하다면 이러한 가치도 함께 고려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