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시장, 反시스코 연대 확산

HP·IBM 등 거물급 IT업체들, 시스코 견제위한 제휴 확대

일반입력 :2009/06/19 16:29    수정: 2009/06/19 21:25

황치규 기자

'네트워크 거함' 시스코시스템즈를 향한 IT업체간 합종연횡이 그칠줄을 모른다. 갈수록 판이 커지는 모습이다. 휴렛패커드(HP), IBM 등 한때 시스코와 긴밀하게 협력했던 거물급 IT업체들이 대거 '반시스코 연대' 대열에 가세했다. 시스코는 점점 고립되는 양상이다.

계기는 시스코의 서버 시장 진출이었다. 시스코는 지난 3월 블레이드 서버와 스토리지 액세스 그리고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합한 UCS(유니파이드컴퓨팅시스템)를 내놓고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맹주가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서버 시장에서 협력해왔던 HP이나 IBM과 충돌하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HP, 알카텔과 손잡고 시스코 압박 가속화 

HP는 18일(현지시간) 통신 장비 업체 알카텔-루슨트와 앞으로 10년간 제품 공동 개발 및 판매에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IP텔레포니, UC(유니파이드 커뮤니케이션), 보안, 컨택센터 분야 등을 아우르고 있다. HP는 이들 솔루션을 자사 기술과 통합해 기업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HP와 시스코간 대립각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HP는 그동안 통신 장비는 어바이어나 시스코 제품을 재판매하는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HP가 알카텔과 손을 잡으면서 HP는 네트워크 장비를 넘어 통신 장비 시장서도 시스코와의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보기술(IT) 전문 조사 업체 아비안시큐리티즈의 아비 코헨 애널리스트는 연구노트를 통해 "HP와 알카텔간 협력은 HP가 시스코 고객 기반을 파고드는 또 다른 시도"라며 "시스코에게는 나쁜 뉴스다"고 평가했다.

코헨 애널리스트는 양사 협력을 긍정적으로 분석했다. 기업들이 점점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으로 이동하는 만큼, 고품질 서비스와 보안 네트워크의 전략적 가치는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알카텔-루슨트는 HP와의 협력으로 통신 업체들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지원할 수 있고 HP는 자사의 막강한 엔터프라이즈 채널을 통해 알카텔-루슨트를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HP가 시스코 압박의 신호를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HP는 프로커브로 불리는 독자적인 네트워크 제품군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공략을 위해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그리고 서버를 통합한 클라우드 매트릭스도 발표했다.

'클라우드 매트릭스'는 클라우드 환경 구현에 필요한 가상화 및 자동화, 서비스 관리 기술, 그린 컴퓨팅 기술이 집적된 제품으로 이뤄져 있다. 서버, 스토리지, 버추얼 커넥트 스위치가 통합돼 있는 것은 물론 운영관리 프로세스 및 비즈니스 서비스 자동화를 위해 필요한 SW들도 탑재됐다.

HP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UC 시장에서 또 하나의 반 시스코 연합을 결성했다. HP는 양사 제품간 상호 운용성 강화는 물론 MS 인프라를 위한 IP 데스크폰도 내놓기로 했다.

IBM도 반 시스코 전선 구축 분주

IBM에서도 반 시스코 분위기가 진하게 풍긴다. IBM은 시스코가 지난 3월 서버 시장에 진출하자 브로케이드 스위치를 재판매하는 카드로 바로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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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은 이미 브로케이드 스토리지 에어리어 네트워크(SAN) 장비를 재판매해왔던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사간 밀월관계는 더욱 깊어지게 됐다. 상대적으로 시스코와의 관계는 불편해질 것이란 평가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IBM은 브로케이드에 이어 시스코의 최대 경쟁사중 하나인 주니퍼네트웍스와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영업 제휴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M이 주니퍼와 손을 잡을 경우 시스코와의 경쟁은 더욱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