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의 반격'…시스코 네트워크제국 흔들리나

일반입력 :2009/04/28 15:59

황치규 기자

'빅블루' IBM이 지난 10년간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던 시스코시스템즈를 향해 강력한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시스코와 경쟁하는 브로케이드 이더넷 스위치 장비를 재판매하겠다고 나선 것. 이에 따라 시스코와 IBM간 협력관계는 심각한 균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갈등(?)의 원인은 시스코였다. 시스코는 지난 3월 네트워크 장비와 서버 그리고 가상화 솔루션을 통합한 데이터센터 플랫폼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를 공개했다. 서버와 데이터센터는 IBM 핵심 사업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시스코는 IBM과의 경쟁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싸우면서 협력하는 '코피티션'(coopetition)도 화두로 던졌다. IBM의 관계가 협력 중심에서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사이로 바뀔 것임을 예고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만큼 IBM이 자신들의 영토를 파고든 시스코를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전망은 브로케이드와 전략적 동맹을 맺는 '맞불작전'으로 현실화됐다.

27일(현지시간) 씨넷뉴스에 따르면 IBM은 브로케이드 이더넷 스위치 등 엔터프라이즈 IP 네트워크 장비를 판매하게 된다.

IBM은 이미 브로케이드 스토리지 에어리어 네트워크(SAN) 장비도 이미 재판매해왔던 만큼 이번 협력으로 양사간 밀월관계는 더욱 깊어지게 됐다. 이에 따라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최강' 시스코를 상대로 위협적인 견제구 역할을 할 수 있을지가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시스코는 그동안 네트워크와 스위치 등 핵심 사업에서 제대로된 상대와 싸워보지 못했다. 중소 업체들이 시스코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점유율에는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는 평가다. 씨넷뉴스는 "노텔 네트웍스와 같은 나름 이름있는 업체도 시스코를 추격하는데 역부족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판세는 급변하고 있다. IBM과 HP로 대표되는 컴퓨팅 분야의 '거인'들이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지분 확대에 나섰다.

HP는 몇년전부터 독자적인 이더넷 스위치 사업을 펼쳐왔고 현재 10% 가량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 넘버2다.

이런 가운데 시스코를 위협할 IBM-브로케이드 연합군까지 등장했다. 씨넷뉴스는 "HP 프로커브 제품군은 로우엔드, IBM은 하이엔드 시장에서 시스코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IBM과 시스코간 인연은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BM은 99년 네트워크 시장 철수를 선언하며 관련 사업을 시스코에 매각했다.

이후 IBM 글로벌 서비스 사업부는 시스코 제품을 재판매해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스코가 매년 IBM으로부터 4~5억달러의 매출을 거둬들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둘 사이가 껄끄러워지면서 이 돈의 많은 부분은 브로케이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시스코는 지난 수년간 시스코는 사업 영역을 크게 확장해왔다. IBM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와도 통합 커뮤니케이션(unified communications: UC)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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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키그룹의 제우스 케라발라  수석 부사장은 "시스코와 IBM, HP와의 관계는 크게 변화했다. 시스코는 앞으로 주요 파트너로  IBM, HP, MS보다 오라클이나 SAP를 말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마이클 클레이코 브로케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사업을 확장하는 시스코의 공격적인 행보가 고객들이나 다른 회사들이 시스코 대신 다른 파트너를 찾아나설 가능성을 열어줬다"면서 "그러나 IBM과의 협력은 시스코가 UCS를 발표하기전부터 추진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