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제작사 스튜디오 아텍을 이끄는 김성필 공동대표가 추구하는 방향은 단순히 건물 외벽에 화려한 영상을 선보이는 것이 아니다. 공간의 구조와 특성, 관객의 경험까지 고려해 새로운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지난 달 아텍의 작품이 전시된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 만난 김 대표는 “예술과 기술이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아름다움을 탐구하는 것이 스튜디오 아텍의 출발점”이라며 “공간과 미디어, 이를 경험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 아텍은 2019년 김 대표와 박문석 공동대표가 설립한 미디어아트 스튜디오다. 회사 이름 역시 예술(Art)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합성어다. 두 대표 모두 예술가로 활동하다 창업에 나섰으며, 초기에는 사업 확장보다 새로운 미디어아트 작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 대표는 기존 디자인 작업의 정적인 한계를 벗어나 역동적인 표현을 시도하면서 미디어아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처음에는 미디어아트가 무엇인지 설명할 만한 사례조차 많지 않았다”며 “2019년 성수동에 스튜디오를 만들 때도 사업을 키우겠다는 생각보다 우리가 하고 싶은 작업을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고 돌아봤다.
아텍은 설립 초기부터 다양한 실험을 이어왔다. 2019년에는 입체감을 강조한 아나모픽 미디어아트 ‘공’ 시리즈를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전광판에서 선보였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진과 협업해 인공지능(AI)으로 앙리 마티스의 작품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미디어아트의 영역을 영상에서 공간 전체로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올해 진행한 한화 퐁피두 관련 공간 프로젝트에서는 여의도 63빌딩 내 공간을 찾는 방문객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에 초점을 맞춰 작업을 진행했다.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홍보관은 약 300평 규모의 공간을 대상으로 인테리어와 영상관을 함께 재설계했다. 단순히 영상을 제작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객이 머무는 공간 자체를 디자인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영상을 보여주더라도 그 영상이 어디에서 상영되는지, 관객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공간과 미디어가 만나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을 제공하는 스튜디오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신세계면세점과 진행한 한글날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아텍은 신세계면세점의 K-리플렉션 프로젝트에서 홍인숙 작가와 협업했다. 한글을 소재로 한 작가의 회화를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 입체적인 영상으로 구현한 작업이다. 작품은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룩스, 삼성동 아티움,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아이코닉존 미디어파사드 등 서울 주요 거점 세 곳에서 선보였다.
김 대표는 “홍인숙 작가의 작품이 3차원 공간에서 펼쳐진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데서 출발했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자연스럽게 한글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기를 바랐다”고 소개했다.
제작 과정에서는 원화의 질감과 표현을 최대한 살리는 데 집중했다. 작품을 한 점씩 스캔해 디지털 환경으로 옮기고, 각 전광판의 구조에 맞춰 별도 3차원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평소 AI를 적극적으로 연구해 온 아텍이지만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초기 구도와 연출을 검토하는 데 주로 활용하고 실제 제작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최근에 AI를 이렇게 사용하지 않은 작업이 없었다”며 “작가의 원화를 정교하게 구현하는 과정에 작업자들이 많은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AI가 예술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할수록 창작자의 역할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진의 등장으로 예술의 표현 영역이 확장된 사례를 들며, AI 역시 기존 예술을 대체하기보다 새로운 창작 방식과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요즘은 전문가인 저와 초등학생이 같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같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AI시대에 단순히 멋진 이미지로는 차별화하기 어렵다”며 “그 이미지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용돼야 하는지, 어떤 맥락에서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와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미지를 만드는 일은 점차 쉬워지고 있다. 김 대표는 그럴수록 기술 자체보다 이를 어떤 경험으로 연결할지 고민하는 창작자의 역량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미디어아트 시장의 성장세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과거 일부 전시 공간에 한정됐던 미디어아트가 이제는 백화점과 거리, 지역 축제 등 일상 곳곳으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아트가 대중화된 배경으로는 별도 설명 없이도 어린아이부터 노년층까지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직관적인 전달력을 꼽았다.
다만 국내 시장이 성공 사례를 반복하는 데 치중하는 경향에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 대표는 “한국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시도하려는 의지가 강한 나라”라면서도 “실패하지 않으려고 이미 성공한 사례를 계속 참고하다 보니 어디서든 비슷한 결과물이 반복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존 사례를 참고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조금 도전적이더라도 새로운 시도를 해보면 좋겠다”며 “그런 도전이 쌓여야 미디어아트 산업도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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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가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새로운 공간 경험이다. 건물 외벽뿐 아니라 복도와 전시장, 일상 공간 전체가 미디어와 결합해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는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는 “미래에는 건물 외벽 전체가 미디어가 될 수도 있고, 관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공간이 등장할 수도 있다”며 “지금보다 진보한 형태의 공간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끝으로 스튜디오 아텍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김 대표는 “예술과 기술, 공간이 저희가 추구하는 세 가지 키워드”라며 “그 교차점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전달하는 회사로 기억되고 싶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