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밤이 거대한 캔버스로…도심 수놓는 미디어아트 산업

명동·광화문·삼성동 곳곳이 디지털 전시장…도시의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0/13 13:11

서울 도심의 밤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빌딩 외벽에 거대한 폭포가 흐르고, 화려한 빛과 영상이 거리를 수놓는다. 광고판으로만 여겨졌던 대형 전광판이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캔버스로 변신한 셈이다.

13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다양한 미디어아트가 펼쳐지고 있다.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의 약 3000㎡ 규모 초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룩스(LUUX)'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이 홍인숙 작가와 협업한 '한지에 담은 안녕'이 이달 31일까지 상영된다. 삼성동 코엑스 아티움 외벽에서도 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신세계면세점 명동점 10층 아이코닉존에서는 다음 달 30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특히 삼성동과 광화문에서는 평면 작품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한 입체감을 구현하는 아나모픽 기법이 적용돼 눈길을 끈다. 광화문광장 해치마당 미디어월과 아뜰리에 광화에서도 서울시가 마련한 미디어아트 전시가 진행 중이다. 이처럼 도심의 대형 전광판과 건물 외벽이 일상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면서 서울의 밤거리에 새로운 볼거리가 늘어나고 있다.

삼성동 아티움 한지로 담은 안녕 미디어아트. 사진=신세계디에프

최근 백화점과 면세점 등 유통기업들은 대형 디지털 화면을 활용해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이고, 전문기업들은 실감형 전시와 공간 연출을 앞세워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단순히 볼거리를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이런 풍경이 가능한 것은 평면인 전광판이 3차원 공간과 움직임을 가진 영상으로 재구성 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성장했다. 건물 외벽 자체가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되면 브랜드 홍보를 넘어 고객의 발길을 이끄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 쇼핑을 목적으로 방문하지 않은 시민과 관광객도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주변에 머물 수 있어 도시의 관광 경쟁력과 상권 활성화를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명동 일대에서는 대형 미디어파사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야간 경관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외벽에 설치된 약 1292㎡ 규모의 신세계스퀘어는 크리스마스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며 도심의 야간 명소로 자리 잡았다.

롯데백화점도 본점 영플라자 외벽에 약 1614㎡ 규모의 롯데타운 라이트를 조성하고 있다. 오는 12월 운영을 앞둔 이 시설까지 가세하면 명동 일대는 대형 미디어 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관광·문화 공간으로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미디어아트 산업의 성장은 전문기업들의 사업 확장에서도 확인된다. 과거 기업 홍보 영상이나 일회성 전시 제작에 머물렀던 미디어아트는 상설 전시관과 관광시설, 해외 수출 콘텐츠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 대표 미디어아트 기업인 디스트릭트(d'strict)가 대표적이다. 디스트릭트는 2020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 대형 전광판에 거대한 파도가 출렁이는 미디어아트 웨이브(WAVE)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실제 물이 유리벽 안에서 움직이는 듯한 입체적인 영상은 도심 속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후 디스트릭트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을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제주를 시작으로 여수와 강릉, 부산 등에 전시관을 열었고 홍콩과 미국 라스베이거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했다. 도심의 전광판에서 시작된 미디어아트가 관광객이 직접 찾아와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 콘텐츠로 발전한 셈이다.

실감미디어 전문기업 닷밀도 산업 성장의 또 다른 사례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의 프로젝션 맵핑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며 기술력을 알린 닷밀은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 제작을 넘어 자체 관광시설 운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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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밀의 지난해 매출액은 338억원으로 단순한 영상 제작을 넘어 공간 설계와 구축,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미디어아트가 독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는 단순히 광고를 넘어 기업의 이미지와 도시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기업과 기관의 공공문화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미디어아트가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