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기업 10곳 중 3곳만 '전기화'…초기 투자비 최대 난관

추진 기업 56.8% "비용 부담 크다"…전력비 인센티브·요금제 개선 요구

IT 일반입력 :2026/11/08 12:59

제조기업의 화석연료 설비를 전기로 바꾸는 '전기화'가 초기 단계에 머무는 가운데 투자비와 전력비 부담을 낮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제조업체 30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의 전기화 현황과 정책과제 조사'에서 전기화를 추진 중이라는 응답이 31.9%로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추진 예정인 기업은 5.2%였고, 나머지 62.9%는 추진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전기화는 석탄·석유·가스를 쓰던 설비나 공정을 전기 기반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가스 보일러를 전기 히트펌프로 교체하거나 철강 생산에 전기로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전환 정책인 K-GX의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전기화 추진 현황 (사진=대한상의)

이미 전기화에 나선 기업도 비용 문제를 겪고 있었다. 추진 기업 가운데 부담이 '다소 크다'는 응답은 42.0%, '매우 크다'는 응답은 14.8%로, 합계 56.8%가 부담을 크게 느꼈다. '보통'은 39.8%, '적다'는 3.4%였다.

부담 요인을 복수로 물었을 때는 초기 투자비가 높다는 응답이 84.0%로 가장 많았다. 설비를 바꾼 뒤 발생하는 운영비 부담도 56.2%에 달했다. 정책 불확실성(18.5%),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우려(16.4%), 기술 부족(12.1%), 인력 부족(6.8%)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의 정책 요구도 비용 문제에 집중됐다. 전기화에 필요한 지원책으로 66.1%가 '전력조달비용 부담을 줄이는 인센티브'를 선택했다. 요금·시장 제도 개선은 61.9%, 에너지정책의 예측가능성 제고는 45.0%, 기술개발·인력양성은 23.1%였다. 이 문항 역시 복수응답으로 조사했다.

대한상의 의뢰로 주요국 지원 사례를 분석한 정연제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전기요금이 높으면 설비 전환 이후 운영비가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보다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투자뿐 아니라 전환 이후의 전력비도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정부기금을 활용해 기업의 전력조달비용을 낮추는 지원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대한상의가 소개한 해외 사례는 에너지 효율 개선이나 녹색투자를 전력비 지원과 연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고서는 미국 텍사스주 일부 전력회사의 재생에너지 사용 기업 대상 요금 인센티브와 중국의 고효율 에너지집약기업 대상 요금 할증 면제를 사례로 들었다. 독일은 녹색투자를 조건으로 전기요금 차액을 지원하고, 일본은 에너지 효율 등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감면하는 방식으로 소개됐다.

도입을 준비하는 제도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산업용 열의 전기 전환에 요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법안은 계류 중이다. 폴란드도 녹색투자와 연계한 전기요금 지원을 2027년 시행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년 시행 예정인 산업용 지역 전기요금제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비용 부담을 덜고 전기화에 도움이 될지를 묻자 91.8%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세부 응답은 '효과 있을 것' 66.4%, '다소 기대 높음' 17.9%, '매우 기대 높음' 7.5%였다.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8.2%였다.

다만 요금제에 대한 기대가 곧바로 비수도권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비수도권 신·증설 투자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는 응답이 49.8%로 가장 많았다. 투자가 '다소 증가'하거나 '매우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11.4%, 3.3%였다. 투자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응답도 35.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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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기업이 비용 부담 때문에 전기화를 망설이지 않도록 전력조달비용을 낮추는 인센티브와 예측 가능한 요금체계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9월 9일부터 28일까지 전화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응답 기업은 대기업 45개사와 중견·중소기업 262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