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내리고 과자값 올리고…식품사 가격 결정 '진퇴양난'

가격 인상·동결 엇갈리는 대응…공정위 담합 조사까지 겹쳐 고심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1/05 17:36

식품기업들이 제품 가격 조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소비자들의 가격 인하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원부자재와 인건비, 물류비 부담이 지속되면서 가격을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가격을 인상하면 소비자 반발이 우려되고, 인하하거나 동결하면 수익성 확보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5일 식품 관련 기업들에 따르면 주요 식품 제조사들은 제품별 원가와 수익성 등을 고려해 가격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3월 라면과 식용유 등 일부 제품의 가격 인하가 이뤄진 반면 최근에는 과자와 음료를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공식품 가격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까지 확대하면서 기업들의 가격 결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인 2.1%보다 0.8%포인트 확대된 수치다. 일부 제품의 출고가 인상과 추석 명절 할인 종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면서 먹거리 물가에 대한 소비자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과자류가 진열돼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라면값 내리고 과자값 올리고…엇갈리는 가격 조정

올해 식품기업들의 가격 정책은 품목별로 엇갈렸다. 지난 3월 농심과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주요 라면 제조사 4곳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농심은 안성탕면과 무파마탕면 등 라면과 스낵 16종의 출고가를 평균 7% 내렸으며 오뚜기는 진짬뽕과 짜슐랭 등 일부 라면 가격을 평균 6.3% 인하했다. 삼양식품도 삼양라면 오리지널 봉지면과 용기면 가격을 평균 14.6% 내렸다. 다만 신라면과 불닭볶음면 등 주력 제품은 인하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라면, 불닭볶음면, 진라면.(사진=지디넷코리아)

이후에는 일부 제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재개됐다. 해태제과는 지난달 1일부터 오예스와 홈런볼, 포키, 고향만두 등 25개 브랜드의 제품 가격을 평균 7.8% 올렸다. 일부 제품은 판매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중량을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웅진식품도 같은 날부터 아침햇살과 하늘보리, 초록매실 등 20여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7% 인상했다. 원부자재 가격과 환율,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반영한 조치다.

기업들은 원재료 가격이 일부 안정됐더라도 인건비와 물류비 등 다른 비용이 계속 발생하는 만큼 제품 가격을 추가로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반면 원가 부담을 이유로 가격을 올릴 경우 판매량 감소와 소비자 반발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는 개별 제품의 수익성이 꼽힌다. 같은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이라도 원재료 사용 비중과 생산비용 등이 달라 가격 조정 여부를 일괄적으로 결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보통은 원가와 물류비 등 변수를 모두 고려해 기준을 잡는다"며 "어느 정도까지 나와야 수익이 발생할 수 있는지 회사 내부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비용 줄여 가격 유지하지만…수익성 압박에 공정위 조사까지

가격을 유지하는 기업들도 내부적으로는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있다. 판매가격을 올리지 않은 상태에서 제조원가가 상승하면 다른 부문에서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비용 절감 방안에도 한계가 발생한다. 생산과 판매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더라도 원가 상승분을 모두 흡수하기 어려워지면 추가적인 경영 판단이 필요해질 수 있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가격 인상도 원가 부담에 대응하는 방법 중 하나지만 소비자 반응 등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가격을 조정하기에 앞서 내부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채널 간 가격 경쟁도 이러한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온라인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할인 경쟁이 이어지면서 제조사들은 원가 부담과 함께 판매가격 경쟁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조사가 출고가격을 유지하더라도 유통채널의 할인과 판촉 행사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출고가를 인상하면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가격 조정 범위와 시기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세종청사 전경.(사진=지디넷코리아)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가공식품 가격 담합 조사까지 확대되면서 기업들의 가격 결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공정위 중점조사기획단은 지난달 14일 대상과 오뚜기, CJ제일제당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28일에는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제조사로 조사 범위를 넓혔다. 김치와 두부, 즉석밥 등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 결정 과정에서 담합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관련기사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공정위 조사, 원가 부담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가격 조정에 신중을 기하는 분위기다.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가격을 올릴 경우 소비자 반응을 고려해야 하고, 기존 가격을 유지하려면 내부적으로 비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결국 각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원가 부담과 수익성을 고려해 가격 정책을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