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은 작전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무인기와 전자전 장비가 전장에 투입되면서 감시와 통신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이에 따라 작전 방식도 끊임없이 수정되고 있다.
2025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우크라이나 전쟁 분석에서 무인체계와 전자전, 정보작전, 군수지원의 상호 연관성을 강조했다. 특히 통신 교란과 GPS 방해가 무인기 운용과 지휘통제에 영향을 미치면서 대체 통신수단과 새로운 운용방식이 요구된다고 분석했다.
전장은 개별 무기체계의 성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서로 연결된 전력과 정보가 변화하는 상황에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는가가 중요하다.
"군 AI 전환, 무엇이 부족한가 고민할 때"
군도 AI 기반 전력체계 구축을 추진해 왔다. 2023년 발표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은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와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체계(JADC2), 국방 AI 기반 구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AI를 도입한다는 것과 AI가 실제 작전 판단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생성형 AI와 검색증강생성(RAG)은 교범과 규정, 작전 관련 문서를 검색하고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현장에서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 변화가 현재 임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분석하려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작전계획과 교범에 담긴 지식은 비교적 정적이지만, 실제 전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지휘관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나열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이미 알고 있는 작전 지식에 새롭게 발생한 현실을 반영하고, 그 변화가 전체 임무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정보 연결이야말로 합동작전 출발점"
최근 국군사관학교 창설 논의에서도 '합동성'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합동성은 교육기관 조직개편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육·해·공군은 각자의 전문성과 작전정보체계를 유지하면서도 합동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하나의 작전목표를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커넥티드 사일로(Connected Silo)', 즉 연결된 전문체계다. 각 군의 독립적인 정보체계를 무조건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공통 개체와 관계, 임무 맥락을 연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안 지역에서 미확인 항적이 탐지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해군은 해상 감시체계에서 포착한 항적정보를, 공군은 공중 감시자산이 확보한 정보를, 육군은 해안 지역의 감시정보와 지상 상황을 각각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
개별 체계에서는 이 정보들이 서로 다른 보고로 존재한다. 그러나 온톨로지를 통해 ▲동일 대상으로 추정되는 항적 ▲관련 감시구역 ▲공동의 감시임무 ▲각 군의 가용자산이라는 관계로 연결하면 상황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세 군의 정보를 단순히 한 화면에 모으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보고가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지, 정보가 서로 일치하는지, 추가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지, 그 변화가 합동임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물론 서로 다른 항적을 동일한 대상으로 잘못 연결하지 않도록 신뢰도와 근거를 검증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이처럼 각 군의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공동 작전 맥락을 구성할 수 있어야 실질적인 합동전략 수립과 작전 조정이 가능해진다.
이것이 커넥티드 사일로가 지향하는 방향이며, 온톨로지가 합동작전의 지식적 연결 기반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시스템 사고를 AI가 이해하게 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다. 시스템 사고는 개별 요소보다 전체의 구조와 관계, 상호작용을 함께 이해하는 접근이다.
예를 들어 감시임무를 수행하던 무인기 잔여 운용시간이 급격히 감소했다고 가정해 보자. 일반적인 정보체계라면 잔여 운용시간을 표시할 것이다. 그러나 지휘관에게 필요한 정보는 그다음이다.
해당 무인기가 담당하는 감시구역은 어디인가? 감시가 중단되면 어떤 정보 공백이 발생하는가? 다른 감시자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현재 임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러한 관계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화하는 기술이 온톨로지(Ontology)다.
온톨로지는 작전부대, 임무, 감시자산, 통신망 등의 개체와 관계, 제약조건을 명시적으로 정의하는 지식체계다.
그러나 온톨로지를 구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작전 중에는 무인기 운용시간이 감소하고, 통신망 품질이 저하되며, 새로운 현장보고가 들어온다. 이러한 변화가 기존 작전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하이드레이션(Hydration)이다. 하이드레이션은 기존 온톨로지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건과 현장정보를 연결하고, 현재 상황에 필요한 맥락을 재구성하는 과정이다. 예컨대 통신망 품질 저하가 발생하면 해당 통신망과 연결된 감시자산, 지휘통제체계, 관련 임무를 확인하여 예상되는 영향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정보를 더 많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상황의 의미를 관계 속에서 설명하는 데 있다.
군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두 단계 PoC
처음부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대규모 AI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할 필요는 없다. 먼저 작은 규모의 실증을 통해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자는 두 단계의 PoC(개념검증)를 제안한다.
첫 번째는 웹 기반 PoC다. 가상 작전 시나리오를 웹 환경에 구현하고, 관련 부대와 임무, 감시자산, 통신망 등의 관계를 온톨로지로 표현한다. 이후 무인기 운용시간 감소, 통신망 품질 저하, 새로운 현장보고 등의 상황을 순차적으로 입력하면서 시스템이 변화된 작전 맥락을 얼마나 정확하게 재구성하는지 검증한다.
이 단계에서는 실제 군 장비나 작전망에 연결하지 않고도 기술 작동 원리, 관계 추론 정확성, 판단 근거 추적 가능성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실제 군 현장에서의 PoC다.
웹 기반 검증에서 가능성이 확인되면 군 승인과 보안 절차를 거쳐 실제 부대 훈련환경에서 제한적인 실증을 수행한다. 이때는 실제 운용환경 통신 지연, 데이터 품질, 장비 간 연동, 운용자 업무 절차 등을 반영해 웹 환경에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검증한다.
특히 상황 변화 인지 시간, 임무 영향 분석 정확성, 판단 근거 신뢰성, 지휘관 의사결정 지원 효과 등을 기존 방식과 비교해 평가할 필요가 있다.
웹 기반 PoC가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라면, 현장 PoC는 실제 운용환경에서의 실효성과 한계를 검증하는 단계다. 이러한 검증을 거쳐야 본격적인 체계 개발과 전력화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AI는 대안을 제시하고 지휘관은 결심한다"
상황 변화의 영향을 분석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대응방안(Course of Action, COA)을 비교할 수 있다.
감시자산을 재배치할 것인가, 기존 임무를 조정할 것인가, 다른 자산으로 감시 공백을 보완할 것인가?
AI는 각 대안의 조건과 위험, 필요한 자원을 비교하여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최종 결심과 실행은 지휘관의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군의 아미 타이거 플러스(Army TIGER+) 발전 방향을 검토하고, 온톨로지 기반 상황인지 및 의사결정 지원 기능을 접목한 웹 기반 실험체계 에이루프(AROOP,Army Runtime Operational Ontology Platform)를 개발한 바 있다.
필자가 연구해 온 루(ROO,Runtime Operational Ontology) 기술을 군 작전 상황에 적용한 것이다. 새로운 현장정보가 들어올 때 작전 맥락을 재구성하고 복수의 대응방안을 비교하도록 설계했다.
필자는 이러한 접근이 아미 타이거 플러스의 발전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현재 개발된 에이루프는 핵심 기능을 구현한 초기 MVP(Minimum Viable Product) 단계다.
앞으로 이를 바탕으로 첫째, 웹 기반 PoC를 통해 상황인지와 작전 맥락 재구성, 대응방안 비교 기능의 기술적 타당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둘째, 군의 승인된 실제 훈련환경에서 현장 PoC를 수행해 운용성과 신뢰성을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단계적 검증을 통해 기존 지휘통제체계와 비교해 어떤 개선 효과가 있는지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뒤, 본격적인 체계 개발과 전력화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기술의 가치는 개발자 설명이나 시연만으로 입증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서 기존 방식보다 어떤 점이 개선되는지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군의 AI 혁신은 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하고 AI 모델을 도입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육·해·공군의 전문성을 연결하고, 축적된 지식에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며, 그 결과를 지휘관의 판단으로 이어주는 체계가 필요하다.
전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것은 전장만이 아니다. 이제 AI도 개별 정보를 나열하는 평면적 사고에서 벗어나, 시스템 전체의 관계와 변화를 이해하는 입체적 사고를 통해 인간의 다음 결정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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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대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 시맨틱 기술 및 융합 기술 전문가. 국토개발연구원 출신. 미국 시라큐스대학교와 UCLA에서 컴퓨팅 조교/수업 조교로 활동. 성균관대학교 및 서울대학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겸임교수 역임.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정보·기록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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