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까지 해킹당했다"…유럽 슈퍼마켓 식품 줄줄이 폐기

스웨덴·벨기에·아일랜드 등 확산…냉동고 온도 50도까지 치솟아

유통/생활/문화입력 :2026/11/03 09:04

유럽 슈퍼마켓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확산하면서 매장 냉장고와 냉동고의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고 식품을 대량 폐기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스웨덴과 벨기에, 룩셈부르크, 아일랜드 등 유럽 각국의 슈퍼마켓 냉장·냉동 시스템을 강타했다. 아홀드 델하이즈와 콜루이트, ICA, 쿱 등 주요 유통업체가 피해를 입었고 이케아 일부 매장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했다.

외신은 일부 매장에서 해커 공격 이후 냉동고 온도가 섭씨 50도까지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매장들은 냉장·냉동 식품을 판매대에서 철수하고 폐기했다.

(사진=픽사베이)

이번 공격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발생한 대규모 슈퍼마켓 냉장설비 해킹과 유사하다는 분석이다ㅣ. 당시 해커들은 수백개 매장의 냉각장치를 장악해 화재와 식품 손실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공격의 배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지난달 프랑스 사건과 연관됐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유럽 당국은 최근 기반시설을 노린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사이버 공격에 노출되는 장비의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과거 기계식으로 작동하던 냉장고와 난방설비, 보안카메라, 경보장치 등이 최근에는 인터넷에 연결돼 원격으로 감시, 제어되면서 해커들의 새로운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에 피해를 본 냉장설비 가운데 일부는 덴마크 업체 댄포스의 온도제어 기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댄포스는 지난달 프랑스 공격에서도 같은 기술이 표적이 된 이후 고객사들과 보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도 이번 사건을 식품 공급망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크리스토프 한센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식품 공급망을 방해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훼손하려는 의도적인 시도”라며 반복되는 사이버 공격에 우려를 표했다.

벨기에에서는 스파 매장 5곳의 냉장 시스템이 공격받았고 까르푸도 현지 700개 매장 가운데 15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쿱은 800개 매장 가운데 7곳에서 냉장설비가 무단으로 조작됐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에서는 유통업체 머스그레이브가 운영하는 슈퍼밸류 매장 13곳의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일부 냉장·냉동 식품 판매를 중단했다.

사이버보안업계에서는 유통업체가 특히 공격에 취약하다고 보고 있다. 대형 유통체인은 수많은 냉장 제어장치와 건물관리 시스템, 출입통제 설비, 결제 장비를 운영하고 있어 해커가 침투할 수 있는 지점이 많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보안업체 센티넬원의 톰 헤겔 연구원은 최근 공격에서 금전 요구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단순 랜섬웨어보다는 시설 운영을 방해하려는 사보타주일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격자가 외부에 노출된 제어 패널에 접속하면 흔적을 거의 남기지 않을 수 있다”며 개인 해커부터 국가 단위 공격자까지 공격 주체를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