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뇌세포가 로봇 개 움직였다…생물학적 컴퓨터 현실로

호주 코티컬랩스 연구진, 리서치 인스티튜트 유럽과 협력해 연구

컴퓨팅입력 :2026/11/02 16:43    수정: 2026/11/02 16:48

살아있는 신경 세포를 컴퓨터 칩의 연산 기반으로 활용하면 기존 컴퓨터 시스템보다 에너지 효율성과 적응성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AI)이 아무리 정교해지더라도 인간의 뇌는 훨씬 적은 전력으로 작동하며, 낯선 환경에 대처하는 능력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호주 기업 코티컬 랩스(Cortical Labs)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배양한 신경 세포를 로봇 개에 연결해 간단한 격자 지도의 목표 지점으로 이동시키는 실험에 성공해 주목 받고 있다고 과학매체 사이언스얼럿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경 세포를 로봇 개에 연결해 이동시키는 실험이 성공했다. (사진=코티컬 랩스)

이번 연구는 AI 학회인 뉴립스(NeurIPS) 2026 컨퍼런스에서 발표됐다. 논문은 아직 심사를 받지는 않았디만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올라와 있다. 

앞서 신경 세포로 게임 플레이에도 성공

연구진은 칩 위에 살아있는 뉴런을 직접 배양하고, 양방향 전기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전극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뉴런 활동을 전기 신호로 전달하고, 소수 신경 세포에서 발생한 신호를 로봇의 움직임으로 변환하는 데 성공했다.

브렛 케이건 코티컬 랩스 공동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로봇 개는 생물학적 시스템 발전이 현실 세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간단한 사례이자, 그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험"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실제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로봇과 자율 시스템에 이러한 접근 방식이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티컬 랩스는 앞서 살아있는 신경 세포를 이용해 퐁(PONG), 둠(DOOM) 등 컴퓨터 게임을 실행하는 모습을 시연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를 물리적 세계로 확장해 생물학적 컴퓨팅이 실제 로봇 제어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 회사는 생물학적 컴퓨팅 기반의 플랫폼으로 게임을 실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출처=코티컬 랩스 유튜브)

케이건 CEO는 "오늘날 로봇은 물리적인 움직임을 제어하는 능력에서는 놀라운 발전을 이뤘지만, 빠르게 학습하거나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고차원적인 제어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걷기, 달리기, 곡예 등은 놀라운 동작이지만, 언제 어디서 어떤 동작을 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은 기존 방식으로 여전히 어려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전기 신호로 칩 위 뉴런 자극→만들어낸 신호 다시 로봇에 전달

이번 실험은 코티컬 랩스가 혼다 리서치 인스티튜트 유럽과 협력해 진행했다. 실험 장치는 전기 신호를 이용해 칩 위의 뉴런을 자극하고, 뉴런이 만들어낸 신호를 다시 로봇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연구진은 전기 신호의 특성을 조절하고 로봇의 움직임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면서 살아있는 신경 세포의 반응을 유도하고 제어할 수 있었다.

로봇을 목표 지점에 도달하도록 하기 위해 전기 신호가 사용됐다. (사진=코르티컬 랩스)

연구팀은 칩과 로봇 에이전트 사이에서 4000시간 이상 상호작용을 진행했으며, 이를 통해 약 1300가지에 달하는 신호 조합을 시험했다.

혼다 리서치 인스티튜트 유럽의 선임 과학자인 다니엘 타네버그는 "이번 공동 연구를 통해 지능형 에이전트를 구현하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 방식을 탐구할 수 있었다"며 "살아있는 세포를 핵심 연산 기반으로 활용하는 데는 여러 어려움이 따르지만, 에너지 효율성과 견고성, 적응성 측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번 실험에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필요했으며, 연구진은 앞으로 신경 세포 칩의 규모를 확대해 더 복잡한 작업을 짧은 시간 안에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실제 환경에서 작동하는 로봇은 단순한 격자 형태의 지도에서 이동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판단과 행동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신경 세포 기반 칩이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저장하는지, 기억과 유사한 기능을 갖추고 있는지도 추가로 연구할 계획이다.

코티컬 랩스의 연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존슨 저우는 "이번 연구의 핵심 과제는 단순히 실리콘 칩 위에 뉴런을 배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생물학적 시스템과 안정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훈련시키는 동시에, 어떤 접근 방식이 일관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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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번 연구는 이러한 질문을 대규모로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생물학적 컴퓨팅이 실용적인 응용 분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기술은 아직 초기 단계로, 처리 속도나 효율성 측면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향후 기술이 발전하면 신경 세포로 제어되는 로봇이 원격지나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하거나, 주변 환경을 학습하고 상황에 맞게 대응하면서 인간을 지원하는 데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