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했지만, 문화산업의 인공지능(AI) 전환을 위한 추가 투자 필요성이 제기됐다. 여당이 정부 예산안에 관련 사업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다음 달 국회 예산심사에서 증액 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9일 최휘영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한 당정협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주요 사업과 정책 추진 방향을 점검했다.
민주당은 문화 분야 AI 대전환과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 마이스(MICE) 산업 활성화를 추가 예산 확보가 필요한 사업으로 꼽았다. 문화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핵심 분야지만 정부안에 관련 예산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판단이다. 이에 다음달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증액 방안을 논의한다고 알려졌다.
문체부가 지난 9월 발표한 2027년도 예산안은 총 9조6345억원으로, 올해 본예산 7조8555억원보다 22.6% 증가했다. 문체부 예산안이 9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분야별 증가율에는 차이가 있다. 문화·예술 부문은 올해보다 44.6% 늘어난 3조8545억원이 편성된 반면, 콘텐츠 부문은 9.5% 증가한 1조7719억원에 그쳤다. 콘텐츠 부문 증가율은 올해 27.0%에서 둔화했으며, 전체 문체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6%에서 18.4%로 낮아졌다.
정부는 문화기술 투자를 확대하며 콘텐츠 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내년도 문화기술 예산은 올해보다 13.7% 늘어난 2406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연구개발(R&D) 예산은 17.1% 증가한 1774억원이다.
AI 관련 신규 사업도 포함됐다. AI 학습데이터의 적법성과 권리 정보를 검증하고 창작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AI 저작권 신뢰 거버넌스 기술개발에 31억원을 편성했다.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저작권 문제에 대응하고 관련 기술 기반을 마련하려는 취지다.
문제는 문화기술 예산의 증가가 곧 문화산업 전반의 AI 전환을 위한 투자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여당은 정부의 문화기술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문화 분야 AI 대전환을 위한 재정 지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화기술 예산에는 공연·전시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개발 사업이 포함돼 있으며, AI 관련 사업도 저작권 보호와 기술개발 등 목적에 따라 나뉘어 있다. 전체 투자 규모가 늘었더라도 콘텐츠 제작 현장의 AI 도입을 직접 지원하는 예산이 얼마나 확보됐는지는 별도로 살펴봐야 한다.
AI 전환에 필요한 지원 범위도 넓다. 영상과 게임,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산업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제작 공정 개선뿐 아니라 전문인력 양성, 기술 도입 비용 지원, 저작권 문제 대응 등이 함께 요구된다. 특히 자체 기술개발이나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 제작사에는 AI 활용을 위한 초기 투자 자체가 부담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창조산업 AI 도입 계획에 따르면 영국 창조산업의 AI 활용률은 51%로 전체 산업 평균(33%)을 웃돌았다. 그러나 별도로 제시된 기업 규모별 조사에서는 직원 250명 이상 기업의 AI 도입률이 44%인 반면 초소형 기업은 24%에 머물렀다.
영국 정부는 기존 지원이 연구개발과 신기술 창출에 집중돼 중소기업과 프리랜서의 실제 AI 도입 비용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이에 AI 도입 보조금과 기술 시험 지원, 전문인력 교육, 법률·기술 자문 등 현장 중심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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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국회 예산심사에서는 관련 사업의 증액 규모뿐 아니라 기술개발과 제작 현장 지원 사이의 투자 배분도 주요 검토 과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것과 제작 현장에서 이를 실제로 활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특히 중소 제작사는 기술 도입 비용과 전문인력 확보에 부담이 큰 만큼 연구개발뿐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원도 함께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