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어떤 물체를 보고 판단하는 데 인간보다 훨씬 빠르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튀빙겐대학교 연구진은 까마귀 두 마리가 화면에 나타난 점들의 움직임 방향을 평균 235밀리초(0.235초)만에 구별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약 3분의 1초가 걸리는 인간의 수행 시간보다 빠른 것이다.
연구진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까마귀는 도구를 사용하고, 원한을 기억하며, 죽은 동료 주변에 모이는 행동을 보이는 등 지능이 높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까마귀가 특정 시각적 판단 과제를 빠르게 수행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까마귀가 시각적 과제 수행 과정에서 인간과 영장류의 의사결정 방식과 유사한 원리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와 포유류가 3억 1000만 년 이상 서로 다른 진화 경로를 거쳐왔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서로 다른 뇌 구조를 가진 동물들이 유사한 인지 과정을 독립적으로 발달시켰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구 공동저자인 안드레아스 니더 독일 튀빙겐대학교 동물생리학 교수 겸 신경생물학연구소장은 “이는 진화가 동일한 계산 문제에 대해 서로 독립적으로 유사한 해결책을 도출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0.23초 만에 내리는 시각적 판단
까마귀의 의사결정 방식을 알아보기 위해 연구진은 까마귀 두 마리를 훈련시켜 터치스크린에서 시각적 과제를 수행하도록 했다. 검은 배경에 나타난 흰 점들이 주로 왼쪽과 오른쪽 중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판단해 선택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까마귀들은 움직임의 방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작위로 선택하는 것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였다. 방향이 명확할 때는 정확도가 거의 100%에 달했다. 특히 많은 점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때 까마귀들은 거의 완벽하게 정답을 맞혔다.
반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점이 전체의 3%에 불과한 상황에서도 두 마리 모두 무작위 추측보다 나은 성과를 보였다. 다만 이때의 정답률은 약 50%로, 명확한 움직임 신호가 주어졌을 때보다 크게 낮았다.
까마귀 뇌에서도 발견된 인간과 유사한 의사결정 과정
연구진은 까마귀의 판단 속도가 빠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조류 뇌의 핵심 영역인 ‘니도팔리움 카우돌라테랄레(nidopallium caudolaterale)’의 뉴런 활동을 기록했다. 이 영역은 인간의 전두엽 피질과 기능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는 감각 정보를 바탕으로 뉴런의 활동을 축적하고, 그 활동이 일정한 임계값에 도달하면 결정을 내린다. 연구진은 까마귀 역시 유사한 과정을 거쳐 판단을 내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시각 자극이 제시된 지 불과 70밀리초 만에 까마귀의 뇌에서는 서로 다른 움직임 방향에 대응하는 뉴런 신호가 구분되기 시작했다. 이는 까마귀가 실제로 반응을 나타내기 훨씬 전이었다. 이후 결정을 내리는 동안 뉴런의 활동은 점차 증가했으며, 일정한 임계값에 도달하자 까마귀는 특정 방향을 선택했다. 뉴런의 활동은 시각 정보의 강도뿐 아니라 까마귀가 선택한 방향도 반영했다.
이는 까마귀와 인간의 뇌 구조가 다르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유사한 원리가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니더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조류 뇌의 뉴런 활동 양상이 인간과 영장류의 의사결정에 관한 기존 모델과 일치한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새는 인간처럼 층상 구조의 대뇌피질을 갖고 있지 않지만, 구조적으로 다른 뇌에서 영장류와 유사한 기본적인 의사결정 원리를 구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까마귀가 이러한 판단을 영장류보다 2배 가량 빠르게 수행한다고 덧붙였다.
까마귀는 왜 더 빠르게 판단할까
다만 이번 연구에서 까마귀와 인간 또는 원숭이가 동일한 과제를 직접 수행하며 속도를 비교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전 연구에서 인간과 원숭이가 비슷한 시각적 움직임 판단 과제를 수행하는 데 약 2배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니더 교수는 까마귀의 빠른 판단 능력이 새의 생태적 특성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새는 비행 중 정확하고 신속하게 방향을 바꾸거나 먹이를 포착하기 위해 시각 정보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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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새는 비행 중 정확하고 빠른 기동을 수행하고, 먹이를 찾을 때 부리를 목표물로 향하게 하는 데 시각에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속도 차이를 가능하게 하는 구체적인 신경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이번 실험에 까마귀 두 마리만 참여했으며 영장류와의 직접 비교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결과를 해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까마귀가 특정 시각적 판단 과제에서 빠른 능력을 보인 이유를 밝히고, 이러한 특성이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나는지 확인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