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섭 AI 진테제] AI 병목에 대해...앤트로픽 성장이 정체?

전문가 칼럼입력 :2026/10/21 22:35

안광섭 세종대 겸임교수(인레벨나인 대표)

지난 14일(미국 시간), AI 인프라 시장에서 두 가지 일이 같은 날 일어났다. 낮에는 GPU 임대 기업 코어위브 주가가 15% 넘게 떨어졌다. 저녁에는 앤스로픽이 예비 투자자들에게 3분기 매출 168억 달러와 조정 기준 흑자를 설명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에 돌고 있는 정리 자료 가운데는 이 두 사건을 하나로 묶는 해석이 있다. AI의 최대 병목이 전력과 반도체에서 자금으로 옮겨갔고, 앤스로픽의 매출 성장도 사실상 멈췄으며, 그래서 앤스로픽과 계약한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주가가 급락했다는 설명이다. 

이 해석은 맞는 부분과 틀린 부분을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성장 정체 계산은 틀렸고, 자금이 병목이라는 진단은 절반만 맞다. 돈 자체가 모자란다기보다 누가 어떤 담보로 얼마에 빌릴 수 있느냐가 갈리고 있으며, 그 담보의 가치를 정하는 것은 모델 회사의 매출 곡선이다.

3.4% 성장이라는 계산의 함정

성장 정체론의 계산은 이렇다. 3분기 매출 168억 달러에 4를 곱하면 연환산 672억 달러다. 앤스로픽은 7월 말 연환산 매출(런레이트)이 650억 달러를 넘었다고 투자자들에게 알린 바 있다. 672억을 650억으로 나누면 3.4%이니, 두 달 동안 성장이 거의 없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계산은 성격이 다른 두 숫자를 비교했다. 분기 매출에 4를 곱한 값은 7·8·9월 석 달의 평균 속도다. 7월 말 런레이트는 특정 시점의 속도다. 매출이 늘고 있는 회사라면 분기 평균은 분기 말 속도보다 낮게 나온다. 평균값을 시점 값과 나란히 놓으면 성장률이 실제보다 작아 보인다.

런레이트를 어떻게 계산하는지도 봐야 한다. 로이터 브레이킹뷰스에 따르면 앤스로픽은 최근 28일간 사용량 기반 매출에 13을, 월 구독 매출에 12를 곱해 더한다. 구독료가 주력인 소프트웨어 회사처럼 보기 쉽지만 앤스로픽 매출의 큰 몫은 API 사용량에 따라 청구된다. 최근 4주 사용량이 늘거나 줄면 런레이트가 크게 움직이는 구조다.

안광섭 세종대 겸임교수(인레벨나인 대표)

공개된 숫자로 다시 어림해 보자. 7월 말 런레이트 650억 달러를 월 매출로 바꾸면 약 54억 달러다. 7월 매출이 이 수준을 넘지 않았다고 보면 8·9월 매출 합계는 114억~118억 달러, 월평균 57억~59억 달러다. 9월이 8월보다 컸다면 9월 말 런레이트는 대략 680억~730억 달러가 된다. 7월 말 대비 두 달 성장률은 5~12% 범위로 추정된다. 분기 매출과 런레이트가 같은 기준으로 집계됐다는 가정 아래의 어림이다.

그렇다고 속도가 그대로라는 뜻은 아니다. 런레이트는 5월 470억 달러에서 7월 말 650억 달러로 석 달이 채 안 되는 사이 40% 가까이 늘었다. 월 10%를 넘는 속도였다. 위 어림대로라면 8~9월에는 월 2~6% 수준으로 내려왔다. 성장은 이어졌지만 기울기는 꺾였다. 앤스로픽 경영진을 만난 애널리스트들은 연말 런레이트를 1100억 달러로 추정했다. 9월 말 700억 달러 안팎에서 이 숫자에 닿으려면 4분기에 월 15% 안팎의 속도로 다시 가속해야 한다.

속도가 줄어든 원인은 아직 가려낼 수 없다. 기업 고객의 비용 통제, 모델 가격 경쟁, 공급 가능한 컴퓨트의 한계가 모두 후보지만 공개 자료로는 구분되지 않는다. 투자자 설명회에서 나온 숫자이고, 감사를 거친 재무제표도 아니다.

돈이 모자란가, 신용이 갈리는가

자금이 병목이라는 진단에는 근거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아마존·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메타 5개 하이퍼스케일러의 2027년 AI 인프라 투자가 54% 늘어 1조2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의 투자액은 이미 영업현금흐름을 넘어섰고, 2027년 투자액의 3분의 1이 넘는 약 4000억 달러가 투자등급 회사채로 조달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로드컴의 혹 탄 CEO와 인텔의 립부 탄 CEO도 10월 12일 싱가포르 행사에서 반도체·메모리·전력보다 자본과 자본비용이 더 큰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0월 8일 5.28%였다.

그런데 이 부담은 모든 기업에 똑같이 걸리지 않는다. 코어위브 한 회사의 차입 조건만 봐도 차이가 드러난다. 코어위브는 지난 3월 메타와의 장기 계약과 GPU를 담보로 85억 달러를 빌렸다. 무디스는 이 대출에 A3 등급을 줬고 고정금리 부분은 약 5.9%였다. 7월에는 앤스로픽·제인스트리트 등에 공급할 용량을 담보로 26억 달러를 빌리면서 투자자 반발에 부딪혀 금리를 기준금리 대비 5.5%포인트까지 올렸다. 이 대출의 만기는 약 5년인데 뒤를 받치는 고객 계약은 평균 3년 정도다. 담보 없는 2032년 만기 회사채의 수익률은 10월 13일 14.5%로 마감했고 장중 15%에 닿았다. S&P는 코어위브 전체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로 매긴다.

같은 회사가 6%에도, 15%에도 돈을 빌린다. 금리를 가른 것은 GPU를 누가 몇 년 동안 쓰기로 약속했느냐다. 필자는 지난 칼럼 '신용의 언어가 바뀌었다'에서 미국의 컴퓨트 거래가 GPU와 데이터센터 같은 공급 측 자산을 담보로 삼는다고 짚었다. 이번 주 시장은 그 자산 담보의 가치가 결국 수요 측, 즉 용량을 사기로 한 모델 회사의 매출 성장에 달려 있음을 보여줬다.

매출의 정의가 금리를 움직인다

이 연결은 계약 문서에도 드러난다. 브로드컴은 4월 공시에서 앤스로픽이 추가 컴퓨트를 쓸 수 있는지는 앤스로픽의 사업 성과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 외부 금융 파트너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모델 회사의 매출이 인프라 금융의 조건이 된 것이다.

그래서 매출을 세는 방식 하나에도 시장이 흔들린다. 10월 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오픈AI가 9월 말 연환산 매출을 500억 달러 가까이로 투자자들에게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알려진 700억 달러와는 200억 달러 차이였는데, 클라우드 파트너를 통한 판매까지 매출에 넣는 앤스로픽 방식에 맞춰 투자자들이 환산하는 과정에서 생긴 차이였다. 이 보도가 나온 날 코어위브 주가는 7.77% 떨어졌다. 사업의 실체는 그대로인데 숫자의 정의가 바뀌자 인프라 기업의 주가가 움직였다.

10월 14일 급락도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당일 보도된 하락 요인은 네오클라우드의 80% 이상이 2030년 이후 독립 기업으로 남기 어렵다는 가트너 전망, 코어위브 채권 금리 급등, 예상보다 높게 나온 물가 지표였다. 코어위브는 정오 무렵 이미 15% 떨어져 있었고, 디지털오션 14%, 허트8 10%, 네비우스 9% 등 낙폭은 앤스로픽과의 직접 계약 여부와 관계없이 업종 전체로 번졌다. 앤스로픽 3분기 매출에 관한 블룸버그 보도는 미국 장 마감 뒤에 나왔다. '앤스로픽 성장 정체 때문에 관련주가 급락했다'는 인과의 순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한국 독자가 봐야 할 것

이 흐름은 한국과 무관하지 않다. 하이퍼스케일러와 네오클라우드의 투자가 자금 조건 때문에 늦어지면 GPU와 HBM 발주 시점도 함께 밀린다. 최종 수요가 줄지 않아도 돈이 늦게 돌면 주문도 늦게 온다. 메모리 업황을 수요 전망만으로 읽기 어려워진 이유다.

국내에서 추진되는 AI 데이터센터 사업도 같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금융 심사에서 결정적인 것은 GPU 수량이나 전력 용량보다 그 용량을 누가 몇 년 동안 사기로 했느냐다. 고객 계약 기간이 대출 만기보다 짧으면 그 차이만큼의 재계약 위험을 누군가 떠안아야 한다. 코어위브의 26억 달러 대출이 높은 금리를 낸 이유도 그 차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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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의 병목이 자금으로 옮겨갔다는 말은 '돈이 모자란다'보다 '신용이 갈린다'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하이퍼스케일러는 여전히 투자등급으로 빌리고, 장기 계약이 붙은 자산은 6%대에 빌린다. 압박은 짧은 계약과 무담보 차입에 기대는 쪽에 먼저 온다. 그 신용의 맨 아래에 모델 회사들의 월별 매출 곡선이 있다.

앞으로 볼 숫자는 세 가지다. 4분기 앤스로픽이 월 15% 안팎의 재가속을 보여주는지, 투기등급 AI 인프라 채권 금리가 투자등급과 얼마나 벌어지는지, 고객 계약 만기와 대출 만기의 차이가 줄어드는지. AI 인프라의 상태는 GPU 출하량보다 이 세 숫자가 더 정확하게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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