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음에도 여전히 임금 격차나 '유리천장' 등 구조적 불평등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오히려 "남성이 부당하게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남성의 권리 옹호(Men's Rights Activism, MRA)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회 통계적 지표와 달리 스스로를 '피해자'로 규정하는 남성들의 심리적 배경에는 개인의 '낮은 겸손함'과, 그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이 자리 잡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교의 심리학 연구자 조안나 린드스트롬 연구팀은 남성의 '겸손함(Modesty)' 성격 특성과 집단적 상대적 박탈감이 남성 권리 옹호 활동 지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인격과 개별 차이(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발표했다.
연구에서 정의하는 겸손함이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평가하는 성격 지표'다. 겸손함 점수가 높은 사람은 자신을 남보다 우월하다고 여기지 않는 반면, 겸손함이 낮은 사람은 스스로가 주변보다 뛰어나며 당연히 특별한 대우와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강하다. 연구진은 이런 성향이 "남성이 본래 마땅히 누려야 할 권력과 지위를 부당하게 빼앗겼다"는 집단적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주목했다.
연구는 미국 남성을 대상으로 2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1단계로 백인 미국인 남성 195명을 모집해 ▲겸손함 수치 ▲현대 사회에서 남성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는 불만도(집단적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남성 권리 옹호 활동에 대한 지지도를 측정했다.
연구진은 권리 옹호 활동을 법 개정 청원이나 단체 가입 같은 '전통적 제도권 정치 활동'과, 신체적 충돌이나 폭력으로 번질 수 있는 '과격한 비전통적 활동'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그 결과 겸손함이 낮을수록 자신이 속한 남성 집단이 억압받고 있다고 강하게 느꼈으며, 이같은 박탈감은 양측 활동 모두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다. 특히 겸손함 결여는 '과격한 비전통적 행동'을, 박탈감은 '제도권 정치 활동'에 대한 의욕을 더 강하게 예측했다.
이어 연구팀은 백인과 흑인 남성 492명을 대상으로 2단계 검증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불리한 점 4가지'를 직접 쓰게 해 남성의 불리한 상황을 의식(점화)시켰고, 다른 그룹에는 '아침 루틴'을 쓰게 했다.
실험 결과, 사전에 남성의 불리한 상황을 떠올리게 하더라도 기존 경향에는 변화가 없었다. 인종이나 일시적인 자극과 상관없이, 일관되게 '겸손함이 낮은 남성일수록 박탈감이 강했고, 박탈감이 강할수록 남권 옹호 활동을 더 적극 지지하는 경향'이 재확인됐다.
연구를 이끈 린드스트롬 연구원은 "구조적으로 여전히 유리한 입장에 있는 집단 구성원 일부가 왜 부당하게 불리하다고 느끼는지 규명하고자 했다"며 "겸손함이 높은 남성은 상대적 박탈감에 쉽게 빠지지 않으며, 이는 과격한 남권 옹호 활동으로 치닫는 것을 막아주는 심리적 보호막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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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구진은 남성 권리 옹호 활동이나 우위주의 커뮤니티 성향이 오로지 개인의 타고난 성격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성격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만큼, 겸손함과 상호 존중의 태도를 기르는 교육적 접근이 남성들을 극단적인 피해 의식에서 벗어나게 돕는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이번 조사가 미국 내 백인과 흑인 남성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젠더 규범과 겸손함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른 아시아나 라틴계 등 다른 문화권에서도 동일한 심리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