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물 한 방울에 들어 있는 수십억 개 DNA 분자를 이용해 연산을 수행하는 DNA 기반 컴퓨터를 개발했다.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연구진은 이번에 개발한 시스템을 ‘스캐폴딩 DNA 컴퓨터(Scaffolded DNA Computer·SDC)’라고 명명했다.
전자식 컴퓨터나 생물학적 컴퓨터는 연산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에너지를 소비한다. 반면 SDC는 열역학 법칙을 활용해 연산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아일랜드 메이누스대학교 컴퓨터과학 조교수 아비르 에슈라는 “이런 분자 컴퓨터는 전자 컴퓨터를 대체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생물학적 환경이나 스마트 소재, DNA 데이터 저장 등에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 자체에 자연적인 오류 수정 기능이 내장돼 있어 DNA 데이터 저장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DNA 분자 퍼즐 조각으로 ‘프로그래밍’
SDC는 긴 DNA 스캐폴드와 여기에 결합하는 짧은 DNA 가닥들로 구성된다. 이 가닥들을 소량의 소금물에 넣고 가열한 뒤 냉각하면, 미리 설계된 규칙에 따라 스스로 구조를 형성한다.
각 DNA 가닥은 일종의 미세한 분자 퍼즐 조각처럼 작동한다. DNA 염기서열에 따라 어떤 가닥끼리 결합할지, 스캐폴드의 어느 위치에 결합할지가 결정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합 규칙을 설계해 원하는 연산을 수행하도록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했다.
연구진은 “각 프로그램은 특정 DNA 가닥들의 조합으로 구성된다”며 “다른 연산을 수행하거나 새로운 입력을 적용하려면 다른 DNA 가닥을 꺼내 섞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연산은 미시적인 분자 수준에서 이뤄지지만 참여하는 분자의 수는 엄청나다. 에슈라 교수는 “작은 액체 방울 하나에 수십억 개에서 수조 개에 이르는 DNA 가닥이 들어 있으며, 이들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면서 결과를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재사용 가능한 초저전력 분자 컴퓨터
연구진은 SDC를 이용해 덧셈과 3배 연산, 2로 나누기, 8비트 패리티 검사 등 다양한 연산을 수행했으며, 실험 과정에서 700회 이상의 연산을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 패리티 검사는 데이터에 오류가 발생했는지를 확인하는 대표적인 오류 검출 방식이다.
간단한 연산은 1분 이내에 완료됐다. 연구진은 실제 연산에 필요한 화학 반응에 1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콘스탄틴 에반스 에반스 메이누스 대학교 선임 연구원은 “이러한 연산은 실리콘 컴퓨터나 사람이 직접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느리다”면서도 “이 시스템은 복잡한 단계별 프로세스나 되돌릴 수 없는 반응 없이 분자 수준에서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답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연산 규모가 커지면 시간은 늘어난다. 약 1100만~3400만 사이의 복잡한 수치를 다루는 연산에는 최대 14시간이 소요됐다.
연구진은 “이는 SDC가 프로그래밍과 재사용이 가능하며, 실리콘 컴퓨터보다는 느리지만 기존의 다른 DNA 컴퓨터와 비교하면 빠르게 연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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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C의 또 다른 특징은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분자 컴퓨터는 일회성 실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SDC는 동일한 분자를 반복해서 사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특정 프로그램을 최대 24회까지 반복 실행했으며, 최초 실험 후 1년 반이 지나 부분적으로 건조된 상태에서도 물을 다시 넣자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에슈라 교수는 “분자 컴퓨터가 기존 전자 컴퓨터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생물학적 환경에서의 연산이나 스마트 소재, DNA 데이터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며 “특히 저장된 데이터 자체에 자연적인 오류 수정 기능이 내장돼 있어 DNA 데이터 저장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