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소리의 양자 도약’ 실시간 관측 성공

미국 스탠포드 대학 연구진 ‘사이언스’에 관련 논문 발표

과학입력 :2026/09/20 08:58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소리의 양자 도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과학 전문 매체 인터레스팅 엔지니어링이 최근 보도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양자 도약(퀀텀 점프)은 양자 상태 에너지가 불연속적으로 흡수되거나 방출되는 현상이다. 이 개념은 1913년 이론물리학자 닐스 보어가 처음 제안했다. 과학자들은 1986년 포획 이온에서 이 도약을 처음 관측했으며, 2007년에는 빛의 기본 입자인 광자에서도 이를 관측한 바 있다.

세계 최초로 소리의 양자 도약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구글 제미나이 활용)

그로부터 약 20년 뒤, 아미르 사파비-나에이니 스탠퍼드대 응용물리학과 부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소리의 기본 단위인 ‘음향양자(포논)’에서 양자 도약을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종을 쳤을 때 소리가 잔잔해지는 과정을 예로 들었다. 종을 치면 처음에는 소리가 거세게 울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약해지는데, 미시 세계에서는 이 감쇠 과정이 음향자가 하나씩 사라지는 '양자 도약'으로 일어난다.

연구진이 제작한 기계식 공진기(왼쪽)의 모습. 이 기계식 공명기는 연구자들이 소리의 양자 도약을 감지할 수 있게 해줬다. (사진=스탠포드대학/ 에릭 사키엘)

연구진은 이를 측정하기 위해 컴퓨터 칩 크기의 기계식 공진기를 제작했다. 공진기는 칩 하나에 여러 개를 배치해 복잡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소리굽쇠처럼 두드리면 진동하는 이 공진기는 울림이 지속되는 시간(Ringdown time)이 약 2밀리초에 달하도록 설계됐다. 2밀리초는 일상에서는 찰나에 불과하지만, 미시적인 양자 세계에서는 소리굽쇠가 몇 시간 동안 계속 진동하는 것과 맞먹는 긴 시간이다.

이처럼 공진기의 긴 감쇠 시간 덕분에 연구진은 수백 번의 측정을 거쳐 양자 상태가 1에서 0으로 변하거나, 양자 도약이 일어나는 정확한 순간을 포착할 수 있었다.

도전 과제와 해결책

양자 시스템 연구의 가장 큰 난제는 불안정한 양자 상태를 교란하지 않으면서 신호를 측정하는 것이다. 스탠퍼드 연구진은 공진기를 초전도 큐비트와 결합해, 큐비트가 공진기 내부의 상태를 읽어내는 '검출기'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연구 공동저자 스탠포드 대학 에릭 샤키엘(왼쪽), 아미르 사파비-나에이니 교수, 타쿠마 마키하라가 무선 주파수 계측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스탠포드대학/올리버 히치콕)

결합된 큐비트 덕분에 연구진은 양자 도약이 발생하는 정확한 순간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양자 도약을 관측한 것을 넘어, 향후 다양한 양자 기술 발전을 이끌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는 불안정한 양자 상태가 연산 완료 전에 오류를 일으키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양자 도약은 연산 오류의 원인이 되지만, 지금까지는 도약이 정확히 언제 발생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번 기술은 양자 도약 발생 시점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어 향후 양자 오류 정정 기술 개발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관련기사

아울러 미세 공진기와 큐비트의 결합체는 초정밀 센서로도 활용될 수 있다. 스탠퍼드 연구진은 이미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연구진과 협력하여 해당 기술로 세포 내 단백질을 검출하고 식별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진은 소리가 스마트폰을 비롯한 수많은 현대 기기의 핵심 요소인 만큼, 이번 연구가 향후 다양한 산업 및 응용 분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