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은 왜 태양 바로 옆 수성보다 더 뜨거울까

[우주로 간다] "대기 밀도·빛 흡수율이 항성 거리보다 온도에 더 영향"

과학입력 :2026/09/15 15:37    수정: 2026/09/15 15:37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은 수성이지만, 표면 온도는 금성이 수성보다 훨씬 높다. 행성의 온도는 단순히 항성과의 거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까.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금성이 수성보다 뜨거운 이유를 최근 보도했다.

금성은 태양과 거리가 수성보다 5000만㎞ 더 멀리 떨어져 있다. 하지만 금성의 평균 표면 온도는 약 480도로 최고 온도 430도인 수성보다 더 뜨겁다. 

태양과 더 가까운 행성의 표면 온도가 더 높을 것이란 상식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항성과의 거리뿐 아니라 반사율, 대기 구성, 지질학적 역사 등이 행성의 온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수성과 금성, 대기층 완전히 달라

금성의 표면온도는 태양에 더 가까운 수성보다 더 높다. (사진=NASA)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의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케인은 "거리는 행성에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알려주지만, 얼마나 많은 양이 반사되거나 흡수되는지, 열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방출되는지, 대기가 행성 전체에 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며 "이러한 특성은 거리만큼 중요할 수 있으며, 때로는 훨씬 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케인에 따르면 수성은 사실상 대기가 없기 때문에 낮에는 햇빛이 암석 표면에 직접 도달해 극도로 높은 온도로 가열된다. 하지만 열을 가둘 수 있는 대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해가 지면 열이 빠르게 우주로 방출된다. 이 때문에 수성의 표면 온도는 낮에는 약 430도까지 올라가지만 밤에는 영하 180도까지 급격히 떨어진다.

금성은 정반대다. 금성의 대기압은 지구의 약 90배에 달하며, 대기의 대부분이 이산화탄소로 구성돼 있다. 두껍고 밀도 높은 대기가 열을 효과적으로 가두기 때문에 낮과 밤의 온도 차이도 크지 않다.

이산화탄소가 만든 강력한 온실효과

햇빛은 주로 가시광선과 근적외선 형태로 행성에 도달하며, 이 빛은 질소와 산소, 이산화탄소 등으로 구성된 대기를 비교적 쉽게 통과한다. 이후 지표면과 하층 대기가 에너지를 흡수하면 이를 적외선 형태의 열에너지로 다시 방출한다. 케인은 이산화탄소가 적외선을 흡수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기체라고 설명했다.

금성은 두껍고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대기로 둘러싸여 있어 지표면에서 방출된 적외선 에너지가 우주로 완전히 빠져나가기 전에 대기에 반복적으로 흡수되고 재방출된다. 이 과정에서 일부 에너지는 다시 지표면 방향으로 방출돼 금성의 하층 대기와 표면을 더욱 가열한다.

금성이 태양 앞을 지나가는 현상을 관측한 모습. 이 사진은 2012년 6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동 개발한 히노데 탐사선이 촬영했다. (출처=JAXA/NASA/록히드마틴)

다만 에너지 보존 법칙에 따라 금성 역시 결국 흡수한 에너지와 같은 양의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해야 한다. 케인은 온실효과로 인해 열이 영원히 갇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금성이 수성보다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뜨거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성의 두꺼운 구름층은 들어오는 햇빛의 약 4분의 3을 지표면에 도달하기 전에 우주로 반사한다. 이에 따라 금성에 실제로 흡수되는 태양 에너지는 도달하는 햇빛의 약 3%에 불과하다.

케인은 대기와 구름층을 제거한다면 금성이 수성이 받는 햇빛의 약 29%만 받게 돼 수성보다 훨씬 차가운 행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금성이 수성보다 뜨거운 핵심적인 이유는 더 많은 햇빛을 흡수하기 때문이 아니라, 두꺼운 대기와 구름층이 만들어내는 강력한 온실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성의 두꺼운 대기는 어떻게 형성됐나

금성의 두꺼운 대기가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워싱턴대학교 세인트루이스 캠퍼스 지구•환경•행성과학과 부교수이자 행성 과학자인 폴 번은 "금성은 과거와 현재의 화산 및 지각 활동을 통해 온실가스가 행성을 뒤덮게 됐다는 강력한 증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금성의 화산 활동은 과거 매우 격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번 교수는 현재의 금성을 ‘폭주 온실효과’가 발생한 이후의 상태로 설명했다. 폭주 온실효과는 행성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온실효과가 더욱 강해지고, 이로 인해 다시 온도가 상승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극심한 고온 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말한다.

관련기사

금성의 극심한 열은 행성 내부에서 직접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화산 활동 등을 통해 형성된 두꺼운 대기가 적외선 형태로 방출되는 열을 효과적으로 흡수•재방출하면서 표면의 열을 유지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행성이 항성과 얼마나 가까운지는 행성의 기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대기의 구성과 밀도, 햇빛을 얼마나 반사하거나 흡수하는지, 흡수한 열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우주로 방출하는지 등이 행성의 온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