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하셔서 떳떳하십니까."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사에서 열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주주 대면 간담회.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 흡수합병되는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한 소액주주가 마이크를 잡자 장내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이날 간담회는 SKIET 주주를 대상으로 오후 5시부터 열렸다.
그는 "상장 이후 수년간 참고 마음 졸이면서 기다렸다"고 토로하며 합병비율 조정 가능성과 폴란드 공장 가동률, 흑자전환 시점, 합병 이후 기업가치 제고 방안까지 잇달아 따져 물었다. 단순히 합병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상장 이후 주가 하락을 감내해온 기존 주주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SKIET는 2019년 4월 SK이노베이션 소재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출범한 뒤 2021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공모가는 10만 5000원이었다. 약 5년 만에 다시 모회사에 흡수되는 이번 합병에서 SKIET의 합병가액은 1만 4783원으로 산정됐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도 서울 여의도 Two IFC에서 별도의 주주간담회를 열어 합병 배경과 주주환원, 분리막 사업 전망 등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을 받았다.
공모가 10분의 1로 쪼그라든 주가…경영진 "주가 부진 송구"
회사 측 상장 이후 실적과 주가가 주주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 대해서는 고개를 숙였다.
이상민 SKIET 대표는 "상장 대비 주가가 많이 하락한 것은 사실"이라며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이어 "대표이사로서 자립하고 재무적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책임과 의무인데 이를 충실히 해내지 못해 실망감을 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정재성 SKIET 경영지원실장 역시 "실적과 주가가 주주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합병비율 변경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검토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별도의 소액주주 보호방안에 대해서도 확정된 답변은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는 합병비율과 주식매수청구권 가격 등은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따라야 한다면서, 추가적인 주주보호 방안은 내부 검토와 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상장 당시 확보한 2조원의 사용처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회사 측은 당시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폴란드 생산시설 증설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양사 합병 과정에서 활용한 기업가치 평가 방식에 대해서도 각각 독립적인 외부 자문사를 선임해 적정성을 검증했다고 밝혔다.
주주 소통 횟수도 당초 계획보다 늘렸다. 회사 측은 금융감독원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심사 과정에서 주주 소통 관련 내용을 추가로 보강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받았고, 이를 반영해 설명회 횟수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정재성 실장은 "증권신고서 제출 이후 계획했던 것과 달리 추가적으로 강화하라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를 반영해 설명회 횟수를 늘리고 주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도 확대했다"고 말했다. 향후 추가적인 요청이 있을 경우에도 주주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왜 지금 합병?"…SKIET "2~3년 터널 버틸 체력 필요"
주주들이 던진 또 다른 핵심 질문은 '왜 하필 지금 합병하느냐'였다. 향후 전기차와 분리막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이 있는데 독립법인으로 회복의 과실을 누리기 전에 모회사와 합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취지다.
이 대표는 "시장 회복 자체보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재무적 체력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비용 절감과 모회사 증자, 외부 자금조달 등 가능한 방안을 추진해왔지만 분리막 시장이 언제 본격적으로 회복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 시기까지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계속 가져갈 수 있느냐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합병이 재무적 체력을 가장 확실하게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 역시 합병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전기차 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분리막 수요가 줄었고,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와 가격 경쟁 심화로 SKIET가 자체적으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회복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영업손실 누적으로 자체 자금조달 여력도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합병 외에 제3자 매각과 자금대여·출자, 포괄적 주식교환 등도 검토했지만 모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다. 제3자 매각은 현재 분리막 사업의 시장 매력도가 낮아 매수인을 찾기 어렵고, 자금대여는 부채비율과 이자비용을 높이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출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 희석, 포괄적 주식교환은 SKIET를 별도 법인으로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으로 지목됐다.
합병비율은 SKIET 보통주 1주당 SK이노베이션 보통주 0.1174540주다. 회사는 관련 법령에 따른 기준시가 방식으로 비율을 산정했으며, 양사가 각각 선임한 외부 전문가의 현금흐름할인법(DCF) 평가에서도 적정 범위 안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합병 필요성을 강조하는 회사 설명에도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우려는 남아 있다. 일부 주주는 정유·화학 업황 개선 기대가 커지는 상황에서 적자 자회사 합병에 따른 신주 발행과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을 걱정했다.
폴란드 가동률 20% 안팎…"2~3년 터널 지나야"
합병 이후 가장 큰 과제는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분리막 사업의 정상화다.
SKIET 측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 회복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 단기간에 현재의 어려움을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다만 전기차 수요 부진을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향후 2~3년가량 어려운 시기를 지나면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주들이 물은 폴란드 공장 가동률은 현재 공장별 차이는 있지만 약 20% 안팎이라고 답했다. 회사는 중국 공장 매각과 국내 증평 공장 가동 중단 등을 통해 유휴 생산능력을 줄이고 생산 물량을 폴란드로 집중해 가동률과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관련기사
- SK이노가 이차전지 분리막 SKIET 합병한 이유2026.08.26
- SK이노, 장기 부진 분리막 자회사 SKIET 다시 품는다2026.08.25
- 한·중 공장 없애는 SKIET, 연말 CAPA 57% 축소2026.05.28
- SKIET, '매출 절반' 증평 분리막 공장 반 년 뒤 접는다2026.05.27
SK이노베이션은 합병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SKIET를 별도 상장사로 유지하면서 발생했던 이사회와 IR 조직 등 관리비용을 줄이고, 양사의 생산·마케팅 기능을 통합해 중복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룹 분담금과 신용등급 차이에서 발생하는 금융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 역시 전기차와 분리막 시장 회복 시점에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인정했다. 김윤회 SK이노베이션 경영전략실장은 "수요 회복 자체에 기대기보다는 합병 이후 즉각 실행할 수 있는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부터 추진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