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데이터센터를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로(AIDC) 전환하고 나면 공간은 남는데 전력이 없습니다. 전력만 있다면 이미 지어진 데이터센터에 가장 빠르게 AI 인프라를 구축해 공급할 수 있습니다."
이치영 KT클라우드 팀장은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개최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산업 진흥에 관한 특별법(AIDC 특별법)' 하위법령 마련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 3월 AIDC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산학계 전문가들은 하위법령이 실제 AI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지려면 전력 확보와 기존 데이터센터의 AIDC 전환, 코로케이션 사업에 대한 명확한 기준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업계에선 신규 AIDC 구축뿐 아니라 수도권에 이미 구축된 기존 데이터센터를 AI 인프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 데이터센터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있고 대부분 과거에 구축된 레거시 데이터센터"라며 "최근 일부 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했는데 서버 집약도가 높아지면서 공간은 4분의 1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정작 전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데이터센터에 전력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다면 신규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보다 빠르게 AI 인프라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DC 특별법이 수도권에서 기존 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하는 경우와 관련해서도 전력 확보 및 전력계통영향평가 적용 방식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카카오도 기존 데이터센터의 AIDC 전환 과정에서 추가 전력 공급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세웅 카카오 부사장은 AI 학습용 데이터센터와 실제 서비스에 활용되는 추론용 데이터센터의 특성이 다른 만큼 AIDC 인정 기준도 이를 고려해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학습용 데이터센터는 GPU를 중심으로 구성할 수 있지만 추론용 데이터센터는 기존 서비스 인프라와 연동돼야 해 중앙처리장치(CPU) 등 기존 장비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함께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AI 장비의 전력 비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기존 데이터센터에 GPU를 추가하는 추론용 AIDC가 인정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김 부사장은 "토큰 팩토리와 모델 팩토리는 나뉘어져야 하고 그렇다면 GPU 비율 자체도 달라야 할 것"이라며 "학습용 기준으로 설정된다면 기존 서비스와 GPU가 함께 있는 데이터센터는 AIDC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코로케이션 사업에 대한 제도적 정의를 명확히 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코로케이션은 사업자가 데이터센터 공간과 전력·네트워크 등 인프라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지만 국내에 별도 업종 코드가 없어 임대업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팀장은 데이터센터 구축 비용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운영사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건설사 등 여러 사업자가 함께 AIDC를 구축·운영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단지에선 코로케이션이 임대 형태로 해석되면서 사업 추진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하위법령에서 역할과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AIDC 신고 요건과 인허가 불통과 사유를 구체화해 사업자의 부담과 불확실성을 줄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현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신고서가 너무 구체성을 요구하게 되면 나중에 사업자가 AIDC 특례를 받은 뒤 제대로 된 신고서를 제출한 것이 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AIDC를 식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서식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허가 불통과 사유도 시행령에서 구체화하면 AIDC를 추진하려는 사업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허가 절차 단축뿐 아니라 실제 데이터센터가 운영에 들어갈 때까지 전체 구축 과정을 살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지방자치단체의 건축 인허가는 과거보다 빨라졌지만 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검사나 소방검사 등 구축 후반부에서 인력 부족으로 일정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AIDC를 빨리 시장에 공급하려면 앞단의 인허가도 중요하지만 실제 운영되는 순간까지 전주기로 봐야 한다"며 "법령과 시행령에 이런 부분까지 담긴다면 좀 더 완벽한 제도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하위법령 윤곽…시설 인정 기준은 '전력'2026.09.09
-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내년 3월 시행…정부, 인허가·전력 특례 구체화한다2026.09.09
- GW급 AI 데이터센터 키우는 오라클, HPE와 네트워킹 협력 강화2026.09.09
- 이노그리드, AI 데이터센터 기술 기업 도약…인프라 통합 제어 승부수2026.09.08
AIDC 특별법 제정 연구반 소속 전문가들은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가 곧바로 전력 확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목형수 건국대 교수는 "전력계통영향평가 면제는 평가 절차의 문제로, 면제를 받더라도 계통 안정화에 대한 책임은 그대로 적용된다"며 "이번 제도의 성패는 AIDC가 전력을 어떻게 조기에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는 만큼 시행령에서 이를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