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행성 충돌가설 분석했더니…"달, 5시간만에 탄생" [우주로 간다]

美 SwRI 연구진, 관련 논문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발표

과학입력 :2026/09/09 15:22    수정: 2026/09/09 15:23

지구의 유일한 자연위성인 달이 태양계 초기 지구와 화성 크기의 원시 행성이 충돌한 뒤 불과 몇 시간 만에 형성됐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우주과학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연구소(SwRI) 아딘 덴턴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충돌한 천체의 지질학적·물리적 특성을 세밀하게 반영한 고해상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달이 충돌 후 약 5시간 만에 형성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연구는 지난 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사진=NASA

달의 기원에 대한 가장 유력한 가설 중 하나는 '거대 충돌 가설'이다. 45억 년 전 화성 크기 원시 행성 ‘테이아(Theia)’가 초기 지구와 충돌하면서 만들어졌다는 가설이다. 

이번 연구는 기존 시뮬레이션에 충돌하는 천체의 물질 강도와 내부 온도를 추가해 충돌 과정과 달 형성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살펴봤다.

연구를 이끈 덴턴 박사는 "최근 충돌 모델은 물질의 강도까지 반영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며 “달 형성 과정에서도 물질 강도가 영향을 미칠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시뮬레이션 결과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온도가 높은 천체는 차가운 천체보다 물질 강도가 약하다. 행성들은 형성 직후 내부에 상당한 열을 품고 있었으며, 이는 행성을 구성하는 물질의 강도에 영향을 미쳤다. 달을 탄생시킨 거대 충돌 역시 태양계 형성 이후 비교적 이른 시기에 발생했기 때문에 당시 지구와 테이아의 온도와 냉각 정도가 충돌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다양한 온도와 물질 강도를 적용해 거대 충돌과 달 형성 과정을 시뮬레이션했다. 기존 시뮬레이션에서는 크게 두 가지 달 형성 시나리오가 제시돼 왔다. 하나는 충돌로 만들어진 파편 원반이 상당 기간 지구 주변에 남아 있다가 파편들이 서서히 뭉쳐 달이 형성됐다는 가설이다. 다른 하나는 2022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 주도 연구에서 제시된 것으로 충돌 직후 몇 시간 안에 파편들이 모여 달이 형성됐다는 시나리오다. 이번 연구는 후자의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결과를 제시했다.

지구와 소행성 충돌을 상상한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만약 테이아가 어느 정도 식은 상태에서, 즉 태양계 행성들이 형성된 지 약 1억~1억5000만 년 뒤 지구와 충돌했다면 테이아의 물질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상당 부분이 지구와 합쳐지고, 지구 주변에 형성된 파편 원반에서 달이 점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테이아가 여전히 뜨거운 상태에서, 행성 형성 후 6000만 년이 지나기 전에 지구와 충돌했다면 테이아가 충돌 과정에서 크게 파괴되면서 달을 형성할 거대한 파편 원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달이 매우 빠르게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덴턴 박사는 “충돌 직전 지구와 테이아의 온도가 얼마나 높았는지에 따라 충돌로 테이아가 파괴되고 달을 만들 거대한 파편 원반이 형성될 수 있다”며 “초기 달 형성 모델과 동일한 매개변수와 두 천체의 내부 온도 구조를 적용했을 때 약 5시간 만에 온전한 형태의 달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한편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달은 대부분 테이아의 맨틀 물질로 구성되고 지구의 맨틀 물질은 소량만 섞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달과 지구 맨틀의 성분이 매우 유사하다는 기존 관측 결과와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다. 연구진은 달과 지구의 성분이 비슷하면서도 현재의 시뮬레이션으로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동위원소 비율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달의 형성 과정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요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태양계 밖 위성인 외계위성 탐사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만약 암석형 외계행성 주변에서 위성이 충돌 후 불과 몇 시간 만에 형성된다면, 위성 형성 원반이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직접 관측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수 있다. 반면 가스행성 주변의 위성 형성 원반은 충돌 파편이 아니라 행성 형성 과정에서 남은 물질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진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