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AI에 필요한 풀스택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실제 임무에서 먼저 작동하는 AI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태형 코난테크놀로지 국방·전략사업부장은 9일 서울 KT선릉타워에서 열린 '국방 인공지능 혁신 네트워크 세미나'에서 국방 AI 현장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 AI에 필요한 기반 체계를 한꺼번에 구축하기보다 군이 당장 필요로 하는 작은 임무부터 AI를 적용하고 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세미나는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방인공지능정책연구실과 과실연 AI미래포럼 공동 주최로 '군 특화 AI 전환(AX) 추진 방향'을 주제로 열렸다. 박병훈 티쓰리큐 대표와 김태형 코난테크놀로지 부장, 이동찬 미소정보기술 이사가 발표하고 군·학계·방산업계 관계자들이 토의에 참여했다.
김태형 부장은 국방 AI를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논의는 이어지고 있지만 실제 현장 적용은 아직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다리는 시간은 준비 기간이 아니라 기회를 잃어버리는 시간"이라며 "만들 수 있는 것부터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는 느는데 사람은 줄어…작은 임무부터 AI 적용
군 정보분석 현장에서는 처리해야 할 정보가 빠르게 늘고 있다. 최희명 정보사령부 대령은 위성영상 등 분석해야 할 정보는 늘어나는 반면 병력 감축으로 판독 인력을 계속 늘리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이 제시한 해법은 업무 단위로 AI를 적용하는 '미션' 중심 접근이다. 거대한 국방 AI 체계를 한 번에 구축하지 않고 데이터 분석이나 반복 업무 개선처럼 현재 해결할 수 있는 작은 임무부터 AI를 적용한 뒤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정보분석관은 공개정보를 살피다가 익숙하지 않은 지역이 등장하면 지도를 열어 위치를 확인하고 관련 정보를 다시 찾아야 한다. 김 부장은 비교적 단순한 작업부터 자동화하면 분석관이 본래 분석 업무에 더 집중하고 처리 시간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이런 접근을 전출처 정보분석 시스템 '코난 아르고스'에 적용하고 있다. 공개출처정보(OSINT)와 지리공간정보(GEOINT)를 우선 연결하고 이후 다른 군 정보를 단계적으로 추가하는 방향이다. 정보사령부 근무 경험이 있는 인력도 개발에 참여해 실제 분석관의 업무를 반영하고 있다.
군은 필요한 기능 말했는데…개발 결과는 달랐다
작은 임무를 정한 뒤에는 군과 개발 기업이 현장에서 함께 요구사항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 대령은 코로나19 당시 진행한 사업을 사례로 들었다. 대면 협업이 어려워 군이 필요한 기능을 업체에 전달하는 형태로 개발을 진행했지만 결과물을 받아보니 군과 개발진이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실제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국방과학연구소(ADD) 연구진이 현장에서 일주일 동안 군과 같은 근무시간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 대령은 연구진이 직접 업무를 경험하고 나서야 분석관들이 특정 기능을 요구한 이유를 이해했다고 전했다.
김 부장은 미국 팔란티어를 군과 기업이 함께 기술을 개발한 사례로 들었다. 팔란티어가 군과 현장을 함께 다니며 필요한 기술을 개발한 점을 강점으로 꼽았다. 코난테크놀로지도 연구인력 9명을 사업 부서에 배치해 연구진이 군 업무를 직접 이해하도록 하고 있다.
박병훈 대표도 현장과 개발 조직을 연결하는 방안으로 '전방 배치 엔지니어(FDE)' 체계를 제시했다. 전방 엔지니어가 군 현장에서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해 개발 사양으로 정리하면 후방 엔지니어가 이를 토대로 최소기능제품(MVP)을 만들고 다시 현장에 적용하는 구조다.
티쓰리큐는 오는 28일부터 조직을 전방·후방 배치 엔지니어 체제로 개편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다수의 개발자를 현장에 장기간 배치하기에는 비용 부담이 큰 만큼 현장 인력과 후방 개발진의 역할을 나누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작은 과제 늘수록 '연결' 중요
작은 임무부터 시작하더라도 개별 사업이 서로 다른 환경과 기준으로 개발되면 군 전체로 활용 범위를 넓히기 어렵다.
박범식 LIG넥스원 관계자는 "국방 AI 과제가 지나치게 잘게 나뉘어 있고 개발 환경도 서로 달라 AI 에이전트 간 협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기술을 하나의 표준으로 묶을 필요는 없지만 서로 연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통 규칙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령도 업체별로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서로 호환되지 않으면 군에서 통합해 활용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업 초기부터 국방 차원의 공통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민간에서 잘 작동하는 AI 기술을 군에 그대로 가져오는 것도 어렵다. 이날 객석에 있던 한 육군 관계자는 과거 국내 정보통신기술 수준이 높은 만큼 민간 기술을 군에 가져와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경험은 달랐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군에 가져와서 바로 쓸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군은 대대·여단급으로 내려갈수록 통신 환경이 제한되고 작전 중에는 네트워크 연결이 끊기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민간의 고속 네트워크를 전제로 개발한 데이터 기술이 군 환경에서도 작동하려면 별도의 개발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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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찬 미소정보기술 이사는 "군 데이터를 결합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밀 정보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며 "데이터 가공과 비식별화 이후에도 보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결국 작은 임무부터 실제로 적용해보는 과정에서 군과 기업의 협업이 필요하다"며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