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기술을 군 업무에 빠르게 적용하는 가운데 한국도 장병이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군인 체감형 AI'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활용 가능한 AI부터 군 현장에 적용하고 실제 운용을 통해 기술을 고도화하자는 취지다.
4일 본지 취재 결과 국내 국방 AI 업계와 학계는 AI를 실제 군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실증과 운용 환경 마련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적용 가능한 영역부터 현장에 도입하고 군 수요자와 기업 간 접점을 넓혀 기술을 검증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미국은 이미 생성형 AI를 군 구성원이 사용하는 업무 도구로 배포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군용 생성형 AI 플랫폼에 오픈AI의 '챗GPT 밀'과 xAI의 '그록'을 추가해 약 300만명의 군인과 국방부 민간 인력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챗GPT 밀은 문서 작성과 정보 분석 등을 지원하며 그록은 임무 계획과 연구, 공급망 관리 등에 활용된다.
중국에서도 딥시크 등 자국 AI 모델을 군 업무에 적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인민해방군 관련 기관의 조달 자료와 연구에서는 딥시크를 정보 분석과 의사결정 지원 등에 접목한 사례가 소개됐다.
한국에서도 국방 AI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실제로 사용하는 군과 기술을 개발하는 민간의 접점은 더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군이 개발 단계부터 기술을 접하고 실제 임무에 적용해볼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국방·안보 분과위원인 전태균 에스아이에이(SIA) 대표는 "국방 AI 기술을 써야 하는 군 수요자들이 기술과 접점이 없거나 사업과 연계해 군 기관과 민간 기업이 접촉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이제는 열어놓고 더 많은 협력의 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 대표는 단순히 AI 기술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군 환경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저런 기술이 있다, 이런 게 된다는 것을 알리는 걸 넘어 그것이 실제 작동하는 것까지 증명하는 과정이 가장 중요하다"며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제품을 중심으로 현실적인 실증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키나락스 역시 국방 AI의 현장 활용을 앞당겨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국방 분야가 보안 문제로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처음부터 높은 성능을 요구하기보다 일정 수준의 모델을 먼저 배포해 운용 과정에서 성능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봤다.
김민성 마키나락스 국방·공공사업본부장은 "국방 AI 기술이 처음부터 95% 수준의 성능을 확보하긴 어렵다"면서 "70% 수준이라도 먼저 배포해 운용하면서 똑똑해지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군 현장에 적용된 사례도 있다. 마키나락스는 해군 함정 폐쇄망에 검색증강생성(RAG) 기반 AI를 구축해 운용자가 함포 조작법 등을 질문하면 관련 시각자료와 근거 문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해외 장비 번역 교범에서 필요한 내용을 직접 찾아야 했던 업무를 AI가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능형 GOP 작전지원체계에는 공개 데이터 등으로 초기 모델을 만든 뒤 운용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로 재학습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국방과학연구소 내 국방지능데이터센터에서는 최신 오픈소스 모델을 폐쇄망으로 반입할 때 필요한 보안 검증 시간을 기존 4일에서 1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AI를 실제 군 업무에 적용할 때는 업무 성격에 따라 자동화 수준을 달리하는 접근도 필요하다.
한보형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겸 삼성전자 DS부문 펠로우는 "완벽한 단위는 아닐지라도 일부는 완벽하게 사람의 개입이 없도록 만들고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AI는 사람에게 맡기는 식으로 분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정부는 국방 AI 현장 활용을 위한 기반 마련에 나섰다. 국방부가 지난 2일 공개한 '국방 소버린 AI' 추진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방 AI 관련 예산을 올해 약 900억원에서 2000억원대로 두 배 이상 늘리고 국방특화 AI 모델 개발과 국방 AI 공통운영체계 구축, 국방 AX거점, AX 스프린트 등을 추진한다.
관련기사
- 국방부, AI 예산 2000억원대 배정…독자모델·피지컬 AI 키운다2026.09.03
- 성낙호 네이버클라우드 총괄 "국방 AI, 개별 적용 넘어 군 전체 '전력 지능화' 필요"2026.09.02
- [현장] 국방부, 독자 AI 기반 '전장 특화모델' 만든다…'소버린 AI' 본격화2026.09.02
- 미국 국방부, 군용 챗GPT·그록 도입…민감 데이터 보호 나선다2026.09.01
국방특화 AI는 범용 독자 AI 모델을 기반으로 국방행정에 맞는 모델을 개발한 뒤 전장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도화한다. AX 스프린트는 군 현장의 AI 수요를 발굴해 개발과 실증을 거쳐 성과가 확인된 기술을 후속 전력화 사업과 연계한다. 국방 AX거점에는 민간 기업과 연구기관이 보안이 확보된 공간에서 군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다.
하정우 국가AI전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국가 안보적으로 국방은 중요한 분야"라며 "우리가 경쟁력 있는 모델을 스스로 만들고 스스로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면서 협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하는 걸 기본 정책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