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경기도 여주시 씰리침대 신공장 생산동에 들어서자 통유리 너머로 매트리스 생산라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닥에 표시된 파란색 보행선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누빔과 봉제, 조립 공정이 차례로 이어졌다. 작업자들은 매트리스 원단을 봉제하고 스프링 위에 폼을 쌓으며 주문받은 제품을 하나씩 완성하고 있었다.
미국 브랜드인 씰리가 2016년 첫 씰리코리아 여주공장을 세운 지 10년 만에 생산시설을 두 배 가까이 키웠다. 씰리코리아는 이번 신공장을 아시아 각국에 공급하는 생산·수출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주문 없으면 안 만든다”…포장 빼면 모두 ‘사람 손’
여주공장은 약 110종의 매트리스를 주문에 맞춰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으로 운영된다. 제품마다 사이즈와 사용하는 원단, 내부 구성 등이 달라 하루에도 수십 종의 서로 다른 매트리스가 생산된다.
생산은 고객의 주문에서 시작된다. 주문이 접수되면 제품별 ‘생산 티켓’이 생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매트리스를 만든다. 생산 티켓이 없으면 임의로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티켓은 개별 주문 고객과 연결돼 있으며 마지막 포장 단계에는 고객의 이름도 표시된다.
생산 라인에서는 사람의 손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누빔설비에서 상판과 옆단을 만든 뒤 봉제 공정으로 넘기면 작업자들이 손잡이를 달고 가셋 등을 만든다. 이어지는 조립 공정에서는 스프링 위에 폴리우레탄 시트폼을 한 장씩 쌓아 위치를 맞추고 고정했다. 들어가는 소재와 쌓는 순서에 따라 매트리스의 단단함과 푹신함도 달라진다.
유동완 씰리코리아 여주공장장은 “여주공장에서는 모든 작업을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며 “자동화된 라인은 마지막 포장 공정뿐”이라고 설명했다.
각 공정이 끝날 때마다 검수도 이뤄진다. 문제가 발견되면 다음 공정으로 넘기지 않고 해당 단계에서 다시 작업한다. 누빔과 봉제, 조립을 모두 거친 제품은 완제품 검사를 받은 뒤 생산 과정에서 유일하게 자동화된 포장설비를 거쳐 물류동으로 이동한다.
주문부터 고객에게 제품이 도착하기까지는 통상 5일이 걸린다. 주문 다음 날 생산정보가 전산에 입력되고 3일차에 제품을 생산한 뒤 4일차에 출고해 5일차에 배송이 완료된다. 주문생산이 원칙인 만큼 주문 취소로 발생한 제품을 제외하면 완제품 재고도 별도로 쌓아두지 않는다.
공장에는 완제품의 라돈 수치를 자체 검사하는 별도 공간도 마련했다. 매트리스를 24시간 측정하고 1시간 단위로 수집한 데이터를 종합해 자체 성적서로 관리한다.
국내서 20배 성장…‘메이드 인 코리아’ 수출 확대
씰리코리아가 공장의 몸집을 키운 배경에는 국내 사업의 성장이 있다. 199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씰리는 초기에는 미국에서 완제품을 수입하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 의존했다. 이후 국내 프리미엄 침대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2016년 여주에 첫 자체 생산공장을 세웠다.
국내 생산을 본격화한 이후 성장세도 이어졌다. 윤종효 씰리코리아 대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씰리코리아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약 18%다. 윤 대표는 “지난 5년간 씰리 글로벌 법인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2012년과 비교하면 현재 매출은 20배 이상 성장했다”고 말했다.
신공장은 생산동과 원자재를 보관하는 구매동, 완제품이 나가는 물류동을 갖추고 원자재 검수부터 생산·출고까지 한곳에서 이뤄지는 구조로 지었다. 생산면적은 1만 5183㎡로 기존 공장(7920㎡)의 약 두 배로 늘었고 8시간 기준 최대 생산능력도 300조원에서 500조원로 67% 확대됐다. 최대 생산인원도 기존 71명에서 92명으로 늘렸다.
씰리코리아는 여주공장의 역할을 국내 생산기지에서 아시아 생산·공급 거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중국과 몽골, 카자흐스탄 등에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홍콩, 대만 등과도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해외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수출 확대의 기회로 보고 있다.
윤 대표는 “과거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저평가됐지만 최근 한류 등의 영향으로 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중국과 몽골,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특히 프리미엄 한국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수출 비중 목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윤 대표는 “특별한 목표를 설정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 공장이 더 많은 생산량을 가져가 생산량의 15~20% 정도를 수출 물량으로 채웠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바다 건너오는 스프링도 국내서…원자재까지 국산화
아시아 생산거점 구축을 위한 다음 단계는 핵심 원자재인 스프링의 국내 생산이다. 현재 여주공장에서 사용하는 스프링은 전량 해외에서 조달하며 호주와 중국에서 절반씩 들여온다. 고가 제품용은 주로 호주에서, 중가 이하 제품용은 중국 씰리 공장에서 공급받는다.
윤 대표는 “컨테이너 한 대에 스프링이 약 350개 들어간다”며 “연간 7만개를 판매하면 200개의 컨테이너가 들어와야 하고 월 15~20개 컨테이너가 바다에 계속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상 운송에 의존하는 만큼 태풍이나 전쟁 등으로 물류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환율 변동에도 영향을 받는다. 생산량이 연간 10만개 이상으로 늘어나면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직접 생산하는 편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게 회사 측 판단이다.
이에 씰리코리아는 신공장 인근에 별도의 스프링 생산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현재 부지 확보와 인허가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8년 3월께 완공을 목표로 한다.
스프링에 사용하는 강선도 국내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포스코산 강선을 재가공하는 업체를 통해 공급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현재 복수의 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 씰리코리아가 포스코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은 아니며 구체적인 공급업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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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 공장이 가동되면 씰리코리아는 현재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 원자재부터 완제품까지 국내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해상 물류와 환율 등에 따른 공급망 변수를 줄이고 생산 안정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윤 대표는 “이번 공장 신축·확장은 씰리코리아의 제2의 도약을 위한 엔진이 될 것”이라며 “2028년 스프링 공장까지 완성되면 완제품부터 원자재까지 원스톱으로 생산하는 아시아 핵심 제조허브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