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차 공세에 각자도생 접는 완성차…소프트웨어 합종연횡 가속

혼다·닛산, 2029년 ECU·차량용 OS 공동화…현대차는 엔비디아와 자율주행 협력

카테크입력 :2026/09/01 16:09    수정: 2026/09/01 16:12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에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까지 더해 세계 시장을 확대해 나가자 글로벌 완성차들이 독자 개발 일변도에서 벗어나 협력구도를 짜고 있다. 개발비를 나누고 출시 속도를 높이기 위해 경쟁사나 빅테크와 손잡는 '소프트웨어 합종연횡'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와 닛산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에 적용할 핵심 전자제어장치(ECU)와 소프트웨어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양사는 차세대 SDV의 전자·전기(E/E) 아키텍처를 구성하는 고성능 메인 ECU와 차량 각 영역을 관리하는 존 ECU의 공통 사양을 마련한다. ECU에서 구동되는 차량용 운영체제(OS)와 미들웨어, 차량 제어 소프트웨어의 주요 부분도 공동 개발한다.

우치다 마코토 당시 닛산 사장(왼쪽)과 미베 도시히로 혼다 사장이 2024년 8월 1일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플랫폼 기초기술 공동연구에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혼다)

공동 개발한 기술은 2029회계연도 이후 양사 차세대 SDV에 적용될 예정이다. 혼다와 닛산은 기술과 개발 인력을 합쳐 연구개발 속도를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비용을 낮춘다는 구상이다.

두 회사가 지난해 2월 경영 통합 논의를 중단한 뒤에도 소프트웨어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회사 자체를 합치지 않더라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SDV 기반 기술은 공동 개발하는 선택적 협업에 나선 셈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협력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중국 업체들의 거센 해외 공세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65% 증가했다. 전기차 수출은 120% 이상 늘었다.

전기차 시장이 차량용 OS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경쟁으로 옮겨가면서 기존 완성차가 모든 기술을 단독으로 개발하기에는 비용과 시간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기아는 완성차 간 공동 개발 대신 엔비디아와의 기술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3월 엔비디아와 차세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확대했다.

박민우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가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SDV와 자율주행 부문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의 자체 SDV 아키텍처에 엔비디아 드라이브 하이페리온 플랫폼을 결합해 레벨 2부터 레벨 4까지 확장할 수 있는 통합 자율주행 구조를 구축한다.

현대차는 2028년 출시할 첫 양산형 SDV에 엔비디아와 협력한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포티투닷·모셔널이 수집한 주행 데이터를 같은 기준으로 통합해 자체 자율주행 AI를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외부 플랫폼을 활용하되 데이터와 자체 AI 기술은 내재화하는 병행 전략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 지분을 절반씩 보유한 합작사 'RV 테크'를 설립하고 차세대 존 기반 SDV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폭스바겐과 아우디, 스카우트 시험 차량을 활용한 동계 시험을 마쳤으며, 폭스바겐은 2027년 출시 예정인 소형 전기차 ID.에브리1부터 관련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에서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한 연합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화웨이의 '하모니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HIMA)'에는 싸이리스와 체리자동차, 베이징자동차, JAC자동차, 상하이자동차가 참여하고 있다.

화웨이는 이들 업체와 차량 설계부터 생산, 품질 관리, 스마트 콕핏·주행 기술, 판매와 고객 서비스까지 협력한다. 완성차 업체끼리 기반 기술을 나누는 일본·유럽 방식과 달리 빅테크가 다수 완성차를 하나의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묶는 구조다.

화웨이와 세레스가 개발한 아이토 M5 (사진=아이토)

협력 확대는 대규모 소프트웨어 투자에 따른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폭스바겐그룹의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는 구조조정과 기술 교체 비용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21억8000만 유로(약 3조 465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GM도 2024년 12월 크루즈의 로보택시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고 관련 사업을 정리했다. 이후 크루즈 부문의 조정 EBIT(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 손실은 2024년 17억 달러(약 2조 3261억원)에서 지난해 3억 달러(약 4105억원)로 14억 달러(약 1조9156억원) 감소했다.

다만 공동 개발이 위험 감소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핵심 플랫폼 개발이 지연되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여러 회사의 신차 일정과 품질 문제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특정 반도체와 OS, 클라우드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 기술 전환 비용 증가와 협상력 약화도 부담으로 돌아온다.

차량 데이터의 소유권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결정권, 고객 접점 역시 쟁점이다. 빅테크가 스마트 콕핏과 자율주행, 앱 생태계와 판매 서비스까지 장악하면 완성차 업체가 제조 역할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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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의 가치사슬이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서비스까지 넓어졌지만 완성차 업체가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은 제한적"이라며 "기술 내재화를 지향하더라도 생존을 위해 다른 산업과 협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외부 협력이 확대될수록 완성차 업체 간 제품 차별화가 흐려질 수 있다"며 "결국 소비자 경험에서 각 브랜드만의 차이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