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산음료 캔을 떨어뜨리거나 흔든 뒤 곧바로 개봉하면 거품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온다. 이를 막기 위해 개봉 전 캔 윗부분을 가볍게 두드리라는 ‘꿀팁'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과연 이 방법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있을까?
미국 과학 전문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는 최근 탄산음료 캔 내부에서 일어나는 물리학적 현상을 조명하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전했다.
탄산음료나 맥주, 샴페인 같은 탄산 음료는 이산화탄소를 고압·저온 상태에서 액체에 용해해 만든다. 로베르토 제니트 미국 브라운대 공학 교수는 "기포는 이산화탄소의 '과포화' 현상으로 인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과포화란 액체가 정상적인 조건보다 더 많은 용해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이 때문에 캔을 흔드는 등 외부 충격을 주면 기포 발생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하비에르 로드리게스 스페인 마드리드 카를로스 3세 대학교 유체역학 부교수는 "캔을 두드리거나 흔드는 기계적 자극은 액체 내부에 강한 압력파를 일으키고, 이 파동이 용기 벽에 부딪혀 반사되면서 미세 기포가 형성되는 저압 영역을 만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음료와 용기 종류에 따라 수분에서 수십 분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기포가 다시 사라지며 캔은 충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캔을 여는 순간이다. 기포가 액체 속에 떠 있는 상태에서 캔을 따면 급격한 압력 강하가 일어나면서 기포가 폭발적으로 팽창하고, 결국 음료가 밖으로 넘쳐흐르게 된다.
두드리기 실제로 효과 미미
이론적으로 '두드리기'의 원리 자체는 타당성이 있다. 제니트 교수는 "캔을 두드리는 목적은 용기 안쪽 벽면에 붙어 있는 기포나 미세 입자를 떼어내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제거하면 기포가 급격히 커지는 지점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캔 벽을 살짝 두드리면 붙어 있던 기포들이 떨어져 나와 개봉 전 캔 상단의 공기층으로 떠오른다. 액체 속에 기포가 새로 만들어질 지점이 줄어들므로, 캔을 땄을 때 압력이 떨어져도 거품이 솟구치는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유리병이나 플라스틱병 음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여기에는 치명적인 함정이 있다. 톡톡 살짝 두드리면 기포가 떨어져 나갈지 몰라도, 조금만 너무 세게 두드리거나 반복해서 두드리면 오히려 새로운 기포를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9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 연구진은 맥주 캔 1031개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캔을 4개 그룹(▲흔들고 두드린 그룹 ▲흔들었으나 안 두드린 그룹 ▲안 흔들고 두드린 그룹 ▲안 흔들고 안 두드린 그룹)으로 나누어 맥주 손실량을 비교했다. 두드리는 동작은 개봉 전 손가락으로 캔 옆면을 세 번 튕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험 결과, 캔을 흔들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두드린 캔과 두드리지 않은 캔 사이에서 맥주 손실량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캔을 두드리는 행위는 맥주 손실을 막지 못한다"며 실효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킷 얌 미국 럿거스대 식품과학 교수는 "맥주와 일반 탄산음료는 성분과 거품 형성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이번 연구는 캔을 두드리는 행위가 과학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유의미한 증거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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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폭발 막는 진짜 과학적 방법은?
캔을 두드리는 게 답이 아니라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바로 '시간'과 '온도'다. 흔들린 캔을 몇 분간 똑바로 세워두면 기포가 다시 액체에 녹아들거나 상단 공기층으로 자연스럽게 올라갈 시간을 벌 수 있다. 또한 음료를 차갑게 유지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이산화탄소는 온도가 낮을수록 액체에 더 잘 녹아있기 때문이다.
로드리게스 교수는 캔을 천천히 여는 물리적 팁도 제안했다. "캔 고리를 살짝만 당겨 가스는 빠져나가되 액체 거품은 뿜어져 나오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틈만 먼저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소리와 함께 가스가 빠져나가는 소리가 줄어들었을 때 캔을 완전히 열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