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1주년을 맞아 애국지사의 독립운동을 뒤에서 묵묵히 지원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분들의 발자취를 되짚는 자리와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의약계의 독립운동을 위한 노력이 재조명돼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의 병원은 환자를 돌보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독립운동가를 보호하고 정보를 연결하는 비밀 거점의 역할도 수행했다. 일본 경찰이 자유롭게 출입하기 어려웠던 일부 병원에서는 수배 중인 독립운동가를 환자로 위장해 치료하거나 피신을 돕는 일이 이뤄졌다.
일제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 신학문과 근대 의료기술을 교육받은 대표적인 전문직 여성인 간호사들도 독립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단순히 부상자를 치료하는 역할에 머문 것이 아니라 비밀문서와 군자금 운반, 독립운동가 보호, 만세운동 조직, 독립군 지원 등 독립운동의 핵심 임무를 직접 수행했다.
당시 간호사라는 직업은 독립운동 과정에서 독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간호사 가운과 의료용품, 약품 상자는 일제 경찰의 감시를 상대적으로 피할 수 있는 수단이 됐고, 간호사들은 이를 활용해 독립선언서와 비밀문서, 군자금 등을 은밀하게 운반했다. 의료인으로서의 신분이 독립운동을 위한 일종의 연결망이 된 것이다.
직접 독립운동 조직을 결성하고 행동에 나선 사례도 있다. 박자혜 지사는 조선총독부의원 간호사들을 중심으로 간우회를 결성하고 만세운동을 주도했고, 이후 중국으로 망명한 뒤에도 의열단의 활동을 지원하며 독립운동을 이어갔다. 이애시 선생은 만주 신흥무관학교 의무처에서 간호장으로 활동하며 독립군과 부상자를 치료했으며, 최선화 지사는 한국혁명여성동맹에서 활동하면서 광복군 지원과 항일 선전활동에 참여했다.
‘독립운동가 간호사 74인’을 재조명하기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전개하는 대한간호협회는 당시 간호사들은 전문직 여성으로서 자신들이 가진 지식과 직업적 특수성, 병원이라는 공간과 사회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독립운동의 중요한 축을 담당했다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아직 국가 서훈을 받지 못했거나 독립운동 활동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간호사들의 자료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들이 합당한 역사적 평가와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독립운동 지원한 유한양행, 동화약품, 조선무약
독립운동가이자 기업인으로 많은 사람들이 아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가 빠질 수 없다.
올해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유한양행은 독립운동가이자 창업자인 故 유일한 박사의 애국애족 정신을 이어가고자 보훈 가족을 위한 나눔을 확대하는 데 대한약사회, 국가보훈부와 뜻을 함께했다.
최근 유한양행은 광복절을 맞아 고령의 국가유공자 어르신들의 건강한 노후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한약사회, 국가보훈부와 ‘국가유공자 어르신 건강증진을 위한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7년부터 서울지역 보훈지청과 협력해 총 7361명의 국가유공자에게 ‘나라사랑 안티푸라민 나눔상자’를 꾸준히 지원해 온 사업을 전국 단위의 체계적인 민관 협력 사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번 협약을 통해 유한양행은 대한약사회, 국가보훈부와 함께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해 국가유공자의 건강한 노후를 지원할 계획이다. 국가보훈부는 건강 취약계층인 고령의 유공자를 발굴하고 원활한 지원을 위한 행정적 기반을 조성하고, 대한약사회는 전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어르신들에게 1:1 맞춤 복약 지도와 건강 상담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며, 유한양행은 보훈가족을 위한 의약품 후원은 물론, 사업이 안정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재정 및 물품 지원을 총괄한다.
그 첫걸음으로 올해 중앙연구소와 오창공장이 위치한 용인 및 청주 지역부터 사업을 확대하고, 향후 더 많은 국가유공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각 기관과 협력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대표 기업으로는 동화약품이 있다. 동화약품의 전신인 동화약방은 일제강점기 당시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국내를 연결하는 비밀 연락 조직인 서울연통부의 거점 역할을 했고, 초대 사장 민강 선생을 비롯한 동화약방 관계자들은 활명수 판매 수익으로 독립운동을 지원했다.
동화약품은 광복절을 맞아 ‘대한민국 일상을 채우는 활(活)력’을 주제로 지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역사를 되새기고 독립유공자 후손을 지원하기 위한 광복절 기념 특별 캠페인을 진행한다.
8월24일까지 네이버 브랜드 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까스활’, ‘소다활’, ‘편안활 스트롱’ 제품 수익금의 1%를 한국해비타트의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환경 개선 사업에 기부하는 내용이다. 또 캠페인을 기념해 대상 제품 구매 고객에게 한정 수량으로 한정판 굿즈 ‘기억 키캡 키링’도 증정하는데, 광복절을 일상에서 기억하자는 취지로 ‘ㄱ’자 형태로 디자인했으며, 태극기와 ‘대한민국’ 타이포그래피, 무궁화, 동화약품 부채표 등을 활용해 광복절의 의미와 역사를 함께 표현했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기억하고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고자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한정판 ‘기억 키캡 키링’을 통해 광복의 의미를 일상에서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솔표 우황청심원을 개발한 조선무약의 창립자이자 한의사인 박성수 선생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에 직접 뛰어들어 옥고를 치르고 출옥한 뒤에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독립운동가들의 기밀문서를 전달했던 인물이라다.
일제강점기였던 1920년 23살의 나이에 한성약업사와 대창약업사를 창업하며 약업에 뛰어들었고 같은 해 9월 독립운동에 가담한 사실로 일제에 체포돼 1년 1개월의 옥고를 치러야 했다. 이후에도 약업에 종사하며 전국 방방곡곡을 다녔고, 약재와 함께 독립운동가들이 주고받는 기밀문서를 전달했다.
일제의 감시가 이어지던 시절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 연락을 주고받고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국 각지를 오가야 하는 약재 유통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었고, 박성수 선생은 자신의 생업을 독립운동을 돕는 데 활용했다. 한약재를 싣고 전국을 오가는 길이 독립운동가들의 소식을 잇는 길이기도 했다.
이후 박성수 선생은 1925년 조선무약합자회사를 설립했고, 이후 조선무약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약 제약회사 가운데 하나로 성장하였으며 ‘솔표’라는 상표 역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됐다. 광복 이후에는 일제의 탄압으로 약화된 한의학과 한의사제도를 지키는 일에 나섰고 대한한의사협회 결성에 참여하며 협회 제3·4대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기억하겠습니다…독립운동가 후손 지원, 의미 찾는 ‘광복잇길’
독립운동가 후손 가운데는 해방 이후에도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선대가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생업을 포기하는 등 생활 기반이 무너진 사례도 많은데, 후손들의 고령화와 질병도 생활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적십자사는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운동가 후손 147명을 대상으로 ‘다시 피는 무궁화’ 사업을 통해 맞춤 지원에 나선다. 이번 지원 대상 147명 가운데 70대 이상은 110명으로 전체의 약 75%를 차지하며, 77명은 고혈압과 당뇨 등 질환을 앓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79명, 차상위계층은 6명이다.
‘다시 피는 무궁화’는 독립운동가 후손의 생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사업으로 지난 6월에 시작해 2027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며, 독립유공자유족회가 추천한 147명에게 1인당 80만원 상당의 식료품과 생활용품 등을 생활 여건에 맞춰 지원한다. 향후 추석 명절맞이 온누리 상품권, 연말 나기 선물 등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대한적십자사가 지난해 창립 12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계기로 독립운동가 후손을 위해 진행한 모금활동을 통해 마련된 기부금 중 약 1억2000만원이 사용된다.
자생의료재단은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한 민족병원이라는 설립 취지 아래 애국지사와 6·25 전쟁 참전 유공자 및 그 유가족 등을 위한 의료·생활·주거 지원 사업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설립자이자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인 신준식 박사의 선친이자 독립유공자인 신광렬 선생은 항일 운동을 주도하다 서대문 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고, 출소 이후에도 비밀리에 독립운동가들을 치료하는 등 조선 독립과 민족의학의로서 한의학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안정적인 학업 환경 조성과 미래 인재 육성을 지원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최근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증서 수여식’을 개최했다.
이번 장학사업은 독립유공자 후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학업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선발된 5명의 장학생에게 1인당 400만원(총 2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장학금은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비 및 학업 보조비 등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번에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독립운동조직단장이었던 조위대 선생의 후손으로, 국가보훈부 2030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청년의 시각에서 보훈 정책을 제안하는 등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해당 학생은 “선조들이 피땀 흘려 지켜낸 공동체 가치를 이어받아, 향후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두루 대변하는 변호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의 비행장 격납고와 전투기, 군함 등 구체적 군사 정보를 수집하며 당시 일제 군사 기밀을 파악해오던 김중현 선생의 증손자도 이번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현재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 장학생은 “과거 선조가 진실을 밝혀 나라를 지켰듯, 이제는 병동에서 환자의 생명과 권리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고 싶다”며 “숭고한 독립 정신을 계승해 환자 중심의 따뜻한 간호사가 되겠다”고 전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교사의 꿈을 키워온 독립유공자 후손은 “선조들이 지켜낸 나라 사랑의 가치를 학생들에게 올바르게 전하는 교육자가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또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은 광복 81주년을 맞아 독립운동 역사를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한 공간을 제주도에 마련했다. 독립운동가의 삶과 정신을 따라 걸으며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광복잇길’을 조성하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하는 장기 프로젝트이다.
‘광복잇길’은 독립운동가의 헌신을 기리는 기림비와 태극기가 그려진 태극돌, 토종 무궁화속 식물 황근(黃槿)이 심어진 코스를 따라 걸으며 독립운동의 역사를 기억하는 길로, 지난 15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제주올레 1코스’ 시작 구간에서 기림비 제막식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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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측은 첫 사업 대상지로 제주 시흥리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현재 생존해 있는 독립유공자 강태선 애국지사의 고향에서 상징적 출발점을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1924년 제주 시흥리에서 태어난 강태선 애국지사는 1942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유학 생활을 하던 중 독립운동했으며 1944년 일제 경찰에 체포돼 치안유지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자생한방병원은 제주 ‘광복잇길’을 출발점 삼아 내년 ‘독립운동가 QR 스토리 콘텐츠’를 구축하고 학교 연계 현장체험학습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 2028년에는 광복절 ‘광복잇길’ 걷기축제를 개최하고, 전국 ‘광복잇길’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