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톤이 넘는 거대한 차체가 연속된 코너를 빠르게 돌아나갔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자 즉각 속도를 높였고, 제동 후 코너에 진입해 방향을 바꿀 때도 육중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고 있다는 느낌은 크지 않았다. 폴스타 3의 반전은 강력한 출력보다 이를 다루는 방식에 있었다.
지난 12일 경기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폴스타의 플래그십 전기 SUV '폴스타 3'를 직접 몰아봤다.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용인미르스타디움까지 이어지는 공도와 스피드웨이 트랙 7바퀴를 주행하며 듀얼 모터와 퍼포먼스의 주행성능을 경험했다. 가격은 각각 8590만원, 9990만원이다.
듀얼 모터는 최고출력 544마력(400㎾), 최대토크 740Nm를 발휘하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7초 만에 도달한다. 퍼포먼스는 최고출력 680마력(500㎾), 최대토크 870Nm로 시속 100㎞까지 3.9초면 충분하다.
공차중량은 듀얼 모터 2485㎏, 퍼포먼스 2520㎏에 달한다. 무게만 놓고 보면 민첩함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실제 트랙에서는 2.5톤 안팎의 무게가 무색할 만큼 안정적이고 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680마력이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곳은 직선 구간이었다. 코너를 빠져나와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머리가 헤드레스트 쪽으로 밀리는 느낌과 함께 순식간에 속도가 올라갔다. 고속 영역에서도 힘이 쉽게 처지지 않았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코너 구역이였다. 속도를 줄인 뒤 운전대를 돌리자 앞머리가 빠르게 반응했다. 연속된 코너에서도 대형 SUV 특유의 둔중한 움직임을 억제하며 운전자가 의도한 방향을 충실하게 따라왔다.
폴스타 3 듀얼 모터와 퍼포먼스는 사륜구동 방식을 사용하면서도 후륜 중심의 성격을 강조한다. 50대 50에 가까운 무게 배분을 구현했으며 퍼포먼스에는 폴스타 엔지니어드 섀시 튜닝까지 더해졌다.
듀얼 챔버 액티브 에어 서스펜션도 이런 움직임을 뒷받침한다. 시스템은 초당 500회 속도로 노면 상황을 분석해 차체 움직임을 제어한다. 트랙에서 가속과 제동, 방향 전환을 반복해도 차체의 앞뒤와 좌우 움직임이 크게 흐트러지지 않았다.
제동 성능도 출력과 균형을 맞췄다. 폴스타 3에는 대형 4피스톤 브렘보 브레이크가 적용된다. 트랙에서 속도를 높인 뒤 강하게 감속하는 상황에서도 2.5톤 안팎의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냈다.
7바퀴의 트랙 주행을 마친 뒤 가장 강하게 남은 인상은 '빠른 SUV'라기보다 '큰 스포츠 세단'에 가까웠다. 차체가 높고 무거운 전기 SUV라는 물리적 한계는 있지만 스티어링과 가속페달, 브레이크에 반응하는 방식은 일반적인 대형 SUV와 차이가 있었다.
같은 SPA2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볼보자동차 EX90과 비교하면 폴스타 3의 매력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졌다. EX90이 대형 전기 SUV의 안정적이고 편안한 이동에 무게를 뒀다면 폴스타 3는 운전자가 직접 차를 움직이는 과정에 좀 더 집중한 인상이었다.
트랙을 벗어나 용인미르스타디움까지 이어진 공도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서킷에서 차체를 단단하게 붙잡았던 것과 달리 일반도로에서는 노면 충격을 적절하게 걸러냈다. 일상적인 속도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플래그십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승차감도 보여줬다.
2027년형 폴스타 3에는 800V 전기 아키텍처가 적용됐다. 이날 시승한 듀얼 모터와 퍼포먼스에는 106㎾h 배터리가 탑재되며 최대 350㎾ DC 급속충전을 지원한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22분이 걸린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각각 486㎞, 438㎞다.
달리는 성능이 출중한 폴스타 3지만 차량 내부에서는 아쉬움도 분명했다. 실내 중앙의 14.5인치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물리식 조작계를 최소화하고 차량의 다양한 기능을 소프트웨어에 통합했다.
정차 상태에서 바라본 실내는 간결하다. 불필요한 요소를 걷어낸 구성은 폴스타가 추구하는 스칸디나비안 미니멀리즘과도 잘 어울린다.
문제는 운전 중이다. 차량의 기능을 조작하려면 화면으로 시선을 옮겨 원하는 메뉴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직관적으로 손을 뻗어 조작할 수 있는 물리버튼과 비교하면 운전 중 편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주행 성능을 경험한 뒤에는 이런 아쉬움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 스티어링과 가속페달, 브레이크에서는 운전자와 차가 직접 소통하는 듯한 감각을 강조하면서 정작 실내 기능을 조작할 때는 운전자가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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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스타 3의 강점은 단순히 680마력을 내는 데 있지 않았다. 2.5톤 안팎의 대형 전기 SUV를 가볍고 민첩하게 움직이게 만든 점이 더 인상적이었다.
공도에서는 플래그십 전기 SUV의 편안함을 보여주고 트랙에서는 스포츠 세단을 연상시키는 드라이빙을 보여줬다. 반면 물리버튼을 줄이고 차량 기능을 화면에 집중시킨 조작 방식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줄평: 느낄 수 없는 2.5톤의 무게, 물리 버튼까지 감출 필요는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