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미국 아니다"…쿠팡 노조, 17차례 교섭 끝 결렬 선언

임금·복지 요구 철회했지만 합의 못해…노동위 조정 신청·현장 투쟁 예고

인터넷입력 :2026/08/13 14:49    수정: 2026/08/13 15:42

쿠팡 노동조합이 사측과 17차례에 걸쳐 본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고 현장 선전전 등 단체행동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쿠팡지회는 지난 11일 쿠팡에 단체교섭 결렬을 통보했다고 13일 밝혔다.

노사는 지난해 10월29일 상견례를 시작한 뒤 약 10개월 동안 본교섭을 17차례 진행했다.

쿠팡 성수 캠프

쿠팡지회는 교섭 과정에서 복지포인트와 각종 수당, 포괄임금제 폐지 등 비용이 수반되는 임금·복지 요구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성과평가 최저등급인 'LE' 10% 강제할당 중단 ▲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신설 ▲현장직 직원의 대체휴무 희망일 사용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지회는 쿠팡이 팀 성과와 관계없이 구성원 중 일정 비율에 최저등급을 부여하는 평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연계된 성과향상프로그램(PIP)에 대해서도 과도한 실적 압박이나 사실상 퇴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가 자체 실시한 구성원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96%가 해당 평가제도가 주관적이고 불공정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답했다고 지회 측은 밝혔다.

반면 쿠팡은 교섭 과정에서 해당 평가와 PIP가 회사 고유의 인사·경영 제도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가입 범위를 둘러싼 갈등도 이어졌다.

지회는 사측이 제시한 단체협약안에 레벨7 이상 직원과 모든 매니저, 인사·노무·법무·재무·전산·총무·홍보 등 상당수 직군의 노조 가입을 제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단체행동과 관련해서도 노동조합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입장이다.

박수윤 화섬식품노조 쿠팡지회장은 “임금과 복지 등 비용이 수반되는 요구를 전면 철회하고 평가 이의제기 절차와 대체휴무 사용 보장 등 일부 제도 개선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며 “교섭을 시간끌기용으로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판단해 결렬을 선언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는 미국이 아니다”라면서 “쿠팡 경영진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노조 요구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팡지회는 향후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장 선전전과 조합원 투쟁 등 후속 절차에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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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관계자는 본지에 "그 동안 노동조합과 성실히 교섭을 진행해왔다"며 "열린 마음으로 지속적인 논의를 이어가고자 했으나, 노조가 갑작스럽게 교섭 결렬을 선언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향후 진행될 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