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금융·빅테크 기업 140여 곳이 연합한 컨소시엄 '오픈 스탠다드(Open Standard)'가 새로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오픈USD(OUSD)'의 출범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단순한 신규 가상자산 등장을 넘어, 스테이블코인 결제망 주도권이 '단일 발행사'에서 '기업 연합체'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브릿지(Bridge)' 공동 창업자 잭 에이브럼스가 임시 최고경영책임자(CEO)를 맡아 이끌며 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블랙록·코인베이스·구글·BNY·스탠다드차타드 등이 참여한다. 여기에 삼성전자, 신한금융그룹을 비롯한 국내 13개 기업이 이름을 올리며 눈길을 끈다.
대규모 글로벌 사업자들이 뭉치며 스테이블코인 시장 판도에 변화가 예상되지만, 국내는 디지털자산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OUSD 등장이 글로벌·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 짚어봤다.
오픈USD, 독점 시장과 기존 모델 한계 깨부수나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달러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약 62%, 서클(USDC)이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가 전체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 85% 이상을 양분하며 과점 체제를 이어오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기존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의 가장 큰 한계는 '수익의 독식 구조'다.
먼저, 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 등 결제 기업은 USDC, USDT를 자사 네트워크에 연동해 결제 규모를 키워왔지만, 예치금을 미국 국채 등에 운용해 발생하는 이자 수익은 서클과 테더 같은 발행사가 독점했다.
또 대규모 자금 이동 시 발생하는 발행·환매 수수료와 거래 한도 역시 기업 결제 혁신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오픈USD는 이런 '발행사 중심' 구조를 정면으로 뒤집는 모델을 표방한다.
오픈스탠다드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초기 참여사 명단에는 비자·마스터카드·아메리칸익스프레스·스트라이프·코인베이스·리플·블랙록·구글(구글클라우드)·BNY·스탠다드차타드·미즈호·DBS·BBVA·US뱅크·소파이(SoFi) 등이 이름을 올렸다. 아직 어느 블록체인에서 운영될지 공개되지 않았으며, 출시는 올해 하반기로 예정돼 있다.
국내는 총 13개 기업이 초기 참여사로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신한금융그룹, KB국민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BC카드, NH농협카드, 하나카드, 우리카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금융사와 두나무(업비트), 한화그룹이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조·금융·핀테크를 대표하는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선제적으로 '달러 동맹'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 격변 가능성
발표 직후 미국 증시에서 서클(Circle) 주가는 약 15% 안팎으로 급락하며 즉각적인 충격으로 반응했다. 그간 USDC를 유통하던 비자·마스터카드·스트라이프·코인베이스가 OUSD 유통 시 이자 수익을 분배받게 되므로, 이탈 유인이 커졌다.
서클 핵심 파트너 코인베이스도 OUSD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려, 두 생태계가 완전히 단절되기보다 경쟁과 협력이 병존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제러미 알레어 서클 CEO는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을 환영한다"고 밝혔고, 파올로 아르디노 테더 CEO도 "OUSD를 환영한다, 두 번째 선수가 게임에 등장했다"고 반응했다.
한국, 입법 공백으로 인한 리스크 불가피
글로벌 시장이 민간 주도 디지털 달러 결제망을 빠르게 구축하는 사이, 한국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규율할 '디지털자산기본법 2단계' 입법이 여전히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지난 5월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 안건에서 관련 법안이 빠지며 상반기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은행만 발행하게 할 것인가 핀테크도 허용할 것인가', '감독권을 금융위가 가질 것인가 한국은행이 가질 것인가'를 둘러싼 부처·업계 간 이견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입법 지체는 ▲국내 인프라 공백화 ▲원화의 디지털 영토 상실 ▲산업 불확실성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성전자·신한금융 등이 해외 달러 스테이블코인 동맹에는 참여했지만, 국내법 미비로 정작 국내에서는 관련 결제·송금 서비스를 상용화할 수 없는 '국내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 그동안 국내 결제 시장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잠식당하고 원화 기반 디지털 자산의 존재감이 희석될 위험이 있다.
또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국내 거래소·핀테크 기업이 실물연계자산(RWA) 등 신규 사업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온다.
OUSD, 우리가 참고해야 할 점
OUSD 모델의 핵심은 스테이블코인을 '누가 발행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참여하고, 수익을 어떻게 나누느냐'에 있다. 발행 주체 확정에만 몰두하는 국내 논의와 달리, OUSD는 은행·카드사·빅테크·핀테크가 모두 참여자로 들어와 있고, 이들이 함께 거버넌스를 구성하며 이자 수익을 나눠 갖는 '공동 소유' 구조를 택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역시 특정 업권에 발행권을 독점시키는 방식보다, 은행·카드사·빅테크·가상자산 업계가 모두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컨소시엄형 모델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데 힘을 얻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실제 입법 과정에서는 신용 리스크 관리, 감독 책임 소재 등 별도 제도적 설계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이 더한 이중고
원화 스테이블코인법 자체가 표류하는 사이, 지난 5월 국회 본회의에서 스테이블코인 국경 간 이동을 규율하는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됐다. OUSD 같은 해외발 컨소시엄형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한 시점과 맞물려, 국내 사업자에게 새로운 혼란 요인이 되고 있다.
외국환거래법 개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가 가상자산을 매도·매수·교환하는 방식 등으로 대한민국과 외국 간에 이전하는 업무를 하려면, 재정경제부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기존 환전업·소액해외송금업·기타전문외국환업이 '일반환전업'과 '해외지급결제업'으로 재편됐다. 전자적 방식의 스테이블코인 결제·송금 서비스는 대부분 이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와 별개로, 외국환거래법상 가상자산이전업 등록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또 기술적·행정적 부담이 상당해, 소규모 핀테크보다 대형 금융기관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국내 기업이 OUSD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에 결제·송금 목적으로 연결하려 해도, 등록의무·전산망 연계·라이선스 재정비라는 절차를 먼저 통과해야 해 사업 설계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
하위법령이 정비되기 전까지의 과도기 동안, 원화 스테이블코인법 공백과 맞물려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와 국회가 스테이블코인 입법을 계속 미룬다면, 한국은 거대한 디지털 달러 결제망에 안마당을 내어주는 대가를 치르게 될 수 있다.
<박재현 메가존 부사장 이력>
박재현 메가존 디지털자산 사업본부 부사장은 포항공과대학교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소프트웨어(SW) 및 ICT 분야에서 창업가·투자자·대기업 임원으로 활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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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인공지능(AI) 분야에서 두 차례 창업을 했으며,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서 삼성페이 등 주요 모바일 서비스를 주도했다. 이후 두나무 블록체인 자회사 람다256을 설립해 6년간 최고경영자(CEO)로서 이끌었으며, 현재 메가존에서 디지털 자산 사업을 리드하고 있다.
저서로는 '코어 스테이블코인' '코어 이더리움 프로그래밍'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