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검색' 시대 생존법…USA투데이의 '월드컵 보도'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극단적 속도+인간기자의 전문성' 전략

데스크 칼럼입력 :2026/06/22 15:18    수정: 2026/06/22 16:0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공지능(AI)이 언론사의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까지 뒤흔들고 있다. 특히 영어권 언론사들은 구글이 2024년 5월 'AI 개요(AI Overview)'를 도입한 이후 '제로 클릭(Zero-Click)' 공포를 겪고 있다. AI 개요가 검색 결과 상단에 정보를 요약해준 뒤 언론사 사이트 직접 방문이 크게 줄어든 때문이다.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뉴스 검색에서 제로 클릭 비율은 2024년 56%에서 2025년 69%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뉴스 사이트로 이어지는 검색 트래픽은 월 23억 방문에서 17억 방문 이하로 곤두박질쳤다.

검색엔진 최적화 기업 오소리타스(Authoritas)의 조사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노출된 웹페이지의 트래픽이 AI 개요 도입 이후 최대 79%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최근 조사도 궤를 같이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AI 챗봇 화면에 표시된 언론사 링크를 클릭하는 비율은 겨우 4%에 불과했다. 검색엔진(19%)이나 소셜 미디어(17%)의 클릭률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처럼 AI 검색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콘텐츠 생산 → 아웃링크 클릭 → 독자 유입 및 광고 노출’로 이어지던 언론사의 전통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사가 AI발 제로 클릭 공포를 극복할 방법은 없는 걸까?

미국 디지털 미디어·마케팅 전문매체 ‘디지데이(Digiday)’가 소개한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USA Today)의 실험 사례는 이에 대한 흥미로운 실마리를 제공한다.

디지데이의 USA투데이 월드컵 보도 전략 분석 기사. (사진=디지데이 캡처)

전략 1: 속도로 AI를 이긴다‘쉘 파일’ 전략

USA투데이는 2026 북중미 월드컵 보도에 ‘쉘 파일(shell Files)’ 전략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과거 동계올림픽 때 이미 성과를 거둔 전략이다. 핵심 개념은 '속도로 AI를 이긴다'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속보가 터지기 전, 미리 기사의 뼈대(틀)를 만들어 놓는 방식이다. 한국 월드컵 대표팀 경기 보도를 예로 들어보자. 

대한민국이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손흥민 선수의 결승골로 승리했다고 가정해보자. 

편집진은 경기 전 AI를 활용해 미리 기사의 뼈대를 만들어놓는다. AI가 과거 아카이브에서 손흥민의 통산 기록, 부제목, 관련 링크, 사진 등을 자동으로 추출한다. 그러면 편집자가 AI가 추출한 파일을 조합해 기사 형태로 저장해 놓는다. 이것이 ‘쉘 파일’이다.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현장 상황을 담은 두세 문장과 헤드라인만 얹어 곧바로 기사를 송고한다.

이 전략이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는 비결은 구글 'AI 개요'와의 ‘시차’다. 구글 AI가 해당 뉴스를 인지하고 ‘AI 개요’ 요약본을 만들어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짧게는 서너 시간에서 길게는 반나절 가량이 소요된다.

USA투데이의 쉘 파일은 이 틈새를 노리는 전략이다. 구글 AI 개요가 생성되기 전, 검색 트래픽이 폭발적으로 급상승하는 짧은 ‘골든타임’에 독자의 시선을 가로채겠다는 계산이다.

실제 효과도 검증됐다. 디지데이에 따르면, USA투데이는 지난 동계올림픽 당시 스키 스타 린지 본이 활강 경기 도중 충돌한 사고 속보를 전할 때 이 전략을 사용했다. '쉘 파일'을 활용해 배경지식과 관련 링크를 기자가 직접 채워 넣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덕분에 속보 경쟁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했다. 최초 보도 매체를 '정본'으로 우대해 검색 상단에 올리는 구글 뉴스의 알고리즘 특성을 영리하게 파악한 결과였다.

그 결과, USA투데이는 지난 동계올림픽 기간 9100만 페이지뷰(PV)를 달성했다. 4년 전 대회에 비해 82% 증가한 수치다. 

USA투데이는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이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구글 검색 상단을 노리는 전통적인 검색엔진 최적화(SEO)에 매달릴 때, USA투데이는 아예 구글의 ‘AI 개요’보다 한발 앞서 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략 2: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의 전문성’

USA투데이가 기술과 속도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현장 취재 강화’와 ‘차별화된 관점’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위해 USA투데이는 월드컵이 열리는 북중미 16개 개최 도시에 취재 기자를 전면 배치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자들은 단순히 '승부를 가른 10가지 순간' 같은 정형화된 리포트를 넘어, ‘지난 수년간 축구 전술은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와 같은 깊이 있는 전문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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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USA투데이의 이번 월드컵 보도 전략은 ‘AI를 활용한 극단적인 속도전’과 ‘대체 불가능한 인간 기자의 전문성’이라는 투트랙(Two-Track)으로 요약할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의 격변기 속에서 이러한 노력이 과거만큼 완벽한 유입 효과를 보장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대한 AI 검색의 파도 앞에서 주저앉는 대신, 자신들만의 돌파구를 찾아 나선 USA투데이의 시도는 ‘AI 시대를 살아남아야 하는’ 모든 언론사에 의미 있는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