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사를 쓴다…기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챗GPT와 대화를 통해 얻은 통찰

데스크 칼럼입력 :2026/03/18 15:27    수정: 2026/03/18 16:52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로이터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은 ‘슈퍼 서머리즈(Super Summaries)’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업 실적을 요약해주는 서비스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자가 검증하는 구조다.

이 모델이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기업 실적, 시장 요약, 수치 중심 기사들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다. 속보 경쟁 영역에 AI라는 보이지 않는 힘이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속보는 한때 인터넷 언론의 최전선이었다. “5분 먼저 쓰면 수만 클릭을 더 얻는다”는 말이 상식처럼 통했다. 하지만 AI 활용이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인간의 속도로는 따라가기 어려운 경쟁이 시작됐다. 

(사진=LSEG)

익숙한 답에서 출발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는 글 쓰는 능력도 뛰어나다. 게다가 쉬지 않는다.

“AI가 웬만한 글은 다 써주는 시대인데, 기자는 무엇을 할 것인가.”

기자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AI 열풍의 주역 중 하나인 챗GPT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그와 대화를 해보기로 했다.

첫 질문은 간단했다. 하지만 기자들에겐 절박한 주제였다.

“AI 시대에도 기자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인공지능(AI) 회사 오픈AI가 개발한 AI 채팅로봇 '챗GPT' (사진=로이터/뉴스1)

돌아온 답은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취재원과의 관계, 내부 정보"  

익숙한 이야기다.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답이다. 여기서 멈추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AI가 절대 못하는 건 무엇인가.”

챗GPT의 답변은 역시 단순했다. 그런데 그 답변 속에 핵심이 담겨 있었다. 

"접근(access)"

AI는 공개된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정리한다. 하지만 현장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한다. 기자들은 취재를 통해 기사에 쓸 정보만 얻는 게 아니다. 분위기와 맥락, 이해관계도 함께 수집한다.

이런 정보는 당장 기사에 써먹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익힌 분위기와 맥락은 사실을 훨씬 깊이 있게 해석하는 밑거름이 된다. 물론 이런 내공은 기사에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온다. 

취재를 충실하게 한 기자와 그렇지 않은 기자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같은 사실이라도 요리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어떤 기사는 단순한 뉴스에 머물고, 어떤 기사는 의미 있는 분석으로 이어진다. 

이런 차이를 챗GPT는 한 마디로 정리해줬다.  

“AI는 정보를 읽지만, 기자는 현장을 읽는다.”

같은 뉴스, 다른 결과

챗GPT를 좀 더 채근해봤다. "원론적인 얘기 말고,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해줘."

그랬더니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실제 사례가 들어가면 주장 → 검증된 사실로 바뀌어서 설득력이 확 올라갑니다. 다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너무 구체적인 '특정 매체 비교'는 피하는 게 좋습니다. 불필요한 마찰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AI의 특성을 고려한 가상 시나리오를 써달라고 부탁했다. 

챗GPT는 반도체 지원정책 발표 상황을 제시했다. 반도체 지원 정책 발표 이후 챗GPT에 질문을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이번 정책의 핵심은 무엇인가."

AI는 빠르고 정확한 답변을 내놓는다. 지원 규모와 대상 산업, 주요 방향까지 몇 초 만에 정리해 준다. 속보 기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좀 더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 정책이 실제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여기서 결과가 달라진다.

AI는 경쟁력 강화나 투자 확대 같은 방향성 중심의 설명을 내놨다. 틀린 내용은 아니지만,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현장을 꾸준히 취재해온 기자들의 기사는 다르다. 특정 기업의 수혜 가능성, 메모리 업황과의 연결,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위치 변화까지 짚어낸다. 

같은 뉴스를 다루지만, 결과는 완전히 다르다. AI는 내용을 정리하지만, 기자는 의미를 설명한다. AI는 빠르고 정확하지만 평범하다. 반면 기자는 핵심 포인트를 짚어낸다.

기자를 너무 이상화한 것 아니냐고? AI 시대엔 이상적인 기자가 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정보의 희소성이 사라지고 있다 

AI가 저널리즘 영역으로 계속 들어오는 것이 두려운 이유는 뭘까. 글을 잘 쓰기 때문은 아니다. 정보의 희소성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행적으로 전달하던 정보는 다른 곳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자료를 먼저 확보하는 것이 경쟁력이었다. 5분 먼저 쓰는 것이 큰 격차를 만들었다.

지금은 다르다. AI가 대부분의 정보를 몇 초 만에 정리해준다.

그래서 구조가 바뀐다. 정보는 기본이 되고, 해석이 경쟁력이 된다.

언론학자 미첼 스티븐스의 말이 떠오른다. 

"앞으로 언론은 현명하고(Intelligent), 충분히 이해하고(Informed), 해석적이며(Interpretive), 통찰력 있는 분석(Insight)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깨닫게 하는(Illuminating)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스티븐스는 이를 ‘지혜의 저널리즘’이라고 불렀다.

AI 시대 기자의 경쟁력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챗GPT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해줬다. 

첫째, 현장에서 정보를 가져와야 한다.

둘째, 정보를 해석해야 한다.

셋째, 전문성이 필요하다.

넷째, 데이터와 분석을 결합해야 한다.

결국 남는 건 질문이다

이번 대화에서 얻은 건 답이 아니라 질문이었다.

처음 질문은 평범했다. 그래서 답도 평범했다. 질문을 바꾸자 답이 달라졌고, 그 답이 생각을 바꿨다.

결론은 단순하다.

AI는 기사를 쓸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중요한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다. 이 부분에서 AI와 다른 인간 기자의 경쟁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미를 만드는 사람.”

그리고 그 출발점은 여전히 같다.

“좋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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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좋은 질문은 어디에서 나올까. 이렇게 정리할 수 있지 않을까.

“풍부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한 맥락 파악.”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