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 시즌은 여느 때보다 기대를 모았다. 주주 권익 보호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처음 열리는 주총이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주주 친화를 외쳤고, 거버넌스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주총장의 풍경은 혁신보다는 구태의 답습에 가까웠다.
가장 아쉬운 대목은 주주와의 실질적인 소통 부재다. 주총의 본질은 경영진이 주주에게 한 해 성과를 보고하고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안건 외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보통 기자들은 출입하는 기업의 주식을 주총장 출입용으로 소량 매입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속행되는 주총일수록 주주임에도 질문을 던지고 답을 듣기 어려운 구조가 반복됐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안건 외 발언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주총은 주주가 회사에 질문하고 답을 듣는 자리인데, 정작 안건 처리만 서둘러 끝내는 모습이다. 모 회사는 주주와의 대화 시간을 없애 주주 소통의 폭을 좁혔다. 또 다른 회사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앞두고도 주총에서 관련 사안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아 주주들과의 소통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주총장의 익숙한 풍경도 여전했다. 회사 측에 우호적인 발언을 하는 참석자들이 등장해 회사 경영진을 칭찬하고, 안건에 대한 동의를 제청하는 모습이다. 물론 실제 주주가 자발적으로 발언한 경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회사 직원들이 동원된 듯한 인상을 주는 일도 적지 않았다. 누가 봐도 속이 뻔히 보이는 방식의 발언이 반복되면 주총의 진정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영진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보다 형식적인 칭찬 릴레이를 이어가기에 급급해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아가며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는 오너일가가 정작 주총장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주주들에게 책임을 져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이 가장 공식적인 주주 소통 자리에는 불참하거나, 이름만 올려둔 채 실무 경영진에게 자리를 맡기는 경우가 태반이다. 실적 부진이나 미래 전략, 주주환원 정책 등을 두고 가장 듣고 싶은 답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정작 현장에 없다는 것은 주총의 의미를 반감시킨다. 보수는 최고 수준으로 챙기면서 책임 있는 설명은 회피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기업들도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관련기사
- 한화솔루션, 금감원 반박에 사과…"유증 사전 협의 없었다"2026.04.05
- "잠이 안 온다"…주주들 고성 이어진 한화솔루션 유증 설명회2026.04.03
- 한화솔루션 해명에도 소액주주 납득 NO…"오너家 석고대죄해라"2026.03.30
- 한화솔루션 기습 유증에 소액주주 반기…"절차 투명했나"2026.03.27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여전히 상당수 주총이 30분 안팎에 끝나는 의례적 행사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주총이 원활하게 끝나며 기업 입장에서 안정적 운영의 증거로 볼 수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주주들의 질문과 토론, 이견 표출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와 주주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짧고 조용한 주총을 마냥 모범으로 볼 수만은 없다.
상법 개정은 법 조문 하나를 바꾸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그 취지는 기업 경영이 보다 주주 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가깝다. 그렇다면 기업들도 법 개정 여부와 별개로 주총 문화부터 달라져야 한다. 안건 외 발언 기회를 넓히고, 경영진이 직접 나와 진정성 있는 자세로 설명하고, 형식적인 동의·제청 문화를 걷어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주주총회가 더 이상 '30분짜리 통과 의례'로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