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가상자산 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 방침이 디지털 금융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토큰증권(STO) 등 차세대 디지털 자산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핵심 현안들이 ‘대주주 규제’ 논란에 가로막혀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초 가상자산 현물 ETF 허용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던 금융당국의 기류가 최근 급격히 냉각됐다. 업계에서는 이달 초 불거진 ‘빗썸 사태’가 당국의 스탠스를 뒤집는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거래소 대주주 적격성 강화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다른 정책적 논의들이 후순위로 밀려났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 제한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는 한 가상자산 현물 ETF나 STO 같은 신사업 논의는 거론조차 되기 힘들 것”이라며 “특정 이슈가 시장 전체의 혁신 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글로벌 시장의 행보는 빠르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이미 토큰증권과 가상자산 현물 기반 ETF를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자산운용사 위즈덤트리(WisdomTree)가 24시간 거래 가능한 블록체인 기반 머니마켓펀드(MMF)를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허용한 상태다.
해외 규제당국이 미비점을 보완하며 제도권 안착을 유도하는 사이, 국내 시장은 첫발조차 떼지 못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가상자산 현물 ETF에 관한 법 체계를 정비하고 STO 시행령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자본시장에만 유리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가상자산 현물 ETF는 기초자산에 가상자산이 포함되어 있지 않고, 이와 관련한 신탁에 대한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해외서 발행한 비트코인·이더리움 ETF도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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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향후 법이 개정돼 빗장이 풀릴 때 발생한다. 투자자들에게 해외 가상자산 ETF 투자 길이 열리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거대한 유동성을 확보한 글로벌 상품들과 경쟁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운용사들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국내 자본시장은 글로벌 플랫폼에 수수료만 내어주는 ‘통로’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부적으로는 이미 상당 수준의 스터디가 완료돼 법적 가이드라인만 확정되면 곧바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면서도 “우리나라는 규제의 방향과 시점이 불투명해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반면, 해외 시장의 변화 속도는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