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클수록 규제 늘고 혜택 축소…'성장 회피’ 더 굳어진다

22대 국회 ‘규모별 차등규제’ 149건 발의…규제 증가형 94건 중 상법 65건

디지털경제입력 :2026/01/06 12:00

22대 국회 출범 이후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를 차등 적용하는 법안 발의가 늘면서, 기업이 성장할수록 부담이 커지는 ‘성장 패널티’ 제도 환경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 활동과 연관성이 높은 12개 법률을 대상으로 22대 국회 출범 이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발의된 1천21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를 담은 법안이 149건에 달했다고 6일 밝혔다. 

상의는 현행 12개 법률상 규모별 차등규제가 343건 존재하는 가운데, 출범 19개월 만에 다수의 추가 규제가 발의됐다고 설명하며,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성장 패널티라고 지적했다.

2대 국회 발의 기업규모별 차등규제 현황 (표= 대한상의)

상의는 규모별 차등규제를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만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 증가형’과, 규모가 커질수록 혜택을 줄이는 ‘혜택 축소형’으로 구분했다. 두 유형 모두 기업의 규모 확대 유인을 약화시키고, 경제 전반을 ‘성장 기피’ 생태계로 고착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규제 증가형’ 차등규제 법안은 94건으로 집계됐다. 법률별로는 상법이 65건으로 가장 많았고, 유통산업발전법(12건), 산업안전보건법(7건), 공정거래법(6건) 순이었다. 상의는 금융지주회사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 자본시장법 등에서도 규모 기준 규제 조항이 포함돼 기업활동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상법에서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지배구조·의사결정 관련 의무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 집중적으로 발의됐다고 밝혔다. 상의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준이 2000년 도입된 뒤 경제 규모와 물가가 크게 변했음에도 별도 검증 없이 관행적으로 차용돼 왔다며, 기업이 성장하는 순간 새로운 규제가 자동으로 부과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산업발전법의 경우 대형 점포에만 의무휴업 등을 부과하는 방식이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변화한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실효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2대 국회 발의 법안 중 ‘규제 증가형’ 법안 (표=대한상의)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세제 혜택이 줄어드는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 역시 22대 국회에서 55건 발의됐다. 혜택 축소형 차등규제는 전부 조세특례제한법에 집중돼 있었다. 연구개발(R&D), 시설투자, 특정 기술개발 등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되,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간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거나 아예 중소·중견기업만을 대상으로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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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의는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책 목적과 산업 특성에 맞는 규제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존재하는 기준을 별다른 검증 없이 반복·확장하는 입법 관행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가 더욱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다”라며 “누적된 규모별 차등 규제를 전면 재점검하고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