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고려아연 주주된다…현지 전략광물 제련소 추진

현지 JV 설립해 자금 조달…투자 규모만 10조원 예상

디지털경제입력 :2025/12/15 08:48    수정: 2025/12/15 09:33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이 미국 현지에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미국 국방부와 현지 방산 기업 등이 고려아연에 투자해 직접 주주로 참여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설립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미 국방부 및 현지 방산 관련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에 직접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의 직접 투자 방식에는 고려아연 지분을 매입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을 만들어 추진하며, 총투자금은 약 1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금은 JV가 현지에서 차입하며, 미국의 국방부, 상무부, 방산 전략기업 등이 약 2조원 규모 투자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경

미국 정부가 해외 민간 기업의 주주로 참여하는 방식까지 검토하는 배경에는 중국과의 패권 경쟁 속에 안보 차원의 공급망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반도체, 방산, 우주항공 등 미국의 주요 산업은 희토류를 포함한 전략광물 안정적 조달 없이는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구조다. 특히 포탄·미사일 제조에 쓰이는 안티모니, 비스무트 등 일부 광물은 중국 의존도가 7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공급 차질이 곧바로 전력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문제는 미국 내 제련 산업 기반이 사실상 붕괴된 상태라는 점이다. 환경 규제와 수익성 악화가 겹치며 제련 설비 투자가 위축됐고, 그 결과 원료를 확보하더라도 정제·제련 단계에서 병목이 발생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이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정제·제련 기술 경쟁력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아연·연·동 등 기초 금속뿐 아니라 안티모니, 비스무트, 게르마늄, 갈륨 등 희소 금속을 광석에서 고순도로 분리·정제하는 습식 제련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정부가 전략광물 공급망을 직접 관리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는 점도 업계의 관측을 뒷받침한다.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미국 내 희토류 광산 운영 기업인 MP머티리얼즈와 4억달러 규모 우선주 인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에 대한 투자 구상 역시 전략광물 공급망을 정부 차원에서 통제·관리하겠다는 기조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한편, 고려아연의 이같은 움직임에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는 즉각 반발했다.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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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은 "미국 정부가 프로젝트가 아닌 고려아연 지분에 투자하는 것은 사업적 상식에 반하는 ‘경영권 방어용 백기사’ 구조일 뿐"이라며 "미국 정부 투자금의 진짜 정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울산 제련소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제련산업 공동화는 물론 핵심 기술 유출 위험까지 초래하므로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금일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의 절차적 정당성과 사업적 실체를 철저히 따져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