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행정전산망이 하드웨어 관리 부실 등으로 최근 잇달아 장애를 일으켜 사회 문제가 된 가운데 발주지원 서비스를 받은 공공기관과 사업 건수가 터무니없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부처를 포함해 수많은 공공기관들의 낮은 발주 역량은 행정전산망 장애의 여러 요인 중 핵심으로 꼽힌다. 이에 발주전문가 인증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 허성욱)은 '2023 소프트웨어(SW) 주간'을 맞아 서울 코엑스 4층 컨퍼런스룸에서 'SW 발주 역량강화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에서는 ▲국내 발주자 역량 및 경쟁력 현황 ▲소프트웨어 발주 전문가 양성 방안 등이 발표됐다. 또 미국의 발주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함께 소개돼 시선을 모았다.
그동안 과기정통부와 NIPA는 공공SW사업 발주 선진화를 목표로 지난 2015년 'SW발주기술지원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공공기관이 SW사업을 발주할때 필요한 예산수립과 기획부터 유지관리까지 전주기에 걸쳐 기관별로 맞춤지원을 하고 있다.
특히 센터는 SW발주와 관리 전 단계에 필요한 지원을 '리얼키(REALKEY)'로 명명한 7대 발주기술을 적용, 발주자 애로사항 해결과 전문성 강화를 지원하고 있다. 7대 발주기술(REALKEY)은 ▲요구사항 도출 지원(R, Requirement) ▲상세 RFP 검토(E, rEiew) ▲사업 규모 산정 및 검토(A, estimAtion) ▲법과 제도 적용(L, reguLation) ▲과업변경 검토 및 지원(K, tasK) ▲사업관리 지원(E, managEment) ▲품질관리 체계 지원(Y, qualitY) 등이다.
센터의 'SW발주기술 지원 서비스'를 받은 기관의 발주 성숙도 수준은 점검 결과 매년 지속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년간 지원을 받은 기관의 성숙도 수준 향상율이 높았다. SW발주역량 성숙도 진단 모델을 적용해보니 발주지원 서비스를 받은 기관의 역량이 2단계에서 3단계(레벨3)로 높아졌다. 레벨3은 SW발주관련 기본 지식과 표준 절차를 참고해 발주자가 스스로 발주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단계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발주서비스 지원을 받은 공공기관 수와 발주 건수가 매우 적었다. 센터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총 1793건을 지원했는데 수혜기관은 435곳(중복기관 제외)에 불과했다. 연간 200건 정도를 지원한 셈이다. 과기정통부가 매년 조사하는 공공분야 SW발주 현황에 따르면 올해 기준 1787개 기관에서 7387건의 SW사업을 발주했다. 사업 기준으로 하면 센터의 발주 지원 서비스를 받은 건수가 7387건 중 약 2.7%(200건), 기관수로 하면 1787곳 중 78곳(4.4%)로 미미했다.
이날 '국내 SW사업 발주 및 경쟁력 현황'을 주제로 발표한 구본재 PwC컨설팅 상무는 "연간 발주하는 SW사업 규모와 기관 수 대비 발주기술지원 비율이 낮아 영향력과 파급력이 미비하다"면서 "발주 전문성 확보 및 내재화를 위한 기반 체계가 미흡하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시스템 대규모 장애 발생을 계기로 발주 역량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 발주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전문성 확보를 목표로 교육 커리큘럼 개발과 전문가 인증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구 상무는 미국의 공공SW 발주역량 강화 교육 프로그램을 미국 현지 전문가의 영상 인터뷰로 소개하며 "공공SW사업 발주 전문가 자격 제도 도입이 가능할까? 또 공공SW 발주 성숙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생태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