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이사회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이균성의 溫技] 메시지 없는 활극

데스크 칼럼입력 :2023/11/21 14:12

오픈AI 이사회의 샘 알트먼 최고경영자(CEO) 축출 사건은 메시지가 없는 활극 같다. 3일간 예측불허의 전쟁을 펼쳐 세계 이목을 끌었지만 아직 누구도 그 내막은 모르는 듯하다. 내막 속에 메시지가 있을 터인데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아리송한 이야기만 했을 뿐이어서 다들 어렴풋이 짐작만 하고 있다. 전쟁으로 말하려는 메시지를 알 수 없기에 이사회 작전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맥이 없다.

이사회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알트먼을 해임하면서 한 말은 “의사소통이 일관되고 솔직하지 못하다”는 게 거의 전부다. 그게 챗GPT를 출시하면서 ‘AI 업계 거목’으로 우뚝 서고 오픈AI의 기업 가치를 1년 만에 110조원까지 끌어올린 CEO를 해임해야 할 근거라 생각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해임 배경에 온갖 추축이 난무한 건 당연했다. 오죽했으면 알트먼의 가족 문제까지 원인으로 등장하였겠는가.

샘 알트먼 오픈AI 전 CEO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스스로 떠벌리지 않은 메시지를 찾고자했던 사람들은 구경꾼이었다. 알트먼의 해임은 그만큼 뜻밖의 일이었고 이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설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오픈AI의 독특한 지배구조에서 그 설명을 찾고자 했다. 오픈AI는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을 지배하는 구조다. 오픈AI는 원래 수익보다 인류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법인이었다.

문제는 그 취지를 살리려면 적잖은 돈이 필요했다는 데 있다. 2019년 산하에 영리법인인 ‘오픈AI 글로벌’를 설립한 게 그 복안이었다. 이를 통해 자금을 수혈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거액을 투자한 것도 이 영리법인이다. 오픈AI는 그러나 투자자에게 영리법인 통제권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사들이 통제하는 비영리법인 산하에 영리법인을 관리하는 법인(OpenAI GP)을 두고 직접 통제했다.

자금 수혈은 불가피하지만 상업적으로 매몰되는 상황을 견제하려는 장치였다. MS가 130억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하고 영리법인의 지분 49%를 획득하고도 이사회 멤버를 넣을 수 없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현실적인 이유로 영리법인을 두기는 했지만 그 핵심 수혜자는 투자자보다 인류여야 한다는 게 오픈AI의 창업이념이었고 이번에 전쟁을 일으킨 이사들이 버릴 수 없는 가치였다고 볼 수가 있다.

이사회가 알트먼에 대해 “솔직하지 못하다”고 한 이유는, 이런 배경으로 볼 때, 이미 속으로는 상업적 이득에 매몰되어 있으면서 겉으로는 아닌 척 했다는 뜻으로 이해해볼 수 있다. 전쟁을 일으킨 이사들은 알트먼 지도체제에서는 오픈AI가 상업자본(특히 MS)의 먹이로 전락할 게 뻔하다고 봤을 수 있다. 창업취지와 가치를 살리려면 지금이라도 알트먼을 해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던 셈이다.

이런 분석은 그러나 어디까지나 관전평일 뿐이다. 추측인 셈이다. 전쟁을 일으킨 사람들이 직접 언급한 바는 없다. 그런데 만약 이런 관전평이 크게 엉뚱한 게 아니라면, 작전을 개시할 때 왜 정확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다. 설마 알트먼을 전광석화처럼 해임하면 일이 순식간에 일단락 될 것으로 봤을까. 지배구조로만 볼 땐 그렇지만 사태가 복잡해질 건 너무 뻔한 일 아닌가.

그들의 순정을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AI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양극단의 전망이 난무하고 있고 ‘안전한 AI’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그들이 더 AI에 대해 두려워하고 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는 안다. 일반인으로서는 그 사실이 더 두렵다. 알트먼 해임은 어쩌면 그 두려움 탓일 수 있다. 그들은 어쩌면 이상주의자라기보다 심리적 공포에 시달려왔을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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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이 전쟁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가 그 두려움일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잘 전달되지 않았다. 새로 CEO를 맡았던 미라 무라티는 하룻만에 알트먼 쪽으로 돌아섰고 해임 결정에 통참했던 일리야 수츠케버 이사도 이틀 만에 반성문을 썼다. 무엇보다 임직원 대다수가 이사회 결정에 반발했다. 전쟁은 벌였는데 깃발은 안 보이고 아군은 순식간에 전선을 넘어버린 꼴이 됐다.

그들이 하고자했던 게 뭔지는 알겠고 그 뜻의 숭고함도 알겠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잘 모르겠다. 무엇보다 노련하지 못했다. 기업의 형태를 가지면서도 투자자보다 인류를 우선시하는 건 쉽지 않다. 어떤 이들은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돈키호테라 부를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더 정교하고 공개적이며 당당했어야 했다. 작전은 실패하더라도 작전이 갖는 메시지만이라도 제대로 얻어내야 했다.